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매년, 매분기, 매월, 매일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기뻐도, 아무리 슬퍼도 '퇴사'는 직장인에게 필수의 덕목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예전에야 양복 안주머니에 항상 사표를 넣고 다닌다 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뭐 전자결제로 간단하게 퇴직원을 올리면 되기 때문에 번거롭게 손으로 쓴 사표를 넣고 다닐 필요는 없다. 그저 용기의 문제일 뿐.
퇴사라는 게, 직장이라는 게 참 희한하다. 연고도 없는 사람이 매출을 목표로 모여있을 뿐인데 사람을 즐겁게 하기도, 불안에 떨기도, 질투에 사로잡히게도 하며 때로는 서로 물어뜯듯 싸우기도 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게 된다. 미운 정이 가장 무섭다고 해야 하나? 정작 퇴사를 생각하게 되면, 퇴사를 마음먹기까지의 고민과 맞먹을 정도의 고민이 시작된다. 어찌 다짐한 퇴사인데, 또 다른 고민거리를 이렇게 연이어 주시나이까. 바로 동료에 대한 고민이다. 어쨌든 가족보다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감정이 너도나도 모르게 쌓였고, 퇴사를 하려고 보니 그들의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의리 또한 발목을 잡는 녀석 중 하나다. 그놈의 의리가 뭔지, '의리!'를 주야장천 외쳐댔던(지금도) 김보성 씨가 생각나는 순간.
자, 그런데 사실은 '위 고민은 쓸데없는 오지랖이라는 거다.' 맞다 오지랖. 아무도 나에게 동료를 걱정하라, 의리를 생각하라 이야기하지 않았건만 나 스스로 사서 고생하는 격이다. 그러니 퇴사를 마음먹었다면 퇴사를 하자. 마음 편하게, 떠나라~! (잠깐, 이게 결론이 아닌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내가 퇴사 시긴 세 사람
'퇴사' 소재로 글을 써보자고 생각하니 현재 나 역시 퇴사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말이 길어졌다. 더불어 '퇴사'를 시키고 싶은 팀장을 항상 마주하다 보니 17년이라는 직장 생활 동안 퇴사시킨 세 명의 사람이 떠오르게 됐다. 시간 순으로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사를 시킨 횟수는 적지만,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싹쑤가 노랬던 나였기에 '능력'을 발휘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1. 큰 기대를 앉고 입사한 동기 퇴사시키기
사회초년생 시절에 다녔던 한 회사의 대표는 무려 '삼성'출신이었다. 직원들에게 매일같이 정신무장을 강조했으며,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된다는 변화관리 전문가의 길을 걷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변하지 않았지. 그 대표의 입에서 나오는 허황된 이야기를 하나의 글로 다듬느라 꽤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나름 업계에서 유명하고 규모도 있는 회사였던지라 다른 회사에서 소소한 경력을 쌓고 우리 회사로 이직한 동기가 있었다. 회사에 대한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으며, 본인이 장차 회사의 틀을 만들어 가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비전 역시 확실한 친구였다. 그랬기에 본인의 전공과 다른 분야로 우리 회사에 거의 신입의 경력으로 입사한 친구였다. 문제는 그 동기가 가진 비전에 비해 우리 회사의 실상은 너무나 비루했던 거였고. 치기 어린 내가 보기에 그 동기는 더 좋은 회사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들어오자마자 회사의 실상을 까발렸다. 물론 아무도 보지 않고 듣지 않는 복도, 건물 뒤편, 퇴근 후 술자리 등등에서. 대표의 인성, 각 팀의 성과에 대한 경쟁과 뒷단의 이야기. 특히 외부에서 바라본 대표와 실제 대표와의 엄청난 차이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당시 대표 따까리(?) 였던 - 그래서 회사에 무슨 문제가 터지면 프락치로 의심받았던 - 나의 진술이었던지라 신뢰도는 엄청 높아진 것만은 분명했다. 결국 동기는, 청운의 꿈을 품고 당당하게 입사한 회사를 일주일 만에 그만두었으니. 그때부터 '신입으로 들어오는 직원에게 회사는 솔직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나 보다.
