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세계경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여파는 여전히 크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세계 경제의 흐름을 뒤흔드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 디지털 혁명과 AI의 도래, 지정학적 갈등의 심화,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요구가 기업들을 새로운 길로 내몰고 있다.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 확산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요한 요인이다. 팬데믹이 드러낸 공급망의 취약성은 각국이 자국 중심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만들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스마트 팩토리와 회복탄력성 강화라는 두 축이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도전, 새로운 기회! 송재용 교수와 함께, 포스트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대전환의 맥을 짚어본다.
▶ 급변하는 경영 환경과 변화의 방향
글로벌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변화의 주요 방향은 크게 4가지다. 첫째,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혁명이 가속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기존의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둘째, 지정학적 갈등과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대전환이다. 미중 갈등이 기술과 무역에 영향을 미친다. 각국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지역 중심의 생산을 강화하는 추세다. 국가 간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중심의 생산 구조를 강화하는 전략적 흐름이다.
셋째, 부채 증가로 인한 장기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경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팬데믹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제는 장기 저성장에 빠졌다. 기업들의 재정적 부담을 증가시키는 요소다. 경제 위기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넷째, 기후변화와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경영의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투자자의 요구와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글로벌 경영 환경은 디지털 전환, 지정학적 갈등, 경제적 불확실성, 기후변화 및 ESG 경영의 중요성 증대로 요약된다. 이러한 변화는 불확실성과 불연속적 변화를 야기한다.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전략적 민첩성을 높여야 한다.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대응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 자국 중심주의와 디지털이 이끄는 공급망 전환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겨나니 저것이 생겨난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없어지니 저것이 없어지는 법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흐름에도 이유와 배경이 있다.
첫째,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다. 각국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자국 생산을 강화하고 있다. 둘째, 주요국 정부의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이다. 해외로 이전했던 제조업을 다시 자국으로 되돌리는 현상이다. 주요국은 자국 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안정성을 위해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다. 셋째, 미중 패권전쟁으로 인한 대중국 압박 강화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중요한 요소다. 넷째,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다.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과 물류에 큰 차질을 빚었다. 공급망의 취약성을 만천하에 드러낸 사건이다. 각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게 된 계기다. 다섯째, 디지털혁명에 따른 스마트 팩토리 기술의 발전이다. 자동화, 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결합된 스마트 팩토리가 확산되고 있다. 제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유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요인이다. 여섯째, 원가효율성에서 회복탄력성 강화로 기업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비용 절감이 최우선이었다. 이제는 위기 상황에서도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기업들이 공급망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게 된 이유다.
▶[참고] 믹스쇼어링(Mix-Shoring)이 대세다!
믹스쇼어링은 온쇼어링, 오프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글로벌 제조 및 서비스 전략을 의미한다. 온쇼어링은 해외에서 운영하던 제조시설이나 서비스 센터를 국내로 되돌리는 방식이다. 오프쇼어링은 생산 및 서비스 기반을 국내에서 해외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니어쇼어링은 생산 및 서비스 기반을 근접한 국가로 옮기는 방식이다. 프렌드쇼어링은 생산 및 서비스 기반을 우호국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등장 배경? 글로벌 정세의 불안정과 전쟁 및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온쇼어링, 오프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 방식을 적재적소에 혼합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해서다.
▶ 로보틱스와 스마트팩토리: 선진국 공장 이전 촉진
주요 이슈를 하나씩 들여다보자. 지정학적 변화가 요동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과 미국의 대중 경제 강화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완화하려 한다. 반도체,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안보 리스크도 커졌다. 유럽은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안정성을 위해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그래서 확산되는 게 프렌드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이다. 프렌드쇼어링은 정치적, 경제적으로 우호적인 국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것이다. 니어쇼어링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으로 공급망을 이전하는 전략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생산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이다.
글로벌 경제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서비스 산업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하드웨어 분야의 핵심은 로보틱스다. 특히 산업용 로봇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테슬라와 현대자동차는 로봇을 생산라인에 투입하려 한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같은 휴먼 로봇이 그 예다. 스마트팩토리와 공장 자동화는 생산성을 높이고 인간 노동력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선진국으로의 공장 이전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노동력 문제도 로봇과 스마트팩토리로 해결 가능하다. 그러니 기업 입장에선 시장과 고객이 있는 미국으로 공장이 돌아올 이유가 생긴다. 글로벌 공급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기술적 요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맥킨지 서베이에 따르면, 글로벌 500대 기업의 93%가 공급망 전략을 변경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원가 효율성 극대화 전략을 추구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과거에는 한 곳에 집중하여 생산 비용을 최소화했다. 중국이 대표적인 생산지였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장 봉쇄가 빈번해지면서 공급망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미중 패권 전쟁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이유가 되었다.
