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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무와 박 과장은 오늘도 야근 중

[방구석5분혁신.경영혁신]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집에 도착했다. 언제나처럼 늦은 밤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미 잠들었다. 김 전무는 소파에 털썩, 몸을 던지듯 앉았다. 대표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위기입니다. 임원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당분간 토요일에도 출근해서 업무를 챙겨주세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이젠 가족들 얼굴도 제대로 못보게 생겼다. 몸도 예전 같지 않다. 기분 탓일까? 물 먹은 빨래처럼 자꾸 처진다.


과연 이게 정답일까? 회의 시간 내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척했다. 속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일의 양(量)’이 아니다. ‘일의 질(質)’이다. 영혼 없는 직원들을 그저 책상 앞에 앉혀 둔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잖은가. AI 시대다. 필요한 건 유연한 사고다. 발상의 전환이다. 농업적 근면성으로 일주일을 걸려 해야 할 일? 디지털과 AI를 활용하면 한 시간 안에도 끝낼 수 있다. 핵심은 직원 개개인의 열정과 몰입, 창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거다.



아닌 게 아니라 김 전무 역시 일의 의미와 보람을 잃은 지 오래다. 성과와 실적이라는 숫자에 갇혀 톱니바퀴 돌아가듯 기계처럼 일했다. 지금까지,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높이 올라왔다. 어느덧 정상에 거의 다다른 것 같았는데, 이게 웬걸. 천 길 낭떠러지 위태로운 절벽이었다. 후회한들 소용없다. 이제 와서 이 배에서 내릴 수도 없다. 사위 캄캄한 깊은 밤,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임원들의 주6일 근무 소식은 박 과장도 들었다. 물론 일반 직원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 구경일 수만은 없다. 전무님이 매주 토요일 출근하면, 부장님이 전무님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자연스레 과장인 내게도 불똥이 튈 거다. 주말 출근은 시간 문제다.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선 정말이지 끔찍한 시나리오다.


회사는 위기를 외치며 구조조정을 언급한다. 눈치 보기 급급한 나날들. 업무에 대한 몰입은 남 일이 되었다. 주인의식은 언감생심, 괜히 손 들고 나섰다 성과가 안 나오면 뒷감당은 오롯이 내 몫이다. 그저 상사 눈치나 살피고 시키는 것만 할 뿐이다. 이 와중에 주6일 근무라고? 직원 대부분, 당장은 현실과 타협할 거다. 하지만 잘 나가는 인재들부터 짐을 싸겠지. ‘누가 오래 책상에 붙어 있는지’로 능력을 평가하는 조직에 어떤 인재가 남아 있을까? 손바닥만한 뒷마당을 선심 쓰듯 내어주는 주인에게 천리마가 붙어 있을 리 만무하다.


박과장은 이력서 파일을 열었다. 몇몇 사항들을 업데이트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안 옮길 이유가 없다. 한편으론 개인 사업도 구상해 본다. 상시적 구조조정의 시대다. 회사 일이 내 삶의 전부일 수 없다.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아서다. 오늘도 나만의 활로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더 이상 변수가 아니다. 상수가 된 위기다.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업무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하려 한다. 산업화 시대의 잔재다. 현대 기업 환경에서 성과의 지표는 더 이상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관건은 ‘혁신’이다. 우리가 일하는 방식, 특히 우리가 일하는 시간을 재고해야 한다는 얘기다. 혁신은 ‘얼마나’ 일하는가에 대한 이슈가 아니다. '어떻게' 일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근원적인 고민에서 비롯된다.



직원들이 충분한 개인 시간을 갖게 되면, 일에 대한 몰입과 열정은 자연스레 높아진다. 이러한 변화가 직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향상시킨다. 우수 인재들의 이직률을 감소시킨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업무 환경을 조성한다. 표준적인 사고를 벗어나니 비로소 혁신 아이디어가 보인다. 일과 삶을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시야가 넓어져서다. 시선이 높아져서다. 관건은 자발적인 직원 몰입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다. 강제와 통제에 의한 근무시간 연장은 직원들의 창의력과 열정을 억제하고, 장기적인 성과를 저해할 뿐이다.


경주마는 달리기 위해 생각을 멈추고, 야생마는 생각하기 위해 달리기를 멈춘다. 멈춰야 할 것은 생각이 아니라 달리기다. 혁신하는 사람은 그래서 멈춘다. 안주하는 사람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추지 못한다. 그저 달린다. ‘김 전무’와 ‘박 과장’은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모두의 행복한 혁신 성장! 우리의 지향점은 이것이어야 한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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