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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Mar 12. 2019

[보통의 일탈, 다섯 번째] 책장 넘기는 소리 내기

조용한 지하철 안, '펄럭' 한 소뜸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지방출퇴근러인 저는 하루 출퇴근 시간만 거의 3시간에 달합니다. 뭐, 평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3시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라고 자기계발 서적의 저자들은 이야기 하지만, 그렇게 빡빡하게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지금 이 모양(?)일 수도 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아요.


출퇴근 길 지하철을 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바쁩니다. 게임을 하기도 하고, 소셜채널에 어떤 게시물이 올라왔는지 보기도 하고, 영상을 보기도 하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처피 출근하면 복잡한 시간을 보낼텐데 출근 시간까지 복잡하고 빠듯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가진 저는, 멍~하니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도 좋아합니다.



"책을 얼마나 읽으시나요?"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시간이 많지만, 가끔은 손에 책을 들고 출퇴근길을 걷곤 합니다. (*이 대목에서는 '걷는다'라는 표현을 쓸 수 밖에 없네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고 있습니다만)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활자로 인해, 머리 속에 정리하는 것조차 힘들지만, 억지로라도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 또한 소아탈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고요.


갑자기 고개를 좌우로 돌려 사람들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멋진 풍경이 스쳐 지나가는 차창엔 관심이 일말도 없는 듯,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와 사람들의 모습에, 서글픔이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서글픔이 지하철 한 칸을 다 채우려는 듯 맴돌기 시작합니다.



서글픔이 만드는 정적을 깨고 싶은 마음에,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손에 힘을 쥐고 책장을 힘껏 넘겨 봅니다.


"펄럭"


예상치 못한 큰 소리에 저 혼자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 거립니다. 작지함 힘찬 책 넘김 소리에 제 주위를 맴돌고 있던 '정적'이라는 놈이 놀라서 사라진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 소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장 소리에 잠시 스마트폰을 눈에서 떼고,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봐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작은 시도는 작은 변화조차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오모요한 울림을 전달해주는 순간으로 기억되었기에 의미있는 시도, 시간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섯 번째 보통의 일탈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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