애플의 경우 중국에서 아이폰을 조립했다. 잦은 공장 봉쇄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미국 정부도 애플에 중국 의존을 줄이도록 압박했다. 하지만 공급망을 옮기는 것은 단순히 공장 하나를 옮기는 문제가 아니다. 부품 공급업체 네트워크도 함께 이동해야 한다. 러시아 전쟁 이후 한국 현대자동차가 러시아에 지었던 공장도 큰 손실을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다변화와 복수화, 지역화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이려 한다.
맥킨지 서베이에 따르면, 10개 기업 중 9곳이 공급망 전략을 변경할 계획이다. 실제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지역화 노력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 과정에서 건설비용과 운영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상승한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가 하락했지만, 중앙은행의 목표인 2%까지 빠르게 내려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대전환이 비용을 올리고 있어서다. 이 트렌드는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을 것이다.
▶ 유럽의 안보와 경제: 러-우 전쟁 이후의 지정학적 변화
지정학은 주권을 가진 각 국가 세력의 지리적 분포가 국제 정치, 경제, 안보 등에 미치는 영향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이 지정학이 세계 판도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핵심은 미중 갈등이다. 여기에 불을 붙인 사건이 있다. 바로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이 사건은 새로운 블록화 구조와 신냉전 구도를 강화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리더십을 미국 중심주의와 고립주의로 전환했다. 이에 유럽은 실망했다. 독일과 프랑스는 중국 쪽으로 기울었다. 독일은 자동차와 기계를 중국에 많이 팔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하루 아침에 상황이 바뀌었다. 안보와 경제가 충돌하면 우선순위는 안보다. 유럽은 2차 대전 이후 평화를 구가했다. 자연스레 군사력이 약화됐다. 돈을 들여 군사력을 강화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핵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심각한 안보 위협에 직면했다.
단기간에 군사력을 강화하기는 어렵다. 결국 유럽은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22년, 나토 확대 정상회담이 열렸다. 여기에는 일본, 한국, 호주 정상이 초청되었다. 회담의 공동선언문에는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구절이 포함되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는데 왜 중국의 위협을 언급했을까? 미국이 이를 주도했다. 유럽, 일본, 한국, 호주가 받아들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없었다면 유럽은 받아들이지 않았을 내용과 형식이다. 특히 트럼프 시절에는 더욱 그랬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비동맹을 강조하며 외세를 배격해왔지만, 반미 전선에 함께 서 있는 러시아를 지지할 수밖에. 중국을 바라보는 서방의 시선이 우호적일 수 없었다.
최근 중국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휩쓸었다. 유럽은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독일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에서 독일은 중국에 러시아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자동차, 전기차 문제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안보 리스크가 커졌다. 유럽은 다시 미국 편에 섰다. 유럽은 바이든을 선호한다. 바이든은 동맹을 설득해 끌어들이는 전략을 사용한다. 본질적으로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시즌2와 다를 바 없다. 따지고 보면, 어느 나라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게 사실이다. 당연한 일이다.
바이든은 프렌드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을 강조하고 있다. 프렌드쇼어링은 한국 같은 동맹국을 활용하는 것이다. 니어쇼어링은 인접한 자유무역협정 국가를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멕시코, 서유럽은 동유럽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저임금 거점으로 이런 나라들을 활용하는 전략이 지난 몇 년 사이에 대폭 확산되었다.
▶ ‘안미경중’의 변화: 한국의 지정학적 대응
한국의 입장이 중요해졌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안미경중’ 전략을 사용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했다. 좌파, 우파 정권 모두가 채택했던 전략이다. 21세기 한국 경제의 성장 유지 비결 중 하나였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했다. 미국이 허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태도가 달라졌다. 트럼프 이후 바이든까지, 미국의 요구가 커졌다. "도대체 한국은 누구 편이냐?"는 질문이 많아졌다. 지난 정부 말기, 미국은 한국에 대한 불만이 컸다. 한국이 중국 편인지 미국 편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는 다른 스탠스를 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공약했다. 당선 후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한 이유다. 논란이 많은 대목이다. 어떤 이는 친미 노선이 중국 시장을 잃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반면, 블록화 상황에서 안보상 미국 편에 서는 것이 득이 된다는 관점도 있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면 중국과의 관계도 잘 가져가는 게 맞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삼성전자는 10년 전 스마트폰 중국 시장 점유율 1위였다. 현재는 1% 점유율에 그친다. 현대기아차는 7~8년 전 중국에서 자동차 160만 대를 판매했다. 재작년엔 37만 대로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다. 화장품과 가전제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하락했다. 한국 제품들이 중국에서 맥을 못 춘다. 사드 보복 때문이라고? 천만에. 더 큰 이유가 있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품질과 기술 경쟁력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요컨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중국 시장을 가져올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한국 기업에 기회가 생겼다. EU도 일정 부분 중국을 막고 있다. 한국 주력산업에 좋은 기회다. 중국 시장보다는 미국과 우방국 시장이 더 크다. 이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방위산업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변압기, 전선까지 포함된다.
