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간 아들에게 아빠가 띄우는 편지]
시위를 떠난 화살같은 시간들. 일주일이 훌쩍 흘렀다. 입소식이 끝나고 까까머리 동기들과 오와 열을 맞추어 들어가던 네 뒷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아빠나 엄마나 울컥했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18개월'이란 생각으로 참을 수 있었다. 아들에 대한 믿음 또한 컸기에 살짝 눈물만 지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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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이 있더라. 군대는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 게 좋다는 사람들. 26개월 군생활을 마친 아빠 생각은 좀 다르다. 부러 찾아갈 이유는 없어도 굳이 피할 까닭 또한 없다고.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무조건 좋거나 무조건 나쁜 일은 없다. 세상은 그리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 법. 군대도 마찬가지다. 그저 의미없는 시간만은 결코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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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와 부조리로 가득한 것 같지만 크게 보고, 길게 보고, 넓게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 또한 우리 삶의 모습이다. 그러고보면 군생활이란 게 정글같은 삶과 사회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는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흔히들 '군대를 마쳐야 철이 든다'라고 얘기하는 이유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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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않아도 안다. 듣지 않아도 안다. 당장이야 힘들 거다. 하지만 18개월의 군생활이 이후 네 삶에 있어 큰 자산이 될 거다. 진짜다. 그러니 아빠 아들은 잘 해내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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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나 저제나 하며 소식을 기다렸다. 드디어 오늘, 네 사진이 떴더라. 동기들 사이에 섞여 있어도 한 눈에 알아보았다. 군모를 쓴 모습이 늠름하고 멋지더라. 더 반가운 건 옅으나마 너의 웃음. 그간 가족사진 찍을 때는 보기 힘들었던 네 웃음을 보니 맘이 놓이더라. 그래,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다. 그렇게 웃으며 한 발 한 발 나아가 보자. 18개월도 금방이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몸이나 맘이나 늘 강건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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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사랑하는 아빠가 쓴다.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