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에게 아빠가 띄우는 편지]
화생방 훈련도 했고, 수류탄도 던졌고, 각개전투도 끝났고, 이제 행군만 남았다고? 행군이 훈련의 하이라이트인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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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기억으로는 행군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다른 훈련들이야 나름 요령을 피울 수 있는 부분이 조금이나마 있는데, 행군은 완전히 '꼼짝마라'더구나. 어찌 되었든 내 다리로 걸어내야 하는 거니 꾀를 피울 수가 없더라. 그저 앞사람 군화만 바라보며 밤새 하염없이 걸었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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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을 배우도록 하겠다. 모두 팔을 최대한 앞으로 뻗었다가 다시 뒤로 뻗어 보아라. 오늘부터 이 동작을 매일 열 번씩 반복하라. 이것을 자신과의 약속이라 생각하라. 할 수 있겠느냐?” 제자들은 그렇게 간단한 일을 누가 못하겠냐고 반문했다. 1년이 지났다.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물었다. “1년 전, 내가 얘기했던 걸 지금도 실천하는 이가 있느냐?” 딱 한 사람만 번쩍, 손을 들었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그대라면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구나.” 훗날 대(大)철학자가 된 플라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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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지 아닌지는 분명치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끈기와 인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만큼은 명징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 끝까지 한다는 점이다. 플라톤은 끝까지 했고, 다른 이들은 중간에 포기했다. 과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간단하고 쉬운 과제를 꾸준히 하는 게 힘들어서다. 그러니 방점은 ‘한다’ 가 아니라 ‘끝까지’에 찍힌다. 끝까지 하는 게 포인트다. 우리는 그걸 ‘꾸준한 열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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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고백컨대, 아빠도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만큼 세상을 살아오면서 나름 터득한 비법은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살면서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 현실이 우릴 그리 놓아두지 않지. 그래서 또 하나 꿀팁을 주자면,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거다. 내가 하는 일을 어떻게 다 좋아할 수 있냐고? 있다. 내 일에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 그저 힘들게 마당을 쓰는 게 아니라, 나는 지구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만드는 가치로운 일을 하는 거라 생각하면 내 일은 하기 싫은 노동이 아니라 의미 가득한 자부심으로 바뀐다. 이게 내 일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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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훈련소 4주차이니 너도 알겠지. 쉽지 않은 군생활이다. 힘든 일도 꽤나 있을 거다. 그걸 이겨내는 방법? 다른 것 없다, 그저 꾸준히 하는 거다. 꾸준히 해내려면? 그 일을 좋아하는 거다. 그 일을 좋아하려면? 그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지. 요컨대, 넌 지금 아까운 시간만 죽이고 있는 게 아니란다. 네 삶의 성숙과 행복을 위한 작은 씨앗들을 성실히 뿌리고 가꾸는 거란다. 아빠에겐 힘들었던 행군도 울 아들은 잘 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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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일이 딱 일주일 남았구나. 5주동안 담금질되었을 울 아들의 늠름한 모습을 기대하며 아빠가 쓴다^^. 202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