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디지털&AI]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리더는 고독하다. 정답이 안 보여서다. 사원 시절, 세상은 선명했다. 상사가 정답(Label)을 줬다. “이 보고서는 훌륭해”, “저 고객은 놓치면 안 돼.” 명확한 지침, 즉 ‘라벨’이 붙은 데이터를 학습하며 우리는 성장했다. 정답을 잘 맞히면 유능한 인재였던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의 세계였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순간, 세상의 해상도가 바뀐다. 친절했던 라벨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환율은 춤을 추고, 고객은 변덕을 부리며, 경쟁자는 뒤통수를 노린다.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다. 지금 벌어지는 일이 위기인지, 기회인지.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여전히 누군가 정답을 알려주길 기다린다고? 과거의 성공 공식을 뒤적이다 어제 통했던 해법을 오늘의 정답으로 꺼내 든다고? 위험한 일이다. 세상 변화가 급격해서다. 리더는 더 이상 누군가 붙여놓은 라벨을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혼돈 속에서 스스로 패턴을 읽어내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지도학습' 세계에 갇힌 모범생이 아니라 정답 없는 현실을 헤쳐 나가는 ‘비지도학습(Unsupervised Learning)’의 탐험가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고도화된 학습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 아이러니하게도 ‘작은 성공’이다. AI 모델이 전체 지형에서 가장 낮은 곳, 즉 에러가 가장 적은 ‘글로벌 최적점(Global Minimum)’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상해보자. 모델은 비탈을 내려가다 어느 작은 웅덩이에 빠진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방향이 오르막이다. “아, 여기가 최적의 해답이구나.” 하지만 사실 그곳은 산 중턱에 패인 작은 물웅덩이, 즉 '국소 최적점(Local Minimum)'일 뿐. 진짜 최적점은 훨씬 더 아래에 있다.
리더십에서도 똑같은 비극이 일어난다. 과거의 승리 공식이라는 웅덩이는 아늑하다. 주변에서도 부추긴다. “하던 대로 하시죠.” 달콤한 웅덩이에 갇힌 리더는 여기가 세상의 끝이라 믿는다. 그 아래에 더 깊고 넓은 바다가 있음을 보지 못한다. 아니, 보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고, 새로운 변화를 거부한다. 현실이 아니라 추억을 향하는 리더의 시선. 국소 최적점에 빠진 줄도 모르고 과거의 승리감에 도취된 상태, 즉 ‘꼰대 리더십’이다.
이 안락한 웅덩이에서 탈출하려면 익숙함의 중력을 거슬러야 한다. 리더에게 이 과정은 ‘자기 부정’을 동반한 치열한 성찰이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자신의 판단 체계부터 의심할 일이다. 내가 중요하다고 믿어온 지표가 정말 중요한가.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믿는 방식이 실제로도 고객에게 의미가 있는가. 회의실 안의 상식이 사무실 밖 시장에서도 유효한가.
리더의 성찰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내가 딛고 선 성공의 기반과 판단 알고리즘이 완전히 틀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는 파괴적 용기다.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자기 확신을 해체하는 일이다. 굳어진 사고 체계를 부수고 새로이 설계하는 고통스러운 '셀프 업데이트(Self-Update)'다. 이게 없으면, 리더는 영원히 과거에 갇힌다.
바로 여기서 AI와 리더의 차이가 드러난다. AI는 주어진 목적함수에 따라 움직이지만, 리더는 스스로 목적함수를 재정의한다. 단기 매출만 볼 것인가, 장기 신뢰를 볼 것인가. 현재의 점유율만 볼 것인가, 시장의 판을 바꾸는 미래의 실험을 볼 것인가. 리더의 수준은 무엇을 답으로 볼지, 기준을 다시 정하는 힘에서 갈린다.
결국 리더십은 정답이 사라진 세계에서 목적을 다시 세우는 능력이다. 아무 이름도 없는 현실에 새로운 라벨을 붙이는 힘이다. 어제의 성공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어제의 성공을 의심할 수 있는 사람. 익숙한 웅덩이에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더 넓은 바다를 향해 판단의 프레임을 바꿀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리더다.
정답 없는 비지도학습의 세계에서 붙들어야 할 것은 오직 하나. 어제의 나를 부정하고 끊임없이 혁신하려는 단단한 의지다. 오늘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새로운 해답의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 '일신우일신'이라 했다. 리더십은 고정된 명사가 아니다. 멈추지 않는 치열한 동사다. ⓒAI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