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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주는 것도 차별화다

조선일보 [실전MBA] 연재칼럼

*조선일보에 실린 연재기획 <안병민의 실전MBA> 칼럼입니다.


'차별화, 차별화' 노래를 부르다 보니 '차별화'에 매몰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른바 '차별화를 위한 차별화'다. 1992년 펩시콜라는 '콜라는 까맣다'는 고객의 선입관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졌다. 검은색 또는 흑갈색 일변도의 콜라 시장에 투명한 콜라 '펩시 크리스털'을 출시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까닭이다. 단지 색깔이 투명해진 콜라에 고객은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고객이 확실히 인식할 수 있는 가치가 있어야 제대로 된 '차별화'다.


차별화 전략을 실행할 때 또 하나 유의할 점이 있다. 바로 '차별화'의 방향이다. 일반적으로 '고객 가치'라 하면 뭔가를 더 주는 게 능사라고 오해하기 십상이다. 국내 인터넷 포털 업체인 네이버와 다음의 초기 화면을 보면 수많은 서비스 메뉴로 빼곡하다. 남들이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차별적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생각의 결과다. 그에 비하면 전 세계 1위 포털 구글의 초기 화면은 단출, 그 자체다. 하얀 바탕화면에 구글 로고와 함께 검색창 하나 달랑 붙어있는 게 다다. 고객이 원하는 본질에 집중하고 그 외의 것은 과감하게 생략, 제거, 삭제함으로써 또 다른 차원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한다. 남들보다 더 줌으로써뿐만 아니라 남들보다 덜 줌으로써도 이렇게 '차별화'는 가능하다. 남들보다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하는 게 중요한 세상이다.


싸이가 월드 스타로 발돋움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세계적 스타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 그는 싸이를 발탁한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는 유일무이(unique)하다. 한국 가수들이 미국 진출을 시도할 때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가 가장 예쁘고, 잘 다듬어진 모습을 선보이려 한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은 우리도 많다. 하지만 싸이는 달랐다. 아무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캐릭터, 그게 날 흥분시켰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수천 가지다.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라 내 갈 길은 내가 만들며 올라갈 일이다.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 선택받는 세상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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