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칫 두둠칫, 소심한 40대의 출근길 리듬 타기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요즘 아이돌 음악은 잘 적응이 되지 않아 플레이 리스트엔 넣지 않습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로부터 단련된 음악 감성을 지켜가기 위해 예전부터 좋아했던 음악이 생각나거나 우연히 듣게 될 경우 즉시 찾아 저장을 하다 보니 꽤나 소중한 플레이 리스트가 완성되고 있습니다. 물론 나만을 위한.
제목은 보지 않고, 가사는 못 알아들으니 '음'만 즐기는 유형인지라 좋아했던 음악을 찾는 건 꽤나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조급하지도 않고요. 갑자기 옛 음악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 불편함과 조급함을 충분히 상쇄시켜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꽤나 좋은 순간이겠죠?
"음악을 듣습니다"
의례적으로 출근길 첫 발을 뗌과 함께 이어폰을 귀에 끼우고 있습니다. 아침 무렵 상쾌한 주변 소리를 귀로 드는 것도 재밌지만, 음악으로 소진된 감성을 충분히 깨울 수 있는 아침 시간이기에, 음악을 듣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이 연속으로 나올 때면 출근길도 즐거워집니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면 그 즐거움을 겉으로 내색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들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굳은 얼굴로 스마트폰을 보거나 정면을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이 모습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실제 모습일 테죠. 그 안에 포함된 저 역시 그와 같습니다. 다르지 않습니다. 다를 수 없습니다. 저 역시 최대한 표정을 감추고, 마치 1984의 주인공처럼, 남이 볼까 싶어 고개를 숙여 책을 읽어 봅니다. 귀에서는 여전히 제가 한 곡, 한 곳 정성 들여 모아놓은 플레이 리스트의 음악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떠드는소리에, 남들이 들어도 과연 괜찮을까 싶은 내용을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아주머니들 틈새에 있다 보면, 그들의 소리를 피하기 위해 음악 볼륨을 더욱 높이게 됩니다. 소음을 피하려고 했더니 제가 좋은 음악이 더 크게 들려옵니다.
"어쩌죠? 좋은 음악이 계속 들려요"
요즘 세대의 친구들이야 표현에 매우 적극적이기 때문에, 음악을 들으면서 리듬을 몸으로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40여 년을 그렇지 않게 살아왔습니다. 대학 입학 후 20년 동안 지하철을 탈 땐 경직된 자세로 타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는 것을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며 살았습니다. 이런 소심한 40대가 사람이 가득 찬 출근길 지하철에서 들썩들썩 리듬을 맞춘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발만 살짝살짝 움직여 봅니다. 음악에 맞춰 이쪽 발, 저쪽 발, 양쪽 발을 좌우로 움직여 리듬을 탑니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자세히 보면 가만히 서있는지 아니면 발가락이 간지러워 그러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는 움직임입니다. 하지만 제 심장은 그 짧은 시간 동안 쿵쾅쿵쾅, 다른 사람이 볼까 싶어 잠시 쉬었다가 잠깐 움직여주고, 다시 쉬었다가 움직여주고... 그렇게 리듬을 타봅니다.
40대 아저씨가 음악을 듣고 리듬을 타다니, 조금은 창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창피한 생각이 들면 안 됩니다. 다음엔 손가락도 살짝 움직여봐야겠습니다. 이렇게 일곱 번째 보통의 일탈이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