그렇다고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립 서비스일지언정 일정 부분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한국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경쟁력 문제 때문이다.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실리를 취하며 안보와 경제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국과의 관계는 신중히 유지하되, 미국과 우방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 글로벌 공급망의 새로운 흐름: 원가 절감에서 리스크 분산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원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했다. 지금은 버퍼 확보와 리스크 분산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변하고 있다. 제조 거점의 복수화, 다변화, 지역화가 진전 중이다.
해외로 공장이 나가는 것을 오프쇼어링이라고 한다. 오프쇼어링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째, 중국 같은 저임금 국가로 공장이 옮겨가는 원가 절감형 오프쇼어링. 둘째, 미국 같은 선진국으로 공장이 가는 시장 접근형 오프쇼어링. 팬데믹 이전 40년 동안, 대세는 원가 절감형 오프쇼어링이었다. 시장 접근형 오프쇼어링은 미미했다. 하지만 포스트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대전환 국면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시장 접근형 오프쇼어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원가 절감형 오프쇼어링은 정체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대상 국가도 완전히 바뀌었다. 중국 일변도에서 4대 권역으로 분산되고 있다.
4대 권역? 앞으로 10년 이상 견조한 성장을 할 지역이다. 과거에 중국이 그랬듯이 전 세계 투자가 몰려들 거다. 4대 권역이 어디냐고? 첫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다. 둘째, 제2의 중국, 인도다. 인도는 작년에 8.2% 성장했다. 셋째, 멕시코다. 작년 대미 수출 1위 국가로 떠올랐다. 넷째, 동유럽이다. 서유럽의 니어쇼어링 거점이다. 한국은 이 4대 권역을 제조 거점으로, 공급망 거점이자 시장으로 적극 공략해야 한다.
중국은 어떻게 될까? 10년 내로 경제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진국 함정에 빠져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30년에 3% 내외, 2%대일 수도 있다. 인구 문제, 부동산 문제, 공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 등이 심각하다. 미국의 견제로 하이테크 산업 육성도 어려워지고 있다. 수출 역시 어려워지면서 중국 경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중국 기업들도 중국을 탈출하고 있다. 동남아로, 멕시코로 이동 중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해서다. 지오폴리틱스로 인한 미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해외 기업도 중국을 떠나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 제조업의 미래: 미국과 새로운 제조 거점들의 부상
시장 접근형 오프쇼어링이 늘어나면서 그 수혜를 오롯이 받아낸 나라가 있다. 맞다, 미국이다. 놀랍게도 작년 전 세계에서 제조업 해외 투자를 가장 많이 유치한 나라가 미국이었다. 전 세계 제조업 해외 투자의 4분의 1이 미국으로 갔다. 10년 전이었다면 중국이 차지했어야 할 수치다. 제조업의 불모지였던 미국이 어떻게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미국에 제조 생산 투자를 가장 많이 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그 뒤를 독일과 일본이 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그의 재임 3년 동안 미국에 72조 원을 투자했다고 자랑했다. 2022년, 한국의 4대 그룹이 약속한 대미 투자는 100조 원을 넘었다. 2021년까지 한국 기업이 대외 해외에 투자한 총 금액이 626조 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액수다. 불과 10년 전이었다면 중국으로 갔을 돈이다. 지금은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은 전 세계 제조업 해외 투자의 4분의 1을 끌어들였다. 전 세계 투자가 몰려들고, 미국 기업의 유턴 투자도 늘어나는 중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제조업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도 있다. 말이 날개를 단 격이다.
