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그 순간] 별일 없이 사는구나..라고

by 장아무개

평일 점심시간 5분 전이 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며칠을 어질러 놓은 자취방에 어머니가 도착하기 5분 전이라든지, 시간제한이 있는 맛있는 뷔페식당의 종료 5분 전이라든지. 정말 그런 시간과 공간이었으면 좋겠지만, 최근 들어 점심시간은 그에 못지않은 긴장감, 기대감 그리고 흥분을 안겨 줍니다.


점심으로 맛있는 반찬을 싸온 것도 아니고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점심시간이 기다려지는 건 정말 오래간 만입니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기다려지는 시간, 그래서 이렇게 애간장을 태우는 게 호들갑스러워 보이기도 하겠지만, 하여튼 누가 볼까 봐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겉으로 침착한 모습을 애써 보이며 점심시간을 기다려온 게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사실 점심식사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짧은 점심 이후 바쁘게 15분을 걸어 도착할 수 있는 한강 덕분입니다. 15분 걸어 한강에 도착하면 5분 남짓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강 위에 비친 파란 하늘을 보며, 그늘 아래 떠도는 바람을 느끼며, 땀이 조금 식혀질 즘 다시 15분을 걸어 사무실에 도착. 그럼 그렇게 기다렸던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합니다. 짧지만 그렇기에 더 의미가 있고 기다려진다고 해야 할까요?


이 모든 게,

나에게는 상당히 번잡스럽고 의미 있고 때로는 의미가 없는 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 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빛의 속도로도 수십 수백년을 가야 닿을 수 있는 그곳에서 바라보는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저 사람은 참 별 일 없이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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