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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Mar 13. 2019

[보통의 일탈, 여섯 번째] 출근길에 하늘 바라보기

뭉게구름이 멋진 어느 날

'미세먼지'가 전국을 흔들고 있습니다. 40여 년을 살아온 인생을 통틀어 미세먼지만큼 전국, 전 세계를 뒤흔든 이슈가 있었나 라고 생각해보면, 없었지 싶습니다. 일주일 내내 뿌연 미세먼지 속에 살아보기도 하고, 매우나쁨이 계속되다 나쁨이 되니, 좋아졌다고 마스크를 벗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기도 했습니다. '아~ 개운해' 이러면서요. 사람은 적응의 동물입니다.


미세먼지가 이렇게 크게 부각되는 게 한편에서는 여론몰이용이다 라는 말도 있지만, 미세먼지 덕분에 기분이 안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미세먼지에 가려 뿌옇게 변한 하늘을 접하게 되면 기분도 우중충해집니다. 보기만 해도 목이 따가운데 기분이 좋을 수가 없겠죠. 그런데 오늘 출근길은 이상하게 시야가 뚜렷한 느낌이었습니다. 요 며칠 미세먼지 없는 날들을 보내기도 했는데, 오늘은 상쾌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정면보다 살짝 아래를 보며 걸었을 출근길, 기시감이 들어 정면보다 살짝 높게 펼쳐져 있는 하늘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전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뭉게구름"


얼마 만에 보는 뭉게구름인지. 겨울 내내 시리도로 푸른 하늘만 봐오다가, 미세먼지 덕분에 구름은커녕 하늘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됐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뭉게구름은 시각적인 감동 너머의 감동을 중기 충분했습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저의 주관적인 시간으로는 꽤 오랫동안 뭉게구름을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며시 입 안에서 '뭉게구름' 하며 읖조려봅니다. 밖으로 말을 내뱉지는 못합니다. 출근길이거든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옆에서 이야기 하는 양, 뭉게구름을 발음해보는데 마치 동심의 세계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앞을 향해 바삐 걸어가는 그 시간에, 동심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단어가 있다니... 참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뭉게구름과 같은 고마운 단어가 또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요.



"~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때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을 보면서 출근을 했다면,

어쩌다 책을 읽느라 앞을 보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아직도 감동을 전해주는 뭉게구름을 만날 수 없었겠죠. 일탈의 순간은 언제 어느때고 올 수 있고,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순간 지나쳐버릴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여섯 번째 보통의 일탈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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