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창의혁신 리더 노자: 유연함이 경쟁력이다

[방구석5분혁신.노자경영]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규칙은 부서지고, 틀은 무너진다. 기존 질서가 곧 혼란이 되는 세상. 어제의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변화와 혁신이 일상이 된 지금, 새로운 길이 필요하다. 더하지 말고 덜어내라. 공을 이루려 하지 말고 공이 이루어지게 하라. 바야흐로 노자의 시간이다.


1. 오랫동안 공자철학은 우리 사회의 기본 틀이었다. 질서와 안정, 명확한 규칙과 기준을 강조했다. 공자는 군군신신(君君臣臣)이라는 말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라고 가르쳤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는 사회가 이상적이라고 봤다. 이런 철학은 중앙집권적 조직에서 특히 유효했다. 명확한 지휘 체계와 규범, 일사불란한 실행을 요구하는 산업화 시대에 잘 맞았다.


2. 지금은 다르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다. 글로벌 위기와 세대 교체가 이어진다.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한다. 변화가 일상이 되었다. 과연 공자의 방식이 여전히 유효할까? 공자가 강조한 고정된 역할은 창의성과 유연성을 가로막는다. 각자의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 시대다. 노자 철학이 주목받는 이유다. 노자 철학은 공자 철학과 대조적이다. 인위적인 규제나 교조적인 도덕률을 거부한다. 자연의 법칙을 중시한다. 


3. 유무상생(有無相生). 모든 것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상호보완적 관계를 이룬다는 가르침이다. 있음이 없음에 의지하고, 없음이 있음을 완성한다. 높은 산은 깊은 골짜기를 만들어야만 존재할 수 있고, 빛은 어둠이 있어야 그 의미를 가진다. 기쁨은 슬픔을 통해, 성공은 실패를 통해 완성된다. 그러니 리더라면 신중해야 한다. 한쪽 면만 보지 않고, 그 이면에 있는 의미까지 포괄해야 한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보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해야 한다. 함께 보아야 한다. 입체적으로 보아야 한다. 조화와 균형을 이룬 리더십이 거기서 나온다.


4. 무위자연(無爲自然). 내 마음 속 틀을 깨부수면 모든 것이 스스로 그러하리라는 가르침이다. 강물은 스스로 흐르고, 나무는 스스로 자란다. 굳이 강물을 밀어내거나 나무를 당겨서 키우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자연의 이치에 따라 제자리를 찾아간다. 그러니 리더라면 버려야 한다. 비워야 한다.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억지로 상황을 조작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알량한 내 지식을 앞세워 모든 걸 통제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얄팍한 나의 경험과 생각에 갇혀 구성원의 가능성을 제한해선 안 된다. 비우고 내려놓으면, 사람과 조직이 스스로 그러하듯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 


5. 공자철학이 규율을 통한 안정이라면, 노자철학은 자율 속의 조화다. 공자는 개인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중요하게 여겼다. 노자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했다. 공자의 세상은 규율과 도덕의 틀 안에서 유지된다. 노자의 세상은 인위적 규제 대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다.


6. 노자는 ‘무엇을 더할까?’가 아니라 '무엇을 뺄까?'를 고민했다. 불필요한 간섭을 없애고, 각자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노자 리더십이다. 구글의 20% 룰이 그 예다. 직원들이 업무 시간의 20%를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무수한 혁신적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무엇을 덜어내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오늘의 CEO들에게 노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7. 현대 경영 환경은 빠르게 변화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빈번하다. 정형화된 리더십은 힘을 잃었다. 각자가 자유롭게 움직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애자일(Agile) 방식이 대표적이다. 작은 팀이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유연함이다. 공자의 고정된 질서와 역할보다는, 노자의 자율과 창의성이 필요한 이유다. 


8. 오해하면 안 된다. 노자철학이 공자철학보다 뛰어나다는 얘기가 아니다. 시대마다 그에 맞는 철학이 있다는 거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준과 체계를 강조하는 공자철학이 유효했다. 지금은 다르다.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웹3.0. AI와 로봇 등 새로운 기술이 분초를 다투며 쏟아져 나온다. 디지털이 가속화하는 탈중앙화 세상이다. 창의와 혁신이 필요하다. 변화와 포용을 긍정하는 노자철학을 톺아봐야 하는 이유다.


9.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 배움은 더해가는 것이지만, 도는 덜어내는 것이다. 혁신으로 이어지는 건 채움이 아니다. 비움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매거진의 이전글 행복한 한가위를 보내고 다시 일상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