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고전 읽기]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김영민 교수님의 글을 읽었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높은 산이었다. 깊은 바다였다. 스스로를 깨기 위해 혁신이란 관점에서, 명문에 기대어 잡문을 더한다. 이런 글을 쓰시는 김영민 교수님의 통찰이 부러울 따름이다. 갈 길이 멀다.
고전을 읽는 일은 정신의 작은 죽음이다. 고전은 우리 정신의 그릇을 뽀갠다. 고전을 읽고 난 뒤의 정신은 상처투성이다. 그 상처를 통해 정신의 그릇은 더 커진다. 고전 읽기는 정보나 위안을 얻기 위한 독서와 다르다. 고전은 그릇을 뽀개기 위해 읽는 책이다. 고전을 읽고 난 마음에는 상처가 새겨져 있다. 고전 읽기는 두려운 일이다. 정신의 바다에서 진리를 만나는 일이다. 바다로 나아가는 것은 친숙한 일상을 떠나는 일이다. 그 바다에서 죽음을 감수하고 진리를 찾는다. 진리를 만나지 못해도 정신의 임사 체험을 한다. 죽음을 각오하고 나면 자기보다 큰 것을 체험한다. 고전 읽기를 통해 조잡한 정신이 죽는다. 인간은 압도적인 상대를 마주함으로써 잠시나마 비열함을 벗어난다. 위대함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적 위대함은 비천함과 위대함을 결합한 것이다. 그 상태는 장엄하고 아름답다. 고전 읽기는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시작이다. 고전 읽기는 정신의 작은 죽음이다.
고전을 읽는 일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다. 정신의 그릇을 부수고 재조립하는 과정이다. 고전 독서를 통해 정신이 상처받는다. 그 상처를 통해 우리의 정신은 더 넓은 그릇으로 거듭난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틀을 깨야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정신의 바다에서 진리를 만나는 일은 혁신을 향한 도전과 닮아있다.
고전 독서는 정보를 얻기 위한 활동이 아니다. 위로나 공감, 소일을 위해서도 아니다. 고전은 내 정신의 그릇을 깨부수기 위해 읽는다. 기존 그릇이 부서져야 새로운 그릇을 만들 수 있어서다. 상처투성이의 새로운 그릇, 그것이 고전 독서의 결과다. 혁신 역시 기존의 구조를 부수고 새로운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상처와 혼란은 필연적이다.
고전 읽기는 고래와 마주하는 경험이다. 진리를 향해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선원의 여정이다. 고래라는 거대한 존재는 인간에게 무심하다. 죽음을 감수하면서도 진리를 찾아 바다로 나서는 행위는 혁신을 향한 도전이다. 익숙한 일상을 떠나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는 용기. 혁신가에게 필수적인 덕목이다.
고전 읽기는 정신의 임사체험이다. 죽음을 각오한 뒤 새롭게 펼쳐지는 삶! 고전을 읽는 이유다. 혁신 역시 죽음을 겪는다. 기존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는 과정이 곧 그것이다. 죽음을 마주하는 것. 그 과정에서 자신의 비열함을 직시한다. 자신을 압도하는 어마어마하게 큰 존재의 일개 파편임을 깨닫는다.
『모비 딕』에서 말하는 '민주적 위대함'은 비천함과 위대함의 결합이다. 고전 독서를 통해 얻는 진리도 마찬가지다. 진리는 선과 악을 넘어서 존재한다. 혁신의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진리도 다르지 않다. 통상적인 선악의 범주를 넘어선다. '강렬한 악과의 대결 속에서 단련된 선'이자 '매혹적인 아름다움마저 구현하는 강렬한 악'이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상태. 이것이 진정한 혁신의 결과다. 노자의 '유무상생' 철학이 오버랩되는 지점이다.
고전 독서는 자기 인생을 에워싼 만리장성과 마주하는 일이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만리장성을 넘어선 곳에는 더 큰 공허가 기다릴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곳에는 자유가 있다. 비열함의 구속을 벗어나는 자유. 혁신가는 그 자유를 향해 나아간다. 부서진 자아의 파편이 낭자한 곳. 그곳에서 새로운 자아를 찾는다. 그곳은 차갑고 무섭지만, 달짝지근한 말들이 횡행하는 지금 여기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곳이다.
고전 읽기는 정신의 죽음이다. 혁신가는 그 죽음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다. 나를 비워야 새로운 나로 거듭날 수 있어서다. 아무도 아닌 사람이 되어야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어서다. 고전 읽기는 혁신을 향한 정신의 도전이다. 그러니 모쪼록 얼음 사이에서 온기를 유지하라. 이 세상에 살되 그곳에 속하진 마라. 그 어떤 계절에도 그대만의 체온을 유지하라.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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