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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안 쓰고 싶은 게 아니라 못 쓰는 거다!

[혁신가이드 안병민의 AI 너머]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아, 그냥 내가 하는 게 빠르겠다." 이 말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AI를 쓰고 싶지만 뭔가 잘 안 되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AI가 아니다. 나다. AI와 아직 친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I가 어렵다고? 원래 다 그렇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마다 인간은 늘 같은 감정을 느낀다. ‘이걸 꼭 배워야 하나? 귀찮은데. 그냥 내가 하던 대로 하면 안 되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엑셀을 처음 배울 때도 그랬다. 낯선 함수와 피벗 테이블 앞에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뜻대로 출력값이 안 나오면 ‘그냥 손으로 정리할 걸’ 후회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엑셀 없이는 단 하루도 업무를 볼 수가 없다. AI도 그렇다. 엑셀이 처음 우리에게 다가왔던 그때처럼.


처음에는 뭘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용기 내어 질문을 던지면 엉뚱한 답이 나온다. 보고서 요약을 시켰더니 서론만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핵심과 상관없는 문장에 꽂혀서 동문서답을 한다. 조금만 질문을 비틀어도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대답이 튀어나온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신입사원과 대화하는 기분. 이 답답한 과정이 귀찮아서 외면하고 도망치는 순간, AI를 잘 쓰는 사람과의 격차는 빛의 속도로 벌어지기 시작한다.


다른 것 없다. AI는 많이 써본 사람이 장땡이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 기술도, 지능도 아니다. 얼마나 많이 써봤느냐다. 어떤 사람은 AI를 비서처럼 활용해 하루치 업무를 두 시간 만에 끝낸다. 어떤 사람은 AI와 씨름하다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린다. 차이는? 경험치다.


많이 써본 사람은 말한다. "AI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는지 감이 온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넣어야 최적의 결과가 나오는지 이제 좀 알겠다." "결과물을 보고 ‘이거 좀 이상한데?’ 감지하는 눈이 생겼다." 책으로 배우거나 강의 몇 번 들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운전을 글로 배울 수 없듯, 직접 핸들을 잡고 덜컹거리는 길을 달려봐야 체득할 수 있는 감각이다. AI는 요리 레시피처럼 읽고 따라 하면 짠 하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AI야, 너 대체 왜 이러니?’라며 속 터지는 경험,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라고 수십 번 다시 물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인고의 시간이 쌓여 ‘AI 감각’이 된다.


AI를 잘 쓰고 싶다고? 일단 써라. AI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실수는 ‘이걸 써야 할 이유’를 찾으려 한다는 거다. 그럴 필요 없다. 유용한지 따지지 말고, 당장 써보자. 그냥 써보자. 무작정 써보자. 그래야 익숙해지고, 익숙해져야 진짜 활용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이게 내 업무에 도움이 될까?’ 고민하다 보면 평생 AI를 못 쓴다. 예컨대, 산더미 같은 회의록을 정리해야 한다면? 일단 AI에게 던져보자. 결과물이 엉망진창이라면? ‘핵심 안건별로 정리해 줘’, ‘결정된 사항만 요약해줘’라고 다시 시켜보자. 처음엔 AI가 이상한 이야기를 뱉어낼 수 있다. 하지만 몇 번의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면 ‘아, 이 녀석은 이런 식으로 얘기해야 알아듣는구나’ 감이 온다. 그 감이 쌓여야 비로소 AI가 ‘내 편’이 된다.


AI와 친해지는 방법? 단순하다. 자꾸 쓰는 거다. 더 쓰는 거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쓸 필요 없다. 대신, 자주 써야 한다. 거래처에 보낼 이메일 초안? AI한테 맡겨라. 다음 주에 발표할 보고서 개요? AI에게 써보라고 해라. 엑셀 표 자동화? AI한테 함수 짜달라고 해라. AI가 내놓는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럼 더 써라. 처음부터 AI가 완벽한 답을 줄 거라 기대하는 건, 피아노 처음 배우면서 ‘한 달 안에 쇼팽 연주하겠다’는 거랑 같다. 잘 될 리가 없다. 하지만 매일 뚱땅거리며 건반을 누르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AI도 마찬가지다. 질릴 때까지 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편해진다.


AI와 친해지는 과정은 마치 헬스장에 처음 간 사람과 같다. 처음엔 기구 사용법도 잘 모르겠고, 여기저기 근육만 욱신거린다. ‘이게 맞나? 시간 낭비 아닌가?’ 싶다. 하지만 꾸준히 하면 어느 순간, 거울 속 내 몸에 근사하고 매끈한 ‘AI 근육’이 붙어 있다.


이제 세상은 AI를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으로 나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AI를 잘 쓰는 사람이 점점 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오늘 AI가 귀찮다고 외면하면, 내일은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들에게 밀릴 수밖에. 세상과 기술 변화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더 이상 고민할 것 없다. 일단 AI랑 친해지자. 오늘부터 AI를 더 많이, 더 자주 써보는 거다. AI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는 결국 단 하나. 누가 더 많이 써봤느냐, 그거다. 결국, AI를 잘 쓰는 사람이 이긴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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