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에게 아빠가 띄우는 편지]
인간 존엄. 영화 타이타닉을 보고 아빠가 떠올린 단어였다. 지금껏 아빠는 타이타닉을, 침몰하는 초호화유람선에서 피어난 러브스토리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이번에 재개봉한 영화를 실제로 보니, 아니더구나. 타이타닉은 청춘남녀의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 죽음 앞에서 더욱 빛났던 인간존엄의 스토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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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한 남자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다. 눈 앞에 죽음을 두고도 자신이 맡은 역할을 차분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감동이더라. 아이와 여자들을 먼저 구조하며, 한 명의 인원이라도 더 살리려 고군분투하던 선장과 승무원들이 그랬고, 침몰 직전까지 유리창을 깨끗히 닦던 청소부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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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권은 연주단이었다. 승객들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갑판 위에서 마지막 연주를 이어나가더라. 음악의 위대함을 알고 있었던 그들. 자신들의 음악으로 사람들을 어루만져주었던 거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 왈칵 눈물이 나더구나. 이게 인간의 존엄성이구나 싶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높고, 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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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나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 줄 것인가?'라는 '삶의 이유'와 '일의 목적'으로 이어진다. 요컨대, '어떻게'에서 '왜'로의 전이다. '어떻게'라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왜'라는 '소명'이다. 그 부름에 나는 뭐라고 응답해야 할까? 영화 타이타닉을 보며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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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오늘 하루는 어땠니? 훈련은 잘 받았니? 밥은 잘 먹었니? 동기들과는 잘 지내니? 컨디션은 괜찮니? 일주일에 한번, 짧은 통화로는 아직도 궁금한 게 많다. 그럼에도 목까지 차올랐던 질문들을 애써 다시 삼킨다. 아들에 대한 믿음때문이다. 알아서 잘 해나갈거라는 믿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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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잘 살아내는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내 삶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싶어 타이타닉 이야기를 꺼냈다. "나라는 존재는 세상에 어떤 가치를 더해줄 것인가?" 내 삶의 행복경영에 있어 크디큰 화두란다. 시간 날 때마다 곱씹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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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아들이 '내 삶의 행복한 경영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다. 2023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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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2016년 여름, 부산에서 네가 찍어준 타이타닉 명장면 재현 사진을 함께 보낸다. 힘든 훈련 속 한 줄기 웃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