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영화 리뷰]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 선택이 내 것인가? 아니면 남의 것인가? 영화 '탈주'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임규남 중사(이제훈 역), 그는 달린다. 철조망을 넘고 지뢰밭을 건넌다. 총알이 빗발치는 DMZ를 가로지른다. '나'로 살기 위해서다. "마음껏 실패해보고 싶어서 가는 겁니다." 그의 외침은 울림이 크다. 실패할 자유, 그것마저 없는 삶이란 무엇인가?
리현상 소좌(구교환 역), 그는 막는다. 하지만 현실에 순응한 그의 눈빛은 흔들린다. 피아노를 치던 그의 손가락엔 자유에 대한 갈망이 묻어난다. "가라. 가서 마음껏 실패하라..." 결국 그도 인정한다. '나'로 사는 삶의 가치를.
영화 '탈주'는 우리 삶에 대한 은유다. 주어진 삶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그 길은 험난하다. 늪에 빠질 수도, 총에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치 있다. "죽어도 내가 죽고... 살아도 내가 산다!"라고 절규하는 임규남이 원하는 것은 '자유(自由)'다. 내 삶의 선택지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자유.
'나'로 살기. 그것은 권리이자 의무다.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나만의 삶. 그 무게를 지는 것이 진정한 자유다. "내 앞길 내가 정했습니다." 힘주어 말하는 임규남의 결기에서 그가 그 누구도 아닌, 오롯이 그 자신으로 존재함을 알게 된다. 주인 되는 삶을 향한 그의 탈주는, 그래서 멈출 수 없다.
'나'로 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나로 삶아야 내 삶이다. 주인의 삶이다. 그렇지 못한 삶은 허깨비 삶이다. 노예의 삶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선택으로 시작되는 새로운 탈주. 그것이 바로 '나'로 사는 삶의 시작점이다.
영화 '탈주'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삶을 살고 있냐고. 그리고 말한다. 진정한 자유는 '나'로 살아가는 용기에서 시작된다고.
이 영화의 미덕은 이제훈과 구교환, 두 배우에게 힘 입은 바가 크다. 두 사람은 임규남과 리현상이라는 인물 그 자체가 되어 스크린을 압도한다. 이제훈이 연기한 임규남의 눈빛에서 자유를 향한 갈망이 느껴진다. 그의 거친 숨소리, 땀에 젖은 군복, 진흙 묻은 얼굴. 모든 것이 탈북의 고통과 절실함을 생생히 전달한다.
구교환이 연기한 리현상의 복잡한 내면은 섬세한 표정 연기로 드러난다. 피아노를 칠 때의 그 미세한 손떨림. 규남을 쫓으면서도 망설이는 눈빛. 그의 연기는 북한 체제 속 지식인의 고뇌를 절절히 보여준다.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은 영화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DMZ에서의 대치 장면은 압권이다. 말없이 눈빛만으로 오가는 감정의 교류가 관객을 숨 막히게 한다. '나'로 살고자 하는 자와 그럴 수 없는 자. 두 인물의 대비를 통해 '탈주'는 단순한 탈북 영화를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자아실현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