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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감각 : 알파벳을 이어가기 위한 어른들의 집착

안병민의 책책책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고향이 거기였어? 어쩐지..." "하는 짓이 꼭 막내 같더라니까." "다 큰 여자애가 선머슴처럼 왜 그래?" "혈액형이 A형이라 소심할 수밖에."


일상 생활에서 흔히 하고 듣는 말이다. 고향과 성별, 혈액형 등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그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과거엔 말이다.


지금은 아니다. 사람에게 자의적인 딱지를 붙이는 일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다. 한 두 개의 물리적, 지리적, 생리적 속성만으로 그 사람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어서다. 인간이란 존재는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우주라서다. 본인과 합의되지 않은 판단의 딱지는, 그래서 낙인이자 폭력이다.


이런 폭력적 시선은 세대간에도 오롯이 나타난다. 이른바 MZ세대에 대한 비난이다. 게으르다느니, 공동체 의식이 없다느니, 자기만 안다느니, 돈만 밝힌다느니 하는 세대적 비난의 시선 말이다.


이런 시선에 합리적 반기를 든 책이 나왔다. '세대감각'이란 책이다.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 바비 더피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정책연구소 소장이자 공공정책학과 교수다. 여론조사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지난 50년간 전 세계 3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들을 분석했다. 결과는 우리의 예상과는 딴판이었다.


이를테면, “가만히 머물면 몸이 으깨질 거란 생각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개구리(2017 포브스지)"라 생각했던 MZ세대보다 X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발적으로 직장을 옮길 가능성이 25%가량 높게 나타났다. MZ세대의 잦은 이직은 그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 아니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팍팍한 현실이 원인이었다.

나이든 사람들은 자신의 청년 시절 지배적이었던 가치의 틀로 젊은이들을 바라본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사고는 요지부동. 그런 그들에게 젊은 친구들의 말과 행동이 예뻐 보일 리 없다. 오해가 쌓여 편견이 되고, 편견은 상식으로 굳어진다. 세대간 소통의 방해물이자 혁신의 걸림돌이다.


"알파벳을 이어가기 위한 어른들의 집착 같아요." MZ세대를 대표하는 어느 래퍼의 말이다. 다른 말 필요 없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된다. 실체 없는 이론과 개념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그럼에도 자꾸 보고 싶은 대로 본다. 확증편향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한다.


자산, 주거, 교육과 노동, 행복 등 사회 다양한 분야의 세대간 차이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선입견을 깨는 데이터들이 책에 가득하다. 세대를 넘어 세상에 대한 내 시선의 균형감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읽어보면 좋을 책, '세대감각'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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