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넷 아재, 헝그리 다이어트를 시작하다.

by 장아무개

작년 겨울에는 유난히 몸이 아팠습니다. 환절기만 되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감기도 여느 때와 달리 심하게 앓았고, 생전 걱정하지 않았던 피부병에, 유독 통증과 함께 찾아온 안과질환에, 관절염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던 무릎관절 통증까지.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시기인지라 더 아픈 건가 싶은 생각에, 이제는 현업에서의 생존보다는 퇴직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몸이 아프면 마음이 힘들어지고, 마음이 힘들면 몸으로 표현된다고 하죠.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2020년의 시작이었습니다.


상황은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감기, 피부병, 안과질환은 시간이 지나면서, 병원에 다니면서 서서히 치료가 되었지만, 이상하게 무릎 통증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작년까지 멀쩡하게 잘 타고 다녔던 지하철인데, 출퇴근 1시간 남짓 서있는다고 어찌 되겠어 싶었는데, 무릎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통증에 진지하게 가까운 거리에 있는 회사로의 이직을 고민해볼 정도였으니까요. 단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나이는 마흔을 훌쩍 넘어 이제는 쉰을 향해 달려가는데, 마음이 아무리 젊다고 해도 지쳐가는 몸이 뒷받침되어주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고장 난다는 것.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조금만 조절하면 원래의 몸무게를 회복했던 20, 30대의 신체와는 달리, 먹는 것 이상으로 늘어나는 뱃살과 체중은 안 그래도 삐걱되는 무릎에 무리를 가하는 매우 큰 요인이 되었습니다. 우리 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똑똑하고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몸이 서서히 망가지고 있음을 저보다 먼저 몸이 깨닫고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고, 이제는 제대로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할 시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요인은 하나 더 있습니다. 다이어트라기보다는 적정 수준의 근력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게 더 맞겠습니다. 가끔 이른 시간에 대중목욕탕을 가면 꽤 많은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몸을 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쳐진 피부와 근육을 보면서, 나는 저런 모습이 아니라 늙어서도 탄력 있는 근육을 유지해야겠다 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샤워를 하며 거울을 보는데, 목욕탕에서 봤던 어르신들의 몸보다 훨씬 힘이 없고 처진 근육과 피부를 가진 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받은 피부와 근육은 조금의 움직임에도 버거워했습니다. 그토록 피하고자 했지만, 생각만 했지 실천을 하지 않다 보니 노인의 몸으로 변해가는 저를 만나는 게 갑자기 두려워졌습니다.



다이어트를 시작했습니다, 헝그리 하게


사실, 요즘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다이어트도 돈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TV에서 소개하는 다이어트 식단은 일반 식당의 백반 가격보다 비싸고, 헬스장에서 전문적으로 받는 트레이닝 비용은 한 달 용돈보다 비쌉니다. 대한민국의 소기업에 재직 중인 외벌이 가장에게 다이어트 식단이며 전문 트레이닝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주 먼 곳에 존재하는 것들일 뿐입니다. 막상 결제한다고 해도, 이 돈이면 아이들에게 더 맛있는 것들, 좋은 것들을 해줄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에 쉽게 결제하지 못합니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여건 때문에 다이어트를 미뤘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안 되겠다 싶었습니다. 계속되는 통증으로 인해 출퇴근이 힘들어지고, 힘없이 늘어진 근육 때문에 목욕탕에서 거울을 바라보기가 두려워지는 걸, 그저 늙는구나 라며 받아들인다는 게 아직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결심했습니다. 고급진 다이어트 식단은 바라진 못하지만, 과감하게 먹는 양을 줄이고, 7시 이후 되도록이면 간식과 술을 접하지 않기로. 전문 트레이닝을 받지는 못하지만 유튜브에서 소개하는 홈트레이닝 영상을 따라 하고, 평일 사무실에서는 점심식사 후 회사에 있는 위핏을 활용해 최대한 운동을 해주고, 주말이면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해보기로. (이때를 계기로 산책의 즐거움에 빠져버렸지만요) 일종의 헝그리 다이어트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다짐했던 건,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먹는 양을 줄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한 가지는 '조급함'을 가지지 않는 것. 하루 달렸다고 몸무게가 바로 빠지는 나이도 아니고, 하루 굶었다고 체중계의 숫자가 줄어들지도 않았지만, 지금까지 몇 번 되지 않았던 다이어트를 되돌아보니, 대부분 일주일만 하면 몸무게가 많이 줄었을 거야 라는 조급함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고, 일주일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 몸무게를 보며 포기를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장기전으로 가자, 한 달이 지나도 몸무게가 변하지 않을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이어가 보자 라는 생각으로 다이어틀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스코어는요?


헝그리 다이어트를 시작한 후 이제 3개월이 되어 갑니다. 이 기간 동안 꽤 많은 체중이 줄었고, 무릎 통증은 보란 듯이 사라졌으며, 헐렁대던 근육은 조금씩 탄력을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근육의 변화를 아직 체감하진 못하고 있지만, 확실하게 뱃살은 줄어들었고, 허리띠는 이전보다 한 칸 이상 졸라매야 맞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턱 아래로 중력의 영항을 받아 처지던 턱살도 조금씩 살아지고, 주변으로부터 턱선이 보인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짧은 기간에 이러한 변화를 맞닥트린 제가 가장 당황하고 있는 중입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전으로 가기로 다짐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빠른 변화로 인해, 이전까지 얼마나 몸이 망가졌으면, 쓸데없는 지방으로 가득했으면, 조금만 변화를 주었는데도 이렇게 달라질까 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하고요.


몸무게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는 몸이 균형을 찾아가는 게 아닐까 합니다. 한계를 모르는 것처럼 솟아오르던 뱃살과 엉덩이 살은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있고, 말라가던 가슴 근육은 서서히 원래의 형태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생활습관에도 변화가 생겼는데, 큰 변화를 술이 대폭 줄었다는 것. 집에 와서 한 캔씩 마시던 맥주도 냉장고에서 사라졌고, 회사에서의 술자리도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변화가 당황스럽긴 하지만, 솔직히 너무나 반갑습니다. 저에게 이번 다이어트는 살을 뺀다 라는 것보다는 몸의 균형을 찾는다, 몸을 회복한다 라는 의미가 더 크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리하게 살을 뺀다, 체중계의 숫자를 줄이겠다 라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살아간다'라는 생각으로, 지금의 다이어트를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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