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장생활의 신조는 '좋은 게 좋은 거다'이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때로는 그 문제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질 때도 많다. 그때마다 심각하게, 일일이 체크하게 되면 나도 피곤하고 체크를 당하는 직원도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조직 내 피로감이 넘쳐나고 조직은 조금씩 조금씩 '돈만 버는 조직'의 모습을 띄게 된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것도 그런 행복한 조직을 만들어가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며, 그 안에 있는 직원 역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는 조직 또는 기업가(대표)를 옹호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직원 역시 회사라는 조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당위성 역시 부여하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조직생활을 해오고 있는 편이다.
워낙 쓴소리를 못하는 성격 탓도 있겠지만, 직원들에게 잔소리하는 것도 되도록이면 지양한다. 선배, 멘토의 역할을 하면서 나의 경험을 직원들에게 알려주는 과정에서 직원의 성장이 가속화되는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며 나의 '방임'을 탓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잔소리, 억압, 스트레스... 를 이겨내고 그 직원이 '성장'으 탈을 쓰게 만들고 싶지 않다. 나의 경험이 당장의 업무 실력을 향상할 수는 있겠지만, 오히려 그 직원의 인생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머릿속에 염두에 두고 산다. 스스로 보고, 스스로 듣고, 스스로 생각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배우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모습을 성장하길 바란다. 물론, 가르치는 과정의 귀찮음도 피할 수 없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다 보니 조직에서는 나를 '좋은 사람'으로 생각한다. 속으로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 그렇게 넘어가면서 생긴 나에 대한 인식이다.
그런데,
나쁜 사람이 되어야겠다.
살아오면서 안 좋은 소리를 해본 적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직원의 얼굴을 보고 쓴소리를 해야 하는 건 상당한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스스로 익숙하지 못한 이야기, 감정을 끌어올렸다 다시 다스려야 하는데, 다스리는 과정에서 감정이 제대로 주체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쌓이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감정을 잘 다스리는 편이 못되다 보니 쓴소리, 잔소리도 많이 하지 않고 있는데, 최근 들어 쓴소리를 하는 나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하게 됐다.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매우 다양하다. 그중에서 한 사람의 '그릇된 태도'로 인해 다른 다수의 사람들이 힘들어하게 되면, 이는 바로 잡아야 하는 문제다. 그 사람의 태도로 인해 조직 전체게 와해될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처음에는 언제나 그러하듯 스스로 변화하길 바랬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 때면 언젠가 변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쉽게 넘겨버렸는데, 그게 쌓이고 쌓여 다른 직원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걸 알게 됐다. 다시 말해, 그 직원의 무의식적, 의식적 행동이 조직과 조직원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며, 조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걸 발견했고, 나는 '나쁜 상사'가 되었다.
사람이 아무리 자존감을 높인다고 해도, 여러 사람과의 생활 속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나의 모습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으로 비치기를 바란다. 나 역시 그러하다. 좋은 선배, 좋은 상사, 결국 좋은 사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잔소리와 경고를 한다. 그럴 때마다 내 심장은 크게 흔들린다. 나의 쓴소리를 듣는 직원의 감정을 가늠할 여력도 없이, 흔들리는 나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런 나의 모습에 실망한다. 나쁜 상사가 되기로 결심한 후 스트레스가 더 많아졌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아졌고, 나의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어 잠 못 드는 날도 많아졌다.
조직 내에서 나쁜 사람, 나쁜 상사가 되는 것도 아무나 못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