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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의 경계: '원더랜드'가 던지는 질문들

[방구석5분혁신.영화리뷰]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기술 대변혁 시대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세상. 김태용 감독의 영화 '원더랜드'는 시대의 핵심을 꿰뚫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AI와 가상 세계가 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는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다양한 높낮이의 철학적 고민을 우리에게 던진다.


영화의 배경은 가상 세계인 '원더랜드'다. 아니,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다.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복잡한 세계. 영화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영화가 다루는 건 거대한 사건이 아니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일상 속 갈등과 고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원더랜드 서비스는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다.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AI와 메타버스 기술의 미래를 예고한다. 가상의 인격이 원본 인간의 기억과 행동을 기반으로 원더랜드에서 살아가는 모습은 흥미롭다. 워킹맘 바이리는 원더랜드에서 고고학자가 된다. 항공사 직원 태주는 우주 비행사로 재현된다. 이러한 설정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여기서 비롯되는 철학적 질문은 깊고 크다. 


정희와 태주의 이야기. 혼수 상태에 빠진 태주를 그리워하던 정희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해 태주를 다시 만난다. 그러나 현실에서 깨어난 태주는 더 이상 정희가 기억하는 태주가 아니다. 정희는 현실의 태주 대신 원더랜드의 태주에게 의지한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현실의 태주와 가상의 태주 사이에서 정희의 심리적 갈등은 심화된다. 어느 쪽이 진짜 태주인가? 정희의 선택은 무엇일까?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교차점. 가상 세계 속 인격은 놀라운 독자성을 갖는다. 단순한 복제를 넘어 독립적 존재로 진화한다. 때로는 현실보다 더 생생하고 진실해 보인다.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낸다. 원더랜드 속 태주와 현실 세계 태주의 전화 통화. 관객은 근본적 물음에 직면한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현실의 나와 가상의 나, 어느 쪽이 더 진실한가?


바이리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현실 속 바이리는 바쁜 일상을 보내는 워킹맘이었다. 어린 딸 지아를 챙길 시간도 부족했다. 원더랜드 속 바이리는 자신의 꿈이었던 고고학자로 재현된다. 엄마의 죽음을 모르는 지아는 원더랜드 속 바이리와 영상통화를 하며 엄마와의 관계를 회복한다. 하지만, 바이리의 죽음을 아는 바이리의 노모에게 원더랜드 속 바이리는 허상일 뿐이다. 가상이 현실을 대체할 수 있을까?



AI와 메타버스로 표현되는 디지털은 죽음의 개념마저 재정의한다. 육체는 사라져도 남은 이들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면 그는 살아있는 걸까? 생명과 죽음의 경계는 어디일까?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기술이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바꿀 수 있을까?


가상 세계가 일상이 되면? 현실에서의 관계보다 가상에서의 관계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가상 속 완벽한 인격과 소통하는 게 더 편해질 수 있다. 실제에서 가상으로의 이러한 무게중심 이동은 우리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인간 관계의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지평을 넓힌다. 동시에 새로운 한계를 만든다. 무한한 가능성과 예측 불가능한 위험이의 공존. AI는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우리의 기억과 행동을 완벽하게 카피한 AI가 나온다면? 그 과정에서 우리 인간이 얻을 건 무엇이고, 잃을 건 무엇일까? 개인의 고유성은 사라질까? 아니면 새로운 차원의 자아를 발견할까? 인간의 욕망과 윤리의 균형은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가상과 현실이 뒤섞일 때, 옳고 그름의 기준은 무엇일까? 가상 세계에서의 행동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은? 책임의 소재는 어디에 있을까? 법과 제도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영화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모호한 경계 속에서 인간의 정체성은 어떻게 정의될까?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 속에서 인간다움의 의미는 무엇일까? 기계와 인간의 구분은 가능할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 기술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숙명이다. 개인의 선택이 모여 사회의 방향을 결정한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


'원더랜드'는 거울이다.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 관객은 영화를 보며 각자의 답을 찾아간다. 진짜와 가짜의 경계,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교차점에서 빚어지는 새로운 시대.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그래서 묻게 된다. "연결하시겠습니까?"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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