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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Apr 11. 2019

[보통의 일탈, 아홉 번째] 떠난 사람 기억하기

나이가 드니 떠나는 사람도 많아진다

퇴근길, 앉을자리가 없어 손잡이에 의지한 채 서서 지하철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귀로는 플레이 리스트에 있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고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퇴근길이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창 밖 풍경을 계속 바라다보니 내가 지금 어디 있고, 무엇을 하고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뭐 하나 뚜렷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떠한 형이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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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알던 사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자주 연락하던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건너 건너 알았다가 바로 연락을 하게 됐고, 가끔 만나면 인생 상담을 아주 진지하게 해 주던 형이었죠. 좀 더 알았을 땐 함께 일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지 고민도 했고. 그런 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답니다. 평소에 지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잠자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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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다른 형도 생각이 났습니다. 오랜 시간 알아왔고, 함께 일도 했고, 가끔 연락하면 핀잔도 주고 위로도 해주는 그런 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내려가던 길에 차가 미끄러져 일가족이 사망하는 사고가 그 형에게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날, 술을 사서 아파트 옆에서 마시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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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사람은 남겨진 사람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듯합니다.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해석하느냐는 남겨진 사람의 몫이겠죠. 갑자기 세상을 떠난 두 형은 저에게 그리 아등바등 살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줬습니다. 세상 앞에 당당하고, 사람들에게 기죽지 말고, 스스로 여유를 가지라고 말이죠. 그렇게 하겠다 다짐했지만, 그 메시지가 머릿속에서 지워졌음을 알게 됐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퇴근길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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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참 힘들죠. 어렵고. 내가 왜 그랬을까, 하루에서 수십 번 자책하고 변명하고. 그러다 보면 나의 색깔도 사라지고, 나의 소신은 엄두도 못 내고, 세상을 떠난 형들이 저에게 남겨준 메시지조차 잊어버리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도 다행이죠. 문득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니 말입니다. 

이것도 보통의 일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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