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나는 들숨과 날숨 중에 어떤 걸 더 많이 하고 있나?"
생각해보면 우리가 한숨이라 부르는 큰 날숨을 쉬지 않고 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아침 알람을 듣고 정신을 차릴 때까지 한숨,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열기 전에 한숨, 기다리던 마을버스가 왔는데 사람들로 가득차있어서 한숨, 지하철을 탔는데 앉을 자리 없이 계속 서서 와야 해서 한숨, 회사 문을 열기 전에 한숨. 출근하는 짧은 시간동안 쉬지 않고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숨이 일상이 되어버린 것은, 하루하루 달라질 게 없는 일상을 10여 년 이어가다 보니 생긴 자연스러운 버릇이겠지요. 지금의 사회라는 시스템에 길들여져버러니 저로서는,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감동적이 영화를 봐도 한숨이 나오는 걸 막을 수가 없습니다.
출근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가는 길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둠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봄과 함께 '아침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밝은 아침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 만큼 해의 높이도 높아졌고 해를 만날 수 있는 시간도 길어졌습니다. (다만, 2월 즈음에 만날 수 있었던 아침 일출을 지금은 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죠. 물론 시간이 돌고 돌아 내년의 2월이 되면 그 감동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으니 조금은 안심이 됩니다.)
봄과 함께 찾아온 밝은 아침에 슬그머니 무엇인가가 껴들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지만, 어제와 다른 뭔가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짧은 시간 내내 느껴집니다. 그리고 알게 됩니다. 한숨만 내쉬고 있었던 지금까지의 나는 전혀 몰랐던, 산이나 휴양림을 가야 느낄 수 있다고 믿었던 상쾌한 공기가 저에게 한숨만 쉬지 말고 들숨도 쉬라고 이야기 하는 듯 했습니다.
큰 들숨으로 상쾌한 공기를 폐에 가득 채워봅니다. 지금까지 자리잡고 있었던 출근길의 짜증, 허무함, 외로움 등등이 상쾌한 공기에 밀려 사라집니다. 이 짧은 들숨이 많은 혜택을 전달해주는데, 나는 왜 그렇게 한숨을 내뱉었던 걸까요? 이렇게 여덟 번째 보통의 일탈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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