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그 순간] 희한한 외출입니다

by 장아무개

하늘이 참 푸릅니다. 이런 하늘까지는 바란 건 아니었는데, 하루 종일 비 내리던 어제와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싶어, 날씨 조정 버튼이 어딘가 숨겨져 있고 그걸 조작하는 특정 세력의 한 사람이 단숨 변심으로 맑은 하늘이 보고 싶어 아무도 몰래 '맑은 날' 버튼을 느른 게 아닐까 라는 의심이 듭니다. 오래간만에 네 식구가 모두 좋아라 하는 하늘색이 되었으니 어디든 나가자 합니다.


희한게도, '나가자' 한 마디에 머리를 감고 옷을 고르고 머리를 말리고 양말을 신고 주섬주섬 네 명이 현관문을 열기 직전까지 어디로 나갈지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날씨가 좋으니 나가야 한다는 적극성과 근처로 갈지, 좀 멀리 나갈지를 결정하지 못하는 소극성이 하나로 합쳐져, 이제 곧 현관을 나서야 하건만 출발은 하되 목적지는 없는 희한한 외출이 되기 일보 직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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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참 좋습니다.

하늘이 참 푸릅니다.

봄이 농익었고

여름이 빼꼼 얼굴을 내밀니다.

어디를 가던 여행입니다.

희한하지만 희한해하지 않으렵니다.

그냥 웃으면 그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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