2. 팀장을 쫓아낸 창피한 이력
이번 이야기는 나로서는 매우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젊은 시절의 혈기로, 상대방의 대한 이해보다는 나의 이해를 더 우선시했던 시기였다는 걸 밝히고 싶다. 한마디로 너무나 미숙했다. 지원단체에서 근무를 하던 시기였고, 각 지역별로 지원 실무를 처리하느라 바쁜 일상을 보내다 주말이면 지방 출장을 밥 먹듯이 가야 하는 곳이기도 했고. 나를 포함한 운영 업무를 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와 피로는 극에 달했던 것 같다. (나는 분명하고, 직원들은 짐작으로 미루어)
하루는 운영 실무를 맡고 있는 팀에 새로운 팀장이 들어왔다. 그런데 들어온 팀장이 운영 관련 경력자가 아니라 회계 경력자라는 게 문제였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수시로 비용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건만, 회계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팀장은 수시 비용 지출이 아닌 정해진 날짜에 비용 지출을 못 박았고 수시로 절약을 외쳤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게 틀린 건 아니지만, 당시 우리 팀 업무의 성격과 너무나 달랐던 게 문제였고. 안 그래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직원들은 의기투합(?)하여 대표 격의 임원에게 직접 찾아가 팀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리고 임원은 결국 팀장을 해고했다. 임원실에서 나오며 눈물을 흘리던 팀장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3. 개선되지 않는 직원의 1년 후
대행사에서 첫 팀장을 맡고 의욕이 넘치던 시기의 일이다. 처음으로 맡은 팀장이라는 직책은, 아무리 작은 회사였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고, 밑으로 팀장을 바라보고 있는 팀원들을 포기한다는 건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멋진 팀장이 되고 싶었다.
회사에 그런 사람이 있다. 외부 활동을 많이 해서 그런 자리에서는 정말 인정을 받는 사람인데, 정작 같이 일을 하면 너무나 허술한 업무 처리 능력에 실망을 하게 되는 그런 친구. 당시 나는 팀장으로 입사를 했고,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그 친구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른 직원들을 그 친구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거다.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는 직원이 없었고, 결국 몇 달간의 경험을 통해 그 친구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다. 함께 업무를 하면서 처음에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그 친구에게 전달했다. '조금만, 조금만 하면 네가 가지고 있는 역량이 개화할 거다.' 그 친구에게도, 나에게도 매일 같이 주입하고 주입했다.
회사에 그런 사람이 있다. 공과 사는 엄격하게 구분을 하겠다고 외치는 사람. 업무도 못 따라오는데 공과 사의 구분을 너무나 명확하게 하는 그 친구를 위에서는 자르자고 이야기했지만, 팀장의 꿈을 안고 있는 나는 1년을 버텼다. 그 친구의 퇴사를 1년을 막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1년 후에는 내가 이야기를 했다. 더 이상 함께 일하기 힘들다고. 뭔가 리액션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 친구는 아주 쿨하게 떠나갔다. 쏘 쿨.... 나는 왜 1년 동안 혼자 맘고생을 하고 있었던 걸까.
나의 퇴사는 나의 문제이고 나의 결심이기 때문에 나만 고민하면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직책이 올라가면 나의 퇴사만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퇴사 또한 고민을 해야 한다. 직원의 역량이 따라오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문제, 관계의 문제 등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 상황은 너무나 많다. 그럴 때마다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라는 반문과 반성을 거듭한다. 그러나 결론은 없다, 아니 내리지 못한다. 명확한 해답은 없다. 직장생활을 통틀어 세 명을 퇴사시켰건만, 여전히 퇴사를 제안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내가 퇴사 시킨 세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로 인해 큰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그때의 나를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