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나이먹음은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by 장아무개

어디든 그렇지 않을까 싶지만, 대행사 직원의 삶은 한없이 단조로움에 빠지고자 한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 루틴의 세계에 몸을 담을 수 있다. 큰 노력도 필요 없다. 단지 정신을 붙잡고 있는 여러 가닥의 끈 중에서 하나만 살포시 놓으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그 옆에, 옆에 옆에 있는 얇디얇은 끈들도 놓게 되어 버리니 말이다. 특히나 연간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해야 하는 연말, 연초가 되면 내가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는 건지, 집에서 잠을 자고 일어난 건지, 언제 버스를 타고 집과 회사를 왔다 갔다 했는지를 기억하지 못할 만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게 된다.


한 번 작성한 글은 다시 되돌아보지 않은 편이지만 - 훌륭한 작가는 자신의 글을 읽고 읽으며 고치고 고쳐서 완벽에 가까운 문장의 집합체로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나는 완벽한 작가는 될 일이 없으니 - 언젠가 내가 쓴 글을 읽고, '아, 이런 일이 있었지'라며 추억을 떠올려 볼 수 있으니, 간단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보고 싶어 졌다.


*페이스북에서 '어제의 오늘'이라는 기능을 참 좋아하는데, 내가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차곡차곡 올려놓은 게시물 중 해당 날짜에 해당하는 여러 해의 게시물만 골라 보여줌으로써 이용자로 하여금 풍성한 추억에 빠져들게 하기 때문이다. 이 기능을 만든 사람은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하지만 누구인지 모르니 마크 주커버그에게 우선 칭찬 하나.



40대에 접어들고 몇 년의 시간이 더 지났건만, 해갈이를 할 때마다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 작년과 올해를 넘어가는 시기에도 어김없이 몸 이곳저곳에서 이상신호가 터져 나와 병원을 수차례 방문했는데, 두 달 이상 잠을 못 자게 한 피부병으로 대학병원까지 가서 치료를 받아야 했던 일이 가장 크다. 젊은 여교수 앞에서 뭐라고 했던가, '약 먹으면 더 이상 안가지러워도 되는 건가요?'라고 물었던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 밤중에 깨서 두드러기가 난 곳을 긁어야 했던 기억은 지금도 끔찍하기만 하다.


피부병에 시달리며 두 어달 잠을 못 잤더니 살짝 있었던 편두통이 강하게 몰려와, 피부병이 거의 완치될 시점에 다시 대학병원, 그것도 난생처음 '정신과'의 문을 두드려야 했다. 그때도 젊은 여교수 앞에서 이렇게 물었다. '제발 머리 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연말과 연초에 잠 못 들게 했던 피부병이나,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참아내야 했던 두통은 많이 가라앉았지만 나이듬으로 인해 신체가 서서히 저물어 가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은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젊을 적에는 생각 못했던 질병들이 찾아오는 게, 단지 몸만 괴로우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르겠으나, 언제나 젊은 나로 기억되고 싶은 나의 정신에게 더 큰 충격을 가져온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 "왜 이리 아픈 거래?" 여러 가지 원인을 이야기하고 싶으나 그 물음에 나는 "나이 들어서 그렀다네."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이후 질문을 한 사람과 나 사이에 몰려오는 정적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고.


40대 이후 매년 찾아오는 다양한 질병들은 단순히 병듦과 치료의 과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조금씩 내 몸에 찾아오는 질병들을 통해 나는 '죽음'을 매번 느끼게 된다. 아, 내가 젊은 시절에는 몰랐던 그 죽음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죽음 자체에 몰입하게 되면 끝없는 좌절이 밀려온다. 나는 지금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죽음이 가져올 그 이후의 세계, 그때의 나의 모습 등을 생각하면 머리카락 끝에서 시작한 잔떨림이 온몸으로 순식간에 번진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죽음으로 향하는 길을 걷는 삶을 살고 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났던 사람은 없으며, 앞으로도 한동안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생명연장의 꿈이 실현이 되기라도 한다면야 뭐...) 40대에 접어들어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지치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러면서 늙어가고 어느 순간 죽음이라는 상황을 눈 앞에서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닌가 라는 두려움이 나이 들어감과 함께 늘어만 간다.


죽음이라는 과정을 내가 어찌할 수 없다면, 죽음이 오기 전의 하루하루를 잘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던가. 그런데 묻고 싶다. 도대체 잘 살아간다는 게 뭔지. 인생의 완숙기라고 할 수 있는 40대에서도 이러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과연 50대, 60대가 된다면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나이 들어가는 것이 단순히 한 해가 지나는 것이 아니라 참 어렵고 힘들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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