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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008] 이젠 마케팅센터라 불러주세요

조선일보 [실전MBA] 연재칼럼

*조선일보에 실린 연재기획 <안병민의 실전MBA> 칼럼입니다.


"모든 대화는 마케팅 기회" 신규 고객 창출하는 첨병 역할, 

신발 파는 美 재포스 콜센터 "행복을 판다"


#장면1 : 호텔에 투숙한 고객이 한밤중에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지금 피자를 먹고 싶은데 시간이 늦어 룸 서비스도 안 되는 데다 이 지역이 초행길이라 주변에 피자 가게가 있는지도 잘 몰라서 전화했다며 하소연을 한다. 잠시 후 지금 묵고 있는 호텔로 피자 배달이 가능한 피자집을 몇 군데 찾았다며 메모할 수 있느냐고 되물어보는 상담원. 놀랍게도 이 상담원은 호텔 직원이 아니라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재포스닷컴의 상담원이다. 창업 10년 만에 매출 10억달러를 달성한 바로 그 회사 재포스 말이다.

#장면2 : 카트라이더로 유명한 게임회사 넥슨의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자회사 넥슨네트웍스가 한 대학의 강당을 빌려 자사의 콜 센터 상담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마케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의 담당 임원은 외부 마케팅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이번 마케팅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했다. 과거에 검색 광고 영업 조직과 두 콜 센터 조직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이 임원은 오래전부터 고객과 최일선 접점에 있는 콜 센터의 마케팅적 역할과 기능에 주목해왔다. 그가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이번 교육을 손수 기획하고 진행한 배경이다.

◇마케팅 수단으로 진화한 콜 센터


콜 센터가 진화하고 있다. 지금껏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 고객의 불평·불만을 처리하는 상담 창구 정도로만 알려졌던 콜 센터의 진화 속도와 방향이 놀랍다. 전화 위주의 고객 접점이 이메일, 홈페이지 게시판, 소셜 미디어 등으로 확장되어 가면서 콜 센터는 이제 전 방위적 콘택트 센터(Contact Center)로 변신하고 있다. '불만 접수-문의 해결' 패러다임의 콜 센터 업무는 이제 '문제 해결-고객 행복-브랜드 자산 제고'라는 좀 더 고차원적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 고객 상담 업무는 단순히 불만 있는 고객의 문의를 처리해 준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마케팅의 또 다른 수단으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재포스 콜 센터는 신발만 파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팔고 행복을 판다

다시 재포스닷컴으로 눈을 돌려보자. 재포스닷컴은 말 그대로 기록적 성장을 해 온 인터넷 신발 쇼핑몰이다. 이 회사의 콜 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무료 배송과 무료 반품(返品) 제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재포스의 성공 이유는 그리 단순한 데 있지 않다. 놀랍게도 재포스 콜 센터에는 한 고객과 일곱 시간 동안 통화한 기록도 남아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전화를 받기 위해 한 콜당 통화 시간을 가급적 짧게 해야 하는 콜 센터에서, 일곱 시간 통화라니? 이에 대해 재포스의 CEO 토니 셰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먼저 전화를 한 것도 아니고 고객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준 것인데 왜 우리가 먼저 전화를 끊어야 하느냐고 말이다. 이른바 모든 대화는 마케팅 기회라는 설명. 재포스는 그 통화 시간을 '일회성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투자라고 여긴다. 재포스의 콜 센터는 신발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서비스를 팔고 행복을 판다.

아마존닷컴이 12억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으로 재포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서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고객의 전화를 받았는데, 고객이 찾는 제품의 재고가 없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재고 없음에 대한 사과와 함께 물건이 들어오면 곧바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이야기할 것인가? 아니면 유사한 제품을 추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또 다른 구매를 유도할 것인가? 물론 둘 다 가능한 방법이다.

하지만 적어도 재포스닷컴에서만큼은 둘 다 오답이다. 재포스에서는 경쟁사 사이트까지 체크해서 그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곳과 가격을 확인하여 고객에게 알려준다.

◇고객은 친구


지금껏 기업들은 고객을 물건을 팔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 이른바 제로섬 게임의 파트너다. 제로섬 게임은 한쪽이 돈을 잃어야만 한쪽이 따는, 승자와 패자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게임이다. 하지만 작금의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 고객은 이제 윈윈 게임의 파트너다. 고객이 잘되어야 나도 잘되는 상생 게임인 것이다. 콜 센터의 진화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제 '고객'이 아니라 '친구'다. 고객을 친구처럼 대하며 고객과 따뜻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면 무려 일곱 시간의 통화도 허용되는 재포스닷컴의 콜 센터는, 그래서 마케팅 센터이고 그래서 고객 행복 센터다. 고객 응대 매뉴얼에 적힌 대로 영혼이 없는 소리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콜 센터와 고객을 위하는 진정성으로 고객의 힘든 점, 불편한 점, 고통스러운 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줌으로써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마케팅 센터. 이 둘의 대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보통마케터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fb.com/minoppa)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헬싱키경제대학원 MBA를 마쳤다. (주)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주)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 마케팅본부를 거쳐 (주)휴넷의 마케팅이사(CMO)로 고객행복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 활동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리스타트>, <경영일탈-정답은많다>, <그래서 캐주얼>, 감수서로 <샤오미처럼>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진정성 있게 실천해 나가는 도전의 과정"이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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