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죽음'이 있을까?
원래 기억력이 좋지 않다 보니 전 날에 읽은 책의 내용도 바로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읽은 책은 많은데, 기억나는 책은 없으니, 그에 대한 해결방법을 찾아보다 책리뷰 계정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읽은 책에 짧은 소감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효과가 있어서, 잊은 줄 알았던 책인데 제목을 보고 '아~ 그 내용이었지, 이런 느낌을 받았지'라는 게 바로 떠오릅니다. 그래서 인간은 기록을 해야 하나 봅니다.
덕분에 최근 읽은 책은 제목을 보지 않고도 가끔 길을 걷다, 아무런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다 불쑥 떠오르게 되는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합니다. 그중 가장 많이 떠오르는 책이 바로 <두근두근 내인생>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멈추지도 않고 쉬지도 않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죽음이라는 앞만 바라보며 걷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최소한 죽는 순서는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건 바로 나이 든 사람이 젊은 사람보다 늙어 죽을 확률이 높다는 거?
'죽음'은 항상 가까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객기 넘치는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어서도 남은 인생은 영원할 거라는 착각에 빠져 살다가, 어느 순간 너무나 가까운 곳에, 하지만 너무나 모호한 모습으로 죽임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 날은 죽음이라는 너무나 거대한 장벽을 올려다보지도 못한 채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남은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사용해야지'라고 다짐하고 실행에 옮기지만, 아직까지 죽음을 막연히 걱정하며 시간만 보내고 있기도 합니다.
책의 주인공은 조로증을 앓고 있습니다. 또래에 비해, 심지어 부모에 비해 늙어 보인다는 것보다 더 슬픈 건, 건강한 부모를 남겨두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너무나 빨리 알아버렸다는 것이겠죠. 사람의 마음은 시간 앞에 무뎌진다고 하고, 자극도 반복되면 익숙해진다고 하지만, 바늘에 찔렸을 때 아픔은 찔릴 때마다 똑같이 아픈 것처럼, 죽음은 생각할 때마다 두렵고, 무섭고, 막막함을 선사해줍니다.
분명 주인공은 죽음에 다가서고 있는데, 세상을 너무 밝게 바라봅니다. 모든 게 나를 두근대게 한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저려오는 걸 막을 수 없었습니다. 죽어가는 주인공을 보며 슬퍼하는 부모에게 반대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주인공의 마음이 참 예뻤습니다.책은 죽음을 다루고 있건만, 주인공은 왜 이리 밝은 생각만, 모습만, 웃음만 짓고 있는 것일까요? 작가는 왜 이리 죽음에 다가가는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했을까요? 읽으면서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여전히 죽음을 생각하면 너무나 힘들어집니다. 세상에 미련이 많아서일까요? 가진 것도 별로 없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잊을까,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 사라져버릴까, 결국 나 자신도 나를 잊어버리는 게 아닐까.
과연 언제쯤이면 죽음 앞에서 두근대는 삶을 떠올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