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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아무개 May 20. 2019

1. 어쩌다 홈카페가 생겼습니다.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①>


2005년 11월 26일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탓에 첫눈이 흩날리던 그날, 2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습니다. 아, '주어'가 없네요. 유어커피 주인인 저와 안주인은 결혼을 했습니다. 홈카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 갑자기 결혼이 웬 말이냐고요? 역사를 통털어 인류의 발전을 구분하는 잣대 중 하나가 '미래를 인식했다'라는 것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현재에 집중하던 인류가 미래를 고민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됐다라는 이론이었던 듯 합니다. 여기서 미래를 인식했다라는 건 부정적으로 사용됩니다. 애초에 미래를 고민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가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애써 미래라는 짐을 스스로 짊어진 것과 같다는 내용이죠. 이와는 반대의 의미로 우리(주인장과 안주인)에게 결혼은 미래입니다. 결혼을 한 이후 함께하고 싶은 시간을 더욱 오래 가지고 싶어 커피를 선택했습니다. 어쩌면 권태기가 올 수도 있고, 잘 못된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 함께 하는 관심사가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로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커피를 선택했고요. 우리의 커피 인생은 결혼 전과 후로 나뉩니다.


'커피를 어떻게 좋아하게 됐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러게요?' 또는 '어쩌다보니'라는 대답들 듣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우 명확합니다. 결혼 전의 커피의 'c자'도 모르는 커피무지랭이 상태, 그리고 결혼 후의 커피를 즐기는 커피 루덴스(?)의 상태, 이렇게 명확히 구분되는 시점이 '결혼'입니다. 만일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술을 좋아하는 저의 성향을 볼 때, '어쩌다 주점'이 생겨났을 수도... 지금도 참 신기합니다. 어쩌다 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을까?


홈카페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걸어 놓고 보니 상당히 쑥스럽습니다. 다른 가정에는 없는 몇몇 장비들이 있고, 생두를 구입해 커피를 마시는 정도인데 홈카페라니. 그래서 그 앞에 단어 하나를 붙였습니다. '어쩌다'라고요. 단어 그대로 홈카페를 차리겠다 라는 다짐을 한 후, 아주 열정적으로 커피를 공부하고, 커피를 만들어 본... 경우는 절대 아닙니다. 그 정도 열정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진즉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세계무대를 주름잡는 훌륭한 위인이 되어 있겠죠. 커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곳저곳 커피를 만나러 다니고, 그러면서 커피를 좀 더 다뤄보고 싶은 마음에 생두를 구입하고, 장비를 만들어 커피를 즐기고 있을 뿐입니다. '즐긴다'는 부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언제든 누릴 수 있는 커피 한 잔의 망중한,

그것이야 말로 홈카페의 진정한 매력


그럼에도 '유어커피'는 홈카페입니다. 다른 집에서 맡기 힘든 커피향이 매일 집안 곳곳에 자리 잡고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유어커피를 찾는 사람들에게 따뜻한(때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대접하며 대화를 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따스한 햇살이 거실 큰 창을 통해 내리쬐는 시간에 커피 한 잔을 내려 원목 테이블 한편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 이 즐거움을 언제든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홈카페 - 유어커피'의 최대 장점입니다.


그렇다고 비싼 장비가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커피숍에 가서 에스프레소와 물을 탔을 뿐인 아메리카노를 4,000원이나 되는 돈을 내고 마시느니, 그 돈을 아껴서 장비를 구입하겠다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터. 구색은 갖추고 기본적인 동작은 가능하되, 되도록이면 비용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 대부분 안주인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검색'을 통해 최저가를 찾아내는 방법 - 장비를 하나 둘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주로 사용하는 장비 외에는 대부분 찬장 깊숙한 곳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되지만, 가끔 찬장을 열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장비를 볼 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가끔 '커피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잘 알다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인의 수준에서 아주 조금 커피에 관심을 가질 뿐, 커피숍에서 치열하게 커피를 연구하고 새로운 커피를 선보이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바리스타들과 비교하자면... 아니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줄 알고, 커피향을 맡으면 나른해지는 즐거움을 아주 조금 알고 있을 뿐입니다.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닌가요?



커피 좋아하세요?

'어쩌다 홈카페 - 유어커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비록 홈카페이지만 '유어커피'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없는 손재주로 나름 간판을 만들어 아파트 현관에 달아놓고 있습니다. 귀차니즘을 최대 모토로 삼고 있는 유어커피 주인장의 어쩌다 탄생한 유어커피 이야기가 앞으로 이어집니다. 커피 한 잔이 선사하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은 소박한 욕심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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