리쇼어링도 중요한 요소다. 리쇼어링은 해외로 갔던 자국 공장이 유턴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리쇼어링 인센티브 정책으로 2010년 10개 공장이 돌아왔다. 2021년에는 1,844개 공장이 돌아왔다.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이는 엄청난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왜 돌아올까?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은 GE였다. GE 대부분의 공장은 중국에 있었다. 10년 전, GE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이 바뀌었다. 당시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중국에서 미국으로 냉장고 공장을 돌렸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물류비용, 규제 비용이 합쳐져 중국 제조 원가가 미국 제조 원가의 80~90% 수준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와 스마트 팩토리 구축으로 원가 차이를 메꿀 수 있게 되었으니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후, 인건비 갭은 더 줄어들었다. 스마트 팩토리 기술은 더 발전했다. 미국 정부의 인센티브 역시 더 강력해졌다. 많은 공장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이유다. 엄청난 지각 변동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나라는 베트남, 인디아, 멕시코, 동유럽의 4대 권역과 미국이다. 미국 경제는 앞으로도 계속 좋을 것이다. 인도, 베트남, 멕시코와 함께 미국은 제조업의 핵심 거점이 되고 있다. 인도는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의 효과로 8.2% 성장을 기록했다. ‘메이크 인 인디아’는 모디 총리 취임 직후인 2014년 9월, 인도를 제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며 내세운 경제개발 정책이다. 과도한 서비스업 의존에서 벗어나 고용 유발 및 낙수 효과가 큰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은 미국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지위로 격상되었다. 미국도 이제 베트남을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 거점으로 더욱 육성하려 한다. 멕시코는 대미 수출 1위 국가가 되었다.
반면, 중국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중국 기업도 중국을 빠져나가고 있다. 불과 5년 전, 10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 회복탄력성 강화 전략: 도요타와 애플의 교훈
기업 입장에서는 회복탄력성 강화가 중요해졌다. 벤더와 지역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도입한 배경이다. 도요타를 보자. 도요타는 원가 효율성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이었다.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생산 방식으로 재고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동일본 대지진으로 큰 낭패를 봤다. 도요타의 주요 부품 생산 공장이 지진으로 셧다운되었다. 전체 생산 라인이 멈췄다. 저스트인타임 생산 방식이었기에 쌓아둔 재고도 없었다. 도요타는 10조 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
도요타는 이 경험을 통해 회복탄력성 강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자연재해, 지진, 전쟁 등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벤더나 지역을 분산시키는 전략을 채택한 이유다. IT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개선했다. 단일 벤더를 복수 벤더로 전환했다. 복수 벤더도 지역적으로 분산시켰다. 도요타는 주요 해외 거점에 벤더들을 동반 진출시켰다. 그 지역에서도 현지 벤더를 확보했다. 물류 교란에 대비해 물류업자도 복수로 확보했다. 비용이 올라가더라도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아이폰 조립 라인의 98%가 중국에 있었다. 지금은 라인 중 25%를 인도로 옮기고 있다. 앞으로 더 옮길 예정이다. 중국 시장이 크기 때문에 완전히 철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애플은 야금야금 생산 거점을 분산시키고 있다. 에어팟 조립 라인은 베트남으로, 아이폰 조립 라인은 인도로 옮기는 식이다.
도요타는 저스트인타임에서 저스트인케이스(Just-In-Case)로 전환했다. 부품 표준화를 통해 모델 간 공유를 강화했다. 벤더 부품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공급망의 지역화를 추진하고, 단일 벤더 소싱 시 제조 거점을 복수화하거나 3개월 치 재고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삼성도 벤더 복수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 서비스업의 글로벌화: 시장 접근형 전략의 필요성
과거에는 원가 효율성만 중시했다면, 이제는 회복탄력성도 중요해졌다. 다원화라는 관점에서 원가 절감형과 시장 접든형 오프쇼어링, 두 요소를 적절하게 믹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제조업 말고 서비스 산업 분야는 어떨까?
서비스업에서도 회복탄력성과 시장 접근은 여전히 중요하다. 서비스업은 제조업과 달리 물리적 제품이 아닌, 경험과 지원을 제공한다. 따라서 접근성과 고객 경험이 더욱 중요하다. 글로벌 서비스업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전략을 통해 시장 접근을 최적화하고 있다.
첫째, 디지털화와 기술 활용이 핵심이다. 원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금융, IT, 교육 서비스 등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팬데믹 동안 원격 근무와 온라인 교육이 급증하면서 디지털화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둘째, 현지화 전략이다. 각국의 문화, 규제, 소비자 선호도를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나 광고 회사들은 현지 지사를 설립해 현지 전문가와 협력하며 시장에 적응한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셋째, 다국적 인재 채용이다. 글로벌 서비스업에서는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인재가 중요하다. 다국적 인재를 채용해 글로벌 고객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는 요소다.
넷째, 규제와 법적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각국의 규제와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업은 데이터 보호, 소비자 보호, 세금 등의 법적 문제에 민감하다. 글로벌 법무팀을 운영하거나 현지 법률 전문가와 협력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마무리다. 지정학적 갈등과 경제적 불확실성이 팽배한 시대다. 공급망 재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팬데믹 이후, 기업들은 더 이상 단순한 효율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회복탄력성과 민첩성을 함께 좇는다. 이와 함께 AI와 스마트팩토리가 새로운 산업의 표준을 만들고 있다. 과거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새로운 게임의 룰이다.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 적응하지 않으면 사라질 뿐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대전환은 새로운 기회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때다.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