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검자상(飛劍自傷): 날린 검에 내가 베이다

[무협 픽션.대환장 무림기]

본 무협 픽션에서 묘사된 모든 인물, 단체, 사건, 그 밖의 일체의 명칭과 고유명사는 실제와는 일절 관계가 없이 허구로 창작된 것임을 밝힙니다.


제1장. 독(毒)이 든 명검


천하를 호령하는 창천맹(蒼天盟)의 맹주 '명존(明尊)'이 좌중을 향해 비단 보따리를 풀었다. "강호의 통합을 위해, 내 홍무방(紅武幇)의 중진 '혜소'를 재정총관으로 삼겠소."


보따리가 풀리자 혜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붉은 홍무방의 도복 위에 푸른 창천맹의 관복을 걸치고 있었다. 명존의 보따리는 화합의 제스처가 아니었다. 홍무방의 심장에 꽂아 넣기 위해 홍무방의 쇠로 만든, 독이 든 명검이었다.


명존은 부채로 입가를 가리며 눈웃음쳤다. "귀문의 성골(聖骨)을 귀하게 쓰겠다는데, 설마 반대하진 않겠지요?"


제2장. 같은 뿌리의 무공


홍무방의 본진은 살기로 뒤덮였다. 방주 '장산'은 혜소의 배신에 치를 떨며 가문의 비기인 '파사현정검(破邪顯正劍: 사악함을 깨고 바름을 드러낸다)'을 뽑아 들었다.


"가문의 수치다! 내 오늘 저자의 가면을 벗기고 단죄하리라!"


장산이 비무장 한복판에서 혜소를 향해 검기를 날렸다. 혜소의 과거 행적-수하를 향한 살기어린 폭언과 갑질-을 겨냥한 날카로운 초식이었다.


"네놈은 인성이 파탄 났고, 덕이 부족하다! 그런 자가 어찌 대업을 논하느냐!"


검기가 혜소의 목을 칠 것이라 예상한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혜소는 피하거나 막지 않았다. 그저 홍무방에서 20년 동안 익혔던 '철면심법(鐵面心法: 낯짝을 쇠같이 하는 법)'을 운기할 뿐이었다.


캉-!


장산의 검이 혜소의 몸에 닿는 순간,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 혜소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기운은 홍무방의 그것과 완전히 동일했다.


구경하던 강호인들이 수군거렸다. "호오, 혜소가 쓰는 저 방어술... 홍무방의 정수(精髓)가 아닌가?" "그러게 말일세. 저런 '폭언의 내공'과 '뻔뻔함의 외공'을 완성시켜준 게 바로 홍무방이란 소리지."


장산이 혜소를 베려고 내뿜은 검기는, 허공을 돌고 돌아 정확히 홍무방의 깃발을 찢어발겼다.


제3장. 칠상(七傷)의 늪


"으윽..."


장산은 혜소를 베지도 못했는데, 자신의 단전에서 피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칠상권(七傷拳)이었다. 적을 치려하면 할수록 시전자의 오장육부가 먼저 썩어들어가는 저주받은 무공.


혜소를 향해 "자질이 없다"고 외칠 때마다, "우리는 이처럼 자질 없는 자를 20년이나 중진으로 모셨다"는 메아리가 되어 장산의 고막을 때렸다. 혜소의 '갑질'을 공격할 때마다, 홍무방의 '오만했던 과거'가 환영처럼 나타나 장산의 발목을 잡았다.


비무장 상석에 앉은 창천맹주 명존이 차갑게 식은 찻잔을 돌리며 측근에게 속삭였다.


"보아라. 참으로 잔혹한 구경거리 아니냐." "저들이 혜소를 낙마시키면 어찌합니까?" "상관없다. 혜소가 죽으면 홍무방은 '자기 자식을 죽인 비정한 아비'가 되고, 혜소가 살면 '괴물을 키워낸 무능한 스승'이 된다.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으되, 피는 저들이 흘릴 것이다."


장산은 피를 토하면서도 검을 멈출 수 없었다. 멈추면 패배요, 휘두르면 자해(自害)였다. 혜소라는 거울 앞에 선 홍무방은, 지금 자기 자신의 추악한 그림자와 피 튀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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