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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Apr 15. 2019

[보통의 일탈, 열 번째] 어쩌다 비를 맞았습니다

우리는 왜 비를 피하려고만 할까요?


비가 오면 왜 우산을 쓸까요? 

비가 오지 않는데도 날이 흐리면 왜 우산을 먼저 찾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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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습니다. 우산 위로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떤 때는 그 소리에 집중하고 싶어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슬그머니 주머니 안으로 집어넣기도 합니다. 툭툭, 탁탁. 소리도 느낌도 매번 다릅니다. 


그런데, 비 오는 소리를 들기만 할 뿐, 지금 바로 우산을 접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맞을 생각을 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중고등학생 땐 비가 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축구도 하고 농구도 했습니다. 비는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식혀주는 반가운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헤어스타일? 그게 뭐였을까요?


대학에 다닐 때에도 비를 종종 맞았습니다. 나름 감성파 흉내 낸답시고 비 맞으며 한강 다리를 건너기도 했고, 비가 내릴 때 나무 그늘에 피신해, 나뭇가지를 뚫고 도달한 빗방울을 맞는 즐거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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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비 맞을 용기를 잃고 살아왔을까요?

비 맞는 게 어색해졌고, 비를 맞으면 젖어 버리는 머리카락과 옷가지들이 먼저 걱정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아 사무실에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동안 비를 온전히 맞아야 했습니다. 빗방울이 우산이 아닌 뒤 짚어 쓴 모자 바로 위를 스치는 소리가 얼마나 생소하고 반갑던지요. 지금까지 이런 경우에는 걷는 속도를 빨리해 최대한 비를 피했겠지만, 이 날 만큼은 걸음 속도를 늦추고 비가 내리는 느낌을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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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과 안경에 부딪혀오는 빗방울들,

겉옷을 축축하게 적시는 빗방울들,

신발 틈으로 조금씩 밀려 들어오는 빗방울들,


이전에는 비가 오면 애써 피하려 했던 상황들이 그 날은 즐거움으로 바뀌더라고요. 

이렇게 열 번째 보통의 일탈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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