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에게 아빠가 띄우는 편지]
처음엔 아이같더니 이제는 제법 군인 티가 나더라. 매주 올라오는 네 사진 얘기다. 어느 새 3주차. 전화기 속 네 목소리도 그렇고,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는 듯 하여 마음이 놓인다. 훈련소 퇴소식이 3월 8일이니 이제 2주 정도 남았구나. 늠름한 '안선우 전투병'을 볼 생각에 아빠엄마는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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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를 하나 보았다. '정이'라는 제목의 영화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폐허가 되어버린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에 새로운 쉘터를 구축하여 이주한 인류. 그 와중에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인류 연합군은 '정이'라는 전설적 용병의 뇌를 복제하여 전투용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그 임무를 맡은 박사가 바로 정이의 딸. 기계로 만든 로봇 몸체에 복제한 엄마의 뇌을 심어 최강의 전투 로봇을 만들겠다는 건데. 아무리 로봇의 몸이라 하더라도 뇌는 원래 그대로이니 고통은 똑같이 느끼더라. 심지어는 모성애라는 감정마저도. 스토리야 나중에라도 직접 영화를 보면 될 테니 각설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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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이거더라. 복제한 뇌는 인격을 가진 사람일까? 뇌를 복제하여 로봇에 심어놓으면 그 사람은 영원히 사는 걸까? 수많은 로봇에 똑같은 뇌를 심으면 그 사람은 이제 여럿이 되는 걸까? 그렇다면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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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편지에서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이야기를 했었는데, 세상 변화가 그만큼 급격하다. 갑자기 커버린 몸을 정신과 마음이 못 따라가면 질풍노도의 사춘기로 몸살을 앓듯, 급격하게 발전한 디지털 문명을 사회의 철학과 윤리가 따라가지 못하면 그 또한 큰일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몸과 맘의 성장이 균형을 맞추어야 건강한 성장이 가능하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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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너의 몸과 맘도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을 거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아플 거다. 건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왕이 되려면 왕관의 무게를 버텨야 한다. 네 몸뿐만 아니라 네 맘도 5주간의 훈련소 생활, 잘 견뎌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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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소식을 기다리며 아빠가 쓴다. 202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