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멀쩡한 사람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헤엄치고 달려야 하니 말 그대로 ‘철인 경기’입니다. 그런데 이 철인 3종 경기에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완주를 합니다. 4시간 21분 34초의 기록이었습니다. 개그맨 이동우씨 이야기입니다.
이동우씨는 개그맨으로 데뷔하여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 오가며 다방면에서 활동하던 방송인이었습니다. 그러던 그가 2010년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각을 잃게 됩니다. 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원망스러웠을 겁니다. 그랬던 그가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겁니다. 참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일의 시작은 매니저의 말 한마디였습니다. “형, 철인 3종 경기 한번 나가 볼래요?” 처음엔 귀를 의심했습니다. 매니저가 자기를 놀리는 줄 알았답니다. 그래서 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습니다. “너 내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면서도 그러는 거야? 앞도 안 보이는 내가 무슨 철인 3종 경기야?”
하루하루 절망의 나날을 살아내기도 쉽지 않은 판에 매니저의 그 말은 이동우씨에겐 아마도 화를 돋우는 부채질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돌아온 매니저의 말에 이동우씨는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했습니다. “형, 꼭 완주해야 돼요?” 매니저의 반문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철인 3종 경기에 반드시 완주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숨이 차면 쉬어가고 정 힘들면 포기해도 됩니다.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레 겁을 먹고 지레 포기합니다.
‘내가 그걸 어떻게 해?’ 하는 생각에 시도도 하지 않고 저만큼 달아나고 맙니다. 이동우씨도 그랬을 겁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내가 어떻게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그로 하여금 시도할 생각조차 막아버렸던 겁니다.
새로운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정신. 기업가정신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입니다. 여기에 ‘비즈니스 기회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조직하고, 실행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마인드’라는 설명도 덧붙습니다. 인내력, 목표 설정 능력, 적절한 모험심, 의사 결정 능력, 도전 정신 등이 요구된다는 내용입니다. 기업가정신이란 이런 겁니다.
별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꼭 완주해야 돼요?”라는 매니저의 말은 잦아들었던 이동우씨의 마음 속 기업가정신에 다시 불을 질렀습니다. “그래, 한번 해보자.” 그렇게 그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고, 결국 완주를 하였습니다.
기업 경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입니다. 생각만 하다 보면 행동은 멈추게 마련입니다. 될 이유보다는 안 될 이유가 자꾸 보입니다. 변화라는 게 얼마나 힘들었으면 살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수반한다 해서 혁신(革新)이라 했을까요?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허미니아 아이바라(Herminia Ibarra) 교수도 말합니다. “혼자 골똘히 사색에 잠긴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거기에서 답을 찾아낼 수 있다. 스스로가 가진 틀을 깨부숴야 한다.”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일단 해보면 뭔가 새로운 걸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해보는 겁니다. 안 되면 어떻게 하냐고요? 그것도 간단합니다. ‘안 되면 말고’입니다.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뭔가 또 배우게 됩니다.
성공을 통해 배운 것보다 실패를 통해 배운 게 훨씬 더 오래 갑니다. 이른바 ‘주의의 포획(Attentional Capture) 효과’라는 겁니다. 확신을 가지고 일을 저질렀는데 그게 실패로 귀결되면 그를 통해 배우는 것은 훨씬 더 오래 간다는 연구 결과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그렇게 보면 실수나 실패 없이 처음부터 잘 배우는 것보다 자신 있게 실패하는 게 더 좋다는 말도 터무니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구체적 위험이 없으면 제한 없이 신사업을 하도록 하고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조속히 대책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O2O 서비스, 드론, 로봇 등 분초를 다투며 쏟아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신기술과 관련하여 정부가 선도적 대응을 해달라는 업계의 아우성을 담고 있습니다. 정부가 규정을 놓고 좌고우면하다 보니 한국의 비즈니스 현장은 세계 업계를 리드하기는커녕 뒤를 따라 가기도 숨이 턱 밑까지 차오릅니다.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 하는 책임감의 회피이자 ‘일단 하자’ 정신의 부재입니다.
신창연 여행박사 창업주는 ‘일단 하자’를 실천하는 경영자입니다. 옷차림과 말투만 튀는 게 아닙니다. 생각도 튑니다. 모든 사람이 ‘Yes’라고 외칠 때 그는 ‘No’라 소리칩니다. 왜 그래야 하냐는 거지요.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 그러니 내 길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라 생각하는 그입니다. 여행업계 후발주자로 들어온 여행박사를 그는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업계 상위권으로 올려놓았습니다. 아등바등 일해서 100억원을 버느니 재미있게 즐기면서 20억원을 버는 게 낫다고 여기는 그는 학력 불문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팀장급 이상을 직원 투표로 뽑으며 전 직원들에게 법인카드를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정책들로 여행업계에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많은 CEO들이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늘 질문합니다. “왜 우리가 이렇게 바꾸어야 하지?” 이는 도전과 혁신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입니다. 어지간하면 안 바꾸겠다는 얘기입니다. 기업가는 달라야 합니다. 앞장서서 질러야 합니다. '왜 해야 되는지'가 아니라 '왜 하면 안 되는지'를 물어야 합니다. 일단 해보는 겁니다. 아니면 수정·개선하거나 정말 아니면 그때 관두면 되는 겁니다. ‘일단 하자, 안 되면 말고’ 정신입니다.
해보고 할 후회보다는 안 해보고 할 후회가 훨씬 크다는 걸 우리는 잘 압니다. ‘할 수 있을까, 없을까’ 하며 두려움에 아예 시도조차 못 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가의 또 다른 이름은 도전자입니다.
단언컨대, ‘아는 게 힘’이 아니라 ‘하는 게 힘’입니다. “경영자는 연주하다 멈추고, 또 연주를 반복하는 시행착오로 발전하는 ‘오케스트라 리허설’의 지휘자이다.” ‘전략 경영’ 의 대가 헨리 민츠버그 교수의 말입니다. ⓒ혁신가이드안병민
*글쓴이 안병민 대표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헬싱키경제대학교(HSE) MBA를 마쳤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의 마케팅본부를 거쳐 경영직무·리더십 교육회사 휴넷의 마케팅 이사(CMO)로서 ‘고객행복경영’에 열정을 쏟았다. 지금은 [열린비즈랩] 대표이자 [방구석5분혁신](bit.ly/5booninno)의 혁신크리에이터로서 경영혁신·마케팅·리더십에 대한 연구·강의와 자문·집필에 열심이다. 저서로 <마케팅 리스타트>, <경영 일탈>, <그래서 캐주얼>, <숨은 혁신 찾기>, <사장을 위한 노자>, 감수서로 <샤오미처럼>, <주소가 바꿀 미래사회와 산업>이 있다. 다양한 칼럼과 강의를 통해 "경영은 내 일의 목적과 내 삶의 이유를 실재화하는 혁신의 과정"이라 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