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장려금 받는 게 자랑이 아니었구나, 그랬었구나

by 장아무개

작년, 근로장려금을 지급 대상자라는 문자를 받았다. '세상 참 좋아졌구나, 나 같은 일개 직장인에게 돈을 나눠주다니' 공돈이 생긴다는 기쁨에 나와 와이프는 근로장려금의 의미도 모른 채 마냥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통장으로 입금된 돈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 고로 이 글은 근로장려금 제도가 나쁘다, 세금 낭비다 등의 결론을 향하지는 않는다.


생각해보자. 갑자기 생각지도 않은 돈을, 그것도 나라에서 준다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코난이나 전태일처럼 의심부터 던져봐야 하는 걸까? 셜록홈스처럼 돈의 출처부터 인과관계까지 컴퓨터를 능가하는 연산 속도를 가진 두뇌를 맹렬히 회전하여 반응을 도출해야 하는 걸까? 그런데, 매월 받는 월급이 매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언론에서 발표하는 10대 기업, 30대 기업 신입사원 연봉에 미치지도 못한다면? 작년의 이야기니, 16년 동안 중소기업만 맴돌고 있는 직장인의 월급이 대기업 신입사원보다 적다는 사실은 매년 깨닫고 살고 있으며, 마이너스 통장은 이미 한도까지 채웠고, 은행이자, 보험약관이자 등등 받을 수 있는 대출은 이미 다 받았으며, 결혼에 마련했던 폐물은 흔적도 없이 팔아버린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가장에게 갑자기 돈을 준다고 하면 이를 마다할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하루하루 잔고가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통장 계좌를 살펴보며 한숨을 쉬던 시기였기에(물론 지금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볼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한 채,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보내며 근로장려금이 들어오길 애타게 바랬었었다. 물론 주위에 자랑도 했으며, 주위로부터 나라에서 '공돈'을 받는 대상이라는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클라이언트였던 공공기관의 콘텐츠 소재로 아주 떳떳하게 '근로장려금 받은 직장인 후기'를 작성하기도 했다. 그 글은 네이버 주제판에도 다수 노출되어 나름 뿌듯함을 전달해주기도 했으니, 근로장려금 제도가 나에게 참 많은 혜택을 선물해준 셈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근로장려금을 받는다는 의미가 뭔지 알아야 했었다.


솔직히 이미 그 의미를 알고 있기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하고,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다. 근로장려금을 직접 지급해주는 국세청 홈페이지의 근로장려금 정의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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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장려금 이란?

열심히 일은 하지만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 종교인 또는 사업자(전문직 제외) 가구에 대하여 가구원 구성과 총급여액 등(부부합산)에 따라 산정된 근로장려금을 지급함으로써 근로를 장려하고 실질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연계형 소득지원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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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근로장려금은 열심히 일은 하지만 '소득이 적어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라고 판단이 된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나라의 공돈(물론 나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것이니 엄밀히 말해 공돈은 아니지만)이었던 것이다. 이미 사회적 통념이 정한 기준으로 중산층은 끼지도 못하고, 체면상 중하위권이라 이야기하고 있었건만, 나라에서 정한 기준으로 봤을 때도 나는 하위권에 속해있는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라는 의미였다. 근로장려금을 받는다는 의미는.


그것도 모른 채 근로장려금을 받는다고, 그렇게 나는 생활이 어려운 근로자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다녔으니, 주위에서 얼마나 불쌍하게 바라봤을까. 가난한 게 죄는 아니지만, 매년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에 미치지도 못하는 16년 차 중소기업 직장인의 월급을 받고 있었던 나라는 존재. 아, 이래서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그렇게 공부를 하는 것이구나.


그리고 나와 함께 13년 동안 어려운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와이프. 와이프의 거칠어진 손. 굽은 어깨. 그럼에도 언제나 해맑게 웃어주는 아이들. 잘하고 있다고 언제나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와이프. 그리고 눈물. 근로장려금의 진실을 알고 나서 파생된 나와 나를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니 서글퍼지고, 부끄럽고, 스스로에게 한심하기까지 하다. 근로장려금을 공돈으로 생각하고 마냥 좋아했던 나는 얼마나 철이 없었던 걸까.


근로장려금을 받는 다른 사람들을 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과 생각은 오직 나에게 향하는 비난을 스스로 되새기기 위해 작성한 글임을 알아주였으면 좋겠다. 얼마나 생각없이 현상만 보며 살아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제대로 의미를 바라보지 않으면 세상이 흘러가는대로 나 또한 그렇게 흘러가게 된다나는 것을 잊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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