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선 글'을 쓰지 않으려

좌절, 불만.... 손쉽게 글을 쓰는 소재에 의존해 온 나에게 반성

by 장아무개

브런치에 글을 써보겠다 라고 생각한 시점부터, 아니 배경부터 내 안에서 풀어내지 못하는 감정들, 불만들, 불안들을 속 시원하게 글로 써보고 싶다는 갈망이 담겨있었던 탓에, 지금까지 써 내려온 글들을 보면 상당히 날카롭고 비판적이며 불안함이 담겨 있는 걸 깨달았다. 우리의 삶이, 아니 나의 삶이 어찌 행복한 일들로만 가득할 수 있겠느냐만은,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뜨는 태양을 바라보며 벅차오르는 감동을 매일 느낄 수 있듯이, 나의 글을 (내가) 다시 읽었을 때, 불안, 비판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 다시금 휩싸이는 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징취적인 의욕의 불타오름은 바라지 않지만, 최소한 '행복하다'라는 소소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갑자기 피어올랐다.


불안, 비판을 담아낸 글들을 보고 있으면, 대상 없는 누군가를 향해 소리 내 외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새삼 내가 그렇게 폭력적인 감정을 감추고 살았었나, 이름도 밝히지 않은 이 공간을 감정의 해우소로 여기고, 있는 감정, 없는 감정(아니 없는 감정은 말이 안 되는구나) 아무튼 쌓이고 쌓인 감정들을 두서없이 풀어내면서 나 스스로 만족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러워진다. 게다가 부정적인 감정을 거침없이 토로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손쉽게 글을 쓰는 방법이기에, 너무나 이 감정에 의존해왔음을 느낀다.


사색이란 무엇일까? 미래, 공동체, 타인..... 과 같이 사회적인 목적을 띈 사색의 범주에는 들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나에 대한 사색은 올바른 길로 향해야 할 텐데, 처음 시작을 억눌린 감정의 토로로 시작한 후 방향을 잘 못 잡았던 터라, 이 공간은 부정적 감정이 고요한 호수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변하지도 않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의 부담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스스로에게 변명의 여지를 전달하려는 건 아니지만, 요즘 세상이 다 그런가 보다. 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나와 타인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좌절하고. 나의 실망, 나의 상처, 나의 좌절을 속 시원히 이야기하고 싶건만, 점점 좁아지는 관계의 범주는,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다 감정을, 존재감을, 자신감을 결국 나를 잊게 되고, 대화하고자 하는 '누구'는 발견하지 못한 채, 대화의 욕구가 '날 선 감정'의 화살로 남아,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허무한 공간에 쏘아댄다. 그 화살은 제대로 과녁에 꽂히지도 못하고, 과녁 주위에 지저분하게 남아 나의 실패를 더욱 강조시킬 뿐.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다고 하고,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고 한다. 어느 방향이든 맞는 이야기지 싶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한 정신은 육체를 물들여 허약하게 만들고, 허약하진 육체는 다시 병든 감정을 건드려 정신을 피폐하게 한다. 이러한 순환을 더욱 가속화하는 글들은 이제 그만 써야겠다. 글 하나에 행복을 담기 위해 노력해봐야겠다. 글 하나의 나의 존재의 흔적을 남겨봐야겠다. 어설프게 글을 쓰는 나에겐 너무나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로 인해 이 공간에 글을 남기는 횟수가 확연히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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