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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소비 탐구:‘나’를 중심에 둔 ‘가치’ 소비

신한플레이 칼럼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대한민국 전체로 보면 국내 인구의 34%. 무려 1,700만여 명이다. 기성세대와는 무척이나 다른 이들이 이젠 사회의 주류로 부상했다. 수많은 조직의 리더들이 MZ세대를 공부하는 이유다. 


MZ세대의 출생은 대략 85년부터로 본다. 그들의 성장기는 저성장 시대를 관통했다. 취업난을 경험한 세대이며, 일상화된 구조조정을 목격한 세대이다. 조직이 내 삶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이들이 무척이나 민감하게 여기는 키워드가 있다. 공정이다. 물론 공정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가치다. 중요한 건 공정에 대한 기준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거다. 이유가 있다. ‘1점에 목숨 거는’ 입시 세태를 중학교 때부터 겪어온 세대라서다. 끝없이 이어지는 경쟁에 부대껴온 지금의 MZ세대는 경쟁의 룰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공정과 정의를 중요시하는 그들은 소비에 있어서도 '가치'를 따진다. 이를테면 환경 보호를 위해 텀블러 사용에 적극적이다. 스테인레스 빨대와 고체샴푸도 거부하지 않는다. 편리한 옵션들이 엄연히 있지만 기꺼이 불편을 감수한다. 환경을 살리는 지속가능한 소비 역시 우리의 의무라 생각해서다. 이름하여 ‘가치 소비’다. 


ESG(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건강한 지배구조)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가?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문항 중 하나다. 60%의 MZ세대가 그렇다고 답했다. 


소 한 마리가 한 해 동안 내뿜는 온실가스 양이 자동차 한 대의 그것과 맞먹는다. 가축 사육에 드는 에너지가 채소 생산을 위한 그것 대비 4배다. MZ세대가 채식을 선호하는 이유다. MZ세대는 화장품도 ‘비건(Vegan)’을 찾는다. 동물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화장품 말이다. 


비인간적인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그들은 먹는 것, 입는 것을 넘어 바르는 것까지 친환경과 윤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니 대형할인점에서, 사육 밀도와 조명 시간, 공기오염도 등을 관리하여 키워낸 ‘동물복지 육계’나 ‘동물복지 계란’을 파는 것도 이들에겐 어색하지 않다. 



공정과 정의에 민감한 그들의 소비는 이처럼 ‘가치 소비’, ‘윤리 소비’, ‘개념 소비’로 이어진다. ‘의미’와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드러내다’는 의미의 커밍아웃(Comingout)이 합쳐쳐 생긴 신조어 ‘미닝 아웃(Meaning Out)’ 소비도 궤를 같이한다. 


MZ세대 소비의 또 다른 축은 ‘나’다. MZ세대는 세상을 나의 기준으로 바라본다. 일의 중요도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느냐’로 결정된다.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의미와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일을 통해 세상에 의미있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주체로서 스스로를 인식하는 그들. ‘임플로이(Employee)’와 ‘인플루언서(Influencer)’가 합쳐진 단어 ‘임플로이언서(Employeencer)’가 나온 배경이다. 


이들의 핵심화두? 스스로 자(自)에 말미암을 유(由), ‘자유’다. 세상 모든 일은 나로부터 말미암는 거다. 이런 생각은 그들의 소비에도 오롯이 적용된다. 내가 좋으면 좋은 거다. 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경제적 부담은 감수할 수 있다. 돈은 다른 데서 아끼면 된다. ‘플렉스(Flex) 소비’다. 나의 구매와 소비를 통해 나를 보여주려는 심리다. 



SNS에 고가의 시계 사진을 올리며 글을 붙인다. "플렉스했지 뭐야." 플렉스는 '과시하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MZ세대 용어다. MZ세대가 돈이 어디 있어 과시를 일삼냐고? 그들의 플렉스는 앞뒤 없는 방탕과는 결이 다르다. 패션 뷰티 제품에는 과감한 지출을 하면서 식품과 생활용품 지출은 줄이는 거다. 편의점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모은 돈으로 고가의 시계나 운동화를 구매하는 식이다. 플렉스를 위한 소비 포트폴리오의 재구성이다. 


작지만 근사하고 값비싼 물건들을 구매해 행복감을 느끼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도 비슷한 맥락이다. 명품자동차나 의류를 구매할 순 없으니 화장품이나 액세서리 등 비교적 작은 제품에서 사치를 즐긴다. 작으나마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려는 소비행태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되었던 소비였다.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니 이는 '보복소비'로 이어진다. 질병과 재난으로 참아야 했던 소비 욕구를 사치품이나 기호품을 구매하며 푸는 거다. 억눌렸던 소비심리의 분출이다. 


나를 보여주려는 MZ세대의 구매심리는 구매 선택의 기준도 바꿔놓고 있다. '나음'에서 '다름'으로, 그리고 '다름'에서 '다움'으로의 변화다. 그들은 이제 '예전보다 좀 더 낫거나' '경쟁제품과는 다른' 상품이 아니라,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품에 '좋아요'를 누르고 지갑을 연다.


"알파벳을 이어가기 위한 어른들의 집착 같아요." MZ세대를 대표하는 어느 래퍼의 말이다. 부인하기 힘들다. 그만큼 억지스러운 측면도 많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세상 변화에 맞춤하는 젊은 세대 그들만의 코드가 있다는 거다. 변방과 주변에 머물던 젊은 세대가 중심으로 들어와 주류가 되면서 세상은 바뀌는 법이다. 역사의 법칙이다. 그래서 그들, 젊은 세대를 주목한다. 그들의 오늘이 우리의 내일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생각하는 '가치'란 무엇인가?", "MZ세대가 생각하는 '나다움'은 무엇인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의 내일은 바로 이 질문들에 달려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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