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글로벌]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1. 베트남은 덥고 습하다. 비는 예고 없이 쏟아진다. 그래서 살아남은 의자는? 가벼웠다. 작았다. 쌓을 수 있었다. 비가 오면 삼십 초 안에 처마 밑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것. 거리의 바람이 지나가는 낮은 자리. 사람들은 거기에 앉았다. 기후가 생활의 설계자였다.
2. 낮은 플라스틱 의자 하나. 가로세로 삼십 센티미터. 아침에는 쌀국수. 낮에는 커피. 밤에는 맥주. 같은 의자가 모든 장면을 소화한다. 늘리고. 줄이고. 쌓는다. 가장 자본이 적은 사람에게 가장 유연한 도구. 거리 경제의 최소 단위. 이 의자다.
3. 모두 같은 높이에 앉는다. 눈높이가 맞춰진다. 위계가 희미해진다. 노천 국숫집에서. 길거리 커피 좌판에서. 모른 척 앉아 있다가 어느새 대화가 섞인다. 개인의 공간은 좁다. 공동의 공간은 넓다. 도시는 그렇게 사람을 연결한다.
4. 식민 시절. 높은 유럽식 가구는 지배의 문법이었다. 베트남의 거리는 다른 선택을 했다. 낮고. 가볍고. 누구나 앉을 수 있는 것. 저항이라 부르기엔 거창하지만 그 일상이 한 세기를 버텼다.
5. 기후와 협상했다. 자본의 부재를 견뎠다. 식민의 문법을 거부했다. 공동체를 유지했다. 낮은 의자 하나로.
6. 이 의자에 앉으면 시선이 낮아진다. 도시가 달라 보인다. 국수 한 그릇. 커피 한 잔. 작은 테이블. 길 위의 바람. 그 순간만큼은 도시가 잠시 느려진다. 앉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진짜로.
-지난 3월초 베트남 여행 때 메모.- ⓒ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