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쏙(XXOX)
첫 번째 쏙(XXOX)
*들어가기 앞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콘텐츠러리는 소셜 채널은 운영하다 콘텐츠로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가는 한 대행사 직원의 이야기입니다. 전문적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기업에게는 다소 유치해 보일 수 있습니다.
소셜채널은 운영하는 대행사의 태생은 거의 대부분 클라이언트 소셜채널의 '운영'이 기본입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채널 운영에는 반드시 정량 KPI가 정해져 있고, 대부분 이 KPI는 전년도 실적 대비 우상향 하는 성장 곡선(또는 수치)을 만들어내야 해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죠. 특히 채널 담당자는 KPI 달성 정도에 따라 업무 평가에 반영이 되니, 더욱 수치 맞추는 데 몰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콘텐츠 아이디어로 제안을 해서 프로젝트를 따내도, 정작 운영에 들어가면 수치 맞추기에 급급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수치 조작이니, 로직을 활용한다드니 등등 음지에서 수치를 높이는 비즈니스가 높은 실적(?)을 일궈낼 수 있기도 합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죠.
최근 모 기관의 제안 발표를 하면서도 채널 운영과 수치 목표 내용이 질의응답 중 하나로 나왔습니다. 채널 콘텐츠를 보니 일부 콘텐츠에 지나치게 높은 조회수가 나타났고, 이들 수치는 대부분 각 프로젝트 운영 마감일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안 발표 시 약간의 꼼수(?)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자리에 있던 담당자 한 분이 정말로 그런 비즈니스가 있느냐 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관심을 가지는 모습도 놀라웠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공공기관의 KPI를 달성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는 하지 않는다. 양질의 콘텐츠로 장기적인 달성을 바라보는 것이 우리 회사의 특징이다." 물론 그 프로젝트에 떨어졌습니다. 그 분야 운영 경험이 많은 다른 대행사가 선정됐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아, 소셜 대행사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소셜 대행사는 두 가지 부류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문 운영업체, 다른 하나는 콘텐츠 제작 업체. 물론 운영과 콘텐츠, 두 가지를 모두 하는 대행사도 있지만,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는 콘텐츠 제작이 되지 않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리라이팅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 기획콘텐츠의 경우에는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이유는, 운영을 전문으로 하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은 대부분 외주(아르바이트)에 맡기기 때문입니다. 너무 적은 예산 대비 많은 업무가 진행되기에 이해는 되지만, 이렇게 되면 다음 해에 해당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대행사는 기억해야 합니다.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대행사(영상 전문 제작사가 아닌)의 경우에는 내부 운영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 꽤 많은 시간, 비용, 인원이 필요함에도, 클라이언트의 예산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리를 해서라도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수준의 콘텐츠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회사 내부 운영은 점점 악화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마진이 남지 않는 것이죠.
그럼에도 많은 소셜 대행사들이 운영에서 콘텐츠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습니다. 운영, 다시 말해 수치를 맞추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전환의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지만, 저의 경험에서 찾아보자면 '욕심을 내보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운영 프로젝트에서 콘텐츠 제작에 욕심을 내봤습니다.
채널 운영 프로젝트라고 해도 그 안에는 콘텐츠 제작이 필수적으로 포함됩니다. 각 채널별로 하루, 일주일, 한 달에 몇 건. 이렇게 수량이 확실히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 기계적으로 콘텐츠 수량 맞추기 식의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죠. 대행사에 있는 사람도 기계적으로 하다 보니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스스로 경력을 까먹게 됩니다.
저 역시 그러한 상황에서 조금 욕심을 내봤습니다. 그냥 사무실에서 소소하게 촬영해도 될 것을 분위기 좋은 카페를 섭외하고, 콘티를 구성하고, 각 역할별로 대사를 구성하고. 그전까지 만들었던 영상보다 더 나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라는 고민을 하다가 조명 세팅을 하게 되고, 카메라 수량도 늘려봤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 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제가 먼저 더 좋은 영상을 만들어보겠다 욕심을 부렸습니다. 영상 편집 시에도 꽤 많은 샘플과 제안을 했고, 덕분에 편집자가 많이 힘들어하긴 했습니다.
작은 규모의, 운영을 중심으로 업무를 해오던 회사에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전문 인력이 배치되기란 상당히 어렵습니다. 가장 큰 건 비용의 문제입니다. 언제나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 한계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상의 결과는 대만족.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저희 회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 단계 더 성장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의미 역시 회사 구성원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