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지 않습니다

"장아무개씨는 능력이 좋은가봐?"라고요?

by 장아무개

사회생활한 지 이제 곧 20년, 결혼 한지 이제 곧 14년이 되어가니 어느 정도 사회에서 무르익었나 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무르익다'라는 게 완숙해졌다 라는 좋은 표현의 의미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사회의 시스템에 잘 맞춰지고 있다는 의미도 될 수 있기에, 그리 좋게만은 느껴지지 않네요.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여성분들을 만나봤고, 여전히 업무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가끔 그분들과 이야기를 하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결혼'(미혼인 경우)과 '출산'(미혼임에도) 그리고 '육아'(미혼이 확실했지만)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저희 부부에게도 마찬가지였고, 경제적 기반이 극악한 상황에서 결혼을 했던 터라 당연히 맞벌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아이가 태어나기 전이었기에, 맞벌이는 계속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도 했고요. 물론 저와 와이프 둘 다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맞벌이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맞벌이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면 바로 이렇게 되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 장아무개 씨가 능력이 좋은가 봐?" 여기서 능력은 연봉을 의미하는 거겠죠? 맞벌이가 당연히 여기는 사회, 둘이 벌어야 겨우 대출금 갚고(물론 이자와 원금 조금이지만) 애들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으며, 저축이라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기에, 맞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외벌이 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자라고 생각하게 되나 봅니다.


하지만 어쩌죠? 저는 결코 그런 능력자가 아닌데 말입니다. 능력 없는 남편을 만난 와이프는 매달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빠져나가는 각종 카드대금, 공과금, 교육비를 보며 한 숨을 쉽니다. 그래도 월급이 들어오면 언제나 '수고했어'라는 말을 잊지 않고 해주고 있네요.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넉넉지 못한 지갑 사정 덕분에 아이들에게 풍족하게 뭔가 해줄 수 없는 것도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맞벌이를 하지 않는 건,

와이프와 제가 결심한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째가 태어나고 한 일 년 정도는 맞벌이를 했나 봅니다. 아이를 위해(그러니까 아이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둘 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았습니다. 와이프가 버는 돈은 대부분 맞벌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늘어난 비용을 충당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제 상황은 그대로인데, 우리 부부 둘 다 하루하루 삶에 지치는 건 여전하고, 돌이 채 되지도 않는 아이는 어린이집 앞에서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울음을 터뜨리는 일상이 반복되는 게 너무나 이상하고 힘들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생활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주며, 직장에서 힘든 일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위해 맞벌이를 선택했지만, 정작 아이와 함께할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함께한 추억은 밤에 만나 얼굴을 보는 아주 잠시간에 쌓아 놓은, 그러니까 뭔가 어색한 추억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결혼을 한 이유가 뭘까? 아이를 가진 이유가 뭘까?"


결론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서로 맞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과감히 결론을 내렸습니다. 둘 중 한 명은 직장을 포기하자고. 우리 둘 중 한 명은 아이 옆에서 아이가 커 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아이와 함께한 추억을 기억해야 하지 않게냐고 서로가 서로를 설득했습니다. 빈약한 경제상황이야 하루 이틀의 이야기도 아니고, 사람은 희한하게도 상황에 맞춰 살게 되더라 라는 이야기를 서로에게 해줬습니다. 경제적 불안감보다는 아이와 함께한 행복한 시간과 추억을 더 우선한 결정이었습니다.


둘 중 한 명이라도

아이와 함께한 추억을 간직하자


우습게도 맞벌이를 포기할 당시 연봉이 낮은 사람이 그 대상이 되었고, 전문직 여성으로서 살아온 와이프가 과감히 직장에 사표를 냈습니다.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지만, 와이프로서는 큰 결심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말은, 전문직 여성에게 경력단절을 의미하고, 아이가 커서 다시 사회생활을 하려 할 때 그때의 전문직 여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저의 부담 역시 커졌습니다. 맞벌이의 효과가 없다고 말했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었고, 능력이 없어 비루한 연봉을 받고 있었기에 경제적인 부담이 양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와이프도 알고 있었겠지요.


그래도 안심이 되는 게 희한했습니다. 맞벌이를 할 때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불안을 지우지 못했습니다. 잘 보살펴주겠지만, 부모가 옆에 있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줄 때와 와이프가 직접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보내줄 때의 느낌도 많이 달랐습니다. 엄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는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해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경제적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의 부모님은 아직까지도 외벌이로 생활을 하고 있는 저희 가족을 희한하게 때로는 대견하게 생각합니다. 가족의 생활을 위해 직장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남편의 어려움도 여전합니다.


그래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이만큼 성장할 때까지 와이프가 옆에 지켜주고 있어서, 와이프와 함께 시간을 보낸 모든 시간이 좋은 추억으로 우리 가족에게 남겨질 수 있어서. 맞벌이가 좋다, 외벌이가 나쁘다 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봐 주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겠다는 저희 부부의 결심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맞벌이를 했다면 결코 만나지 못했던 순간들을 기록한 그때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그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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