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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응이다: 그녀의 '커뮤니케이션'이 놓친 것들

[방구석5분혁신.전략 분석]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위기는 구조에서 자란다. 이번 박나래 사안도 같다. 매니저들의 갑질 주장보다 더 큰 파장은 대응 과정에서 발생했다. 의혹은 사실 확인을 요구한다. 메시지는 신뢰를 요구한다. 행동은 일관성을 요구한다. 이 세 축이 무너졌다. 사건이 확대된 이유다. 진실 여부를 떠나 '커뮤니케이션 전략' 관점에서 하나하나 짚어본다. 실패를 해부하는, 일종의 전략 부검이다. (2025년 12월 6일 오후 7시 현재까지의 기사 정보에 기반한 분석입니다.)


1. 초동 대응. 설명 실종. ‘역공’ 선공


첫 입장문에 사실관계 설명이 빠졌다. 핵심 의혹에 대한 직접 해명도 없었다. 갑질 여부, 폭언 여부, 상해 여부, 대리처방 심부름 여부, 정산 문제. 이 모든 이슈에 대한 구체적 대응이 비어 있다. 대신 입장문 상당 부분이 전 매니저들의 금전 요구와 향후 법적 대응 방침 설명에 할애됐다. 전 매니저들의 주장보다 ‘퇴사 후 수억 요구’ 프레임을 먼저 내세운 셈이다. 위기관리의 표준 절차가 무너진다. 먼저 사실을 공개하고, 그다음 조사 계획을 밝힌다. 필요하면 마지막에 법적 대응을 말한다. 이번 대응은 순서가 뒤틀렸다. 그래서 여론은 “해명 대신 맞불”로 읽는다.


2. “사실관계 확인 중” vs “상대 비난 단정”의 자기모순


입장문 구조가 흔들린다. 앞에서는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한다. 직후와 이어지는 메시지에서는 전 매니저들이 수억 원을 요구했고, 근거 없는 주장과 압박을 이어왔다는 식의 단정형 서사를 반복한다. 나아가 이후 보도에서는 공갈 혐의 고소와 “협박에 가까운 금전 요구”라는 프레임까지 더해진다. 스스로에겐 유보. 상대에겐 단정. 메시지 균형이 무너진다. 위기 국면에서 신뢰를 잃게 만드는 패턴이다. 명확한 팩트를 제시하지 않는 공격은 여론을 설득하지 못한다.


3. 핵심 논점 이탈. 프레임 전환 실패


대중이 알고 싶은 건 단순하다. 갑질이 있었는가. 폭언이 있었는가. 상해가 있었는가. 사적 지시가 있었는가. 박나래 측 메시지는 이 논점에서 빠르게 도망친다. 의혹의 실체보다 전 매니저의 요구액을 강조한다. 이어 “횡령했다”는 역의혹으로 장면을 전환한다. 전형적인 '논점 바꾸기'다. 본질 규명은 미뤄지고 인신공격만 남는다. 대중은 이런 프레임 전환을 신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혹만 더 선명해진다.


4. 감성 서사의 오용. 시대착오적 카드


입장 이후 감정 호소형 멘트가 등장한다. “가족이라 생각했던 친구들” “정신적 충격으로 누워 있다” 같은 표현이다. 이런 문장은 노동·인권 쟁점 앞에서, 역효과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이 있는데 가해 의혹 당사자가 감정부터 말하는 느낌을 준다. 대중은 이런 서사를 공감 장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팬덤은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사나 광고주는 불안해한다. 감성 서사는 위기 대응에서 위험한 카드다.


5. 행동과 메시지의 불일치


공식 메시지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전면에 둔다. 공갈·협박 고소, 횡령 고소 준비. 이런 문장이 전면에 깔린다. 같은 시점. 일부 보도에서 전 매니저 측은, 이 사안이 공론화되기 전 박나래 측이 합의를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겉과 속이 갈라진다. 대중은 의심한다. “밖으로는 강경. 뒤로는 협상.” 위기 커뮤니케이션에서 이 불일치는 치명적이다. 신뢰가 무너지고 방어전 이미지가 강화된다.


6. 리스크 포트폴리오 관리 실패


이번 사안은 다층적이다. 갑질 의혹. 상해 주장. 사적 지시. 대리처방 문제. 기획사 무등록 운영. 자금 운용 논란. 전 매니저 횡령 의혹까지 뒤섞인다. 리스크가 하나의 라인이 아니다. 종합 관리가 필요하다. 쟁점을 묶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법적·평판 리스크를 분리해야 한다. 하지만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발생 즉시 반박’ 방식이다. 의혹 하나 나오면 즉각 반박에 나선다. 단기 대응에 매몰되면 안 된다. 장기 신뢰를 고려해야 한다.


7. 이해관계자 관점 실종


메시지의 초점은 전 매니저 공격에 몰려 있다. 그런데 실제 영향력을 가진 이해관계자는 다르다. 방송사. 광고주. 제작진. 플랫폼. 이들은 노동 환경과 재발 방지 계획을 보고 판단한다. 회사 운영 시스템을 확인하고 리스크를 계산한다. 하지만 박나래 측 메시지에는 이런 키워드가 없다. 제도 개선 언급도 없다. 외부 조사도 없다. 재발 방지 계획도 없다. 그럼에도, 방송 활동은 당분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기조다. 이해관계자를 안심시키는 언어가 없다.


진짜 위기는 위기 자체를 넘어선다.


대응의 방식이 위기의 크기를 결정한다. 이번 박나래 사례는 의혹의 경중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 부재가 더 큰 파문을 만들었다. 설명 부족, 메시지 혼선, 감정 호소 과잉, 이해관계자 관점의 실종 등이 겹치며 사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됐다. 신뢰는 정보의 투명성과 행동의 일관성에서 나온다. 대중은 사실을 요구한다. 파트너들은 안전을 요구한다. 브랜드는 예측 가능성을 요구한다. 이 요구에 먼저 답하는 사람이 위기에서 빠져나온다. 이 사건은 그 원칙을 다시 상기시킨다. ⓒ혁신가이드안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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