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그 순간] 5월에 봄과 눈을 만났습니다
전날에는 하루 종일, 밤늦도록, 슬그머니 빛이 피어오르는 이른 새벽까지도 조잘조잘 비가 내렸습니다. 때로는 그 비를 직접 맞으며, 때로는 텐트를 사이에 두고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 그 날이었습니다.
궂은 날씨 덕분에, 하늘에서 허락해줘야 갈 수 있다는 휴양림 캠핑장을 바로 전날 급하게 예약을 할 수 있었고 혹여나 취소를 번복할까 싶어 금액도 급하게 치렀습니다. 다음 날 어떤 약속이 있는지 어떤 업무가 밀려있는지는 생각해보지도 않았습니다.
텐트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밤늦게 잠이 들어 아침에 일어나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휴양림보다 높은 지역에는 조용히 5월의 눈이 내렸나 봅니다. 떠나는 계절의 끝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아있어서 그 계절은, 기어이 티를 내곤 합니다. 아마 올 겨울도 그런 마음이었겠지요.
봄과 겨울이 함께 공존하는 시간. 캠핑장을 나오며 공존의 시간이 남겨놓은 흔적을 발견하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스쳐 지나가며 감탄만 하기에는 이들의 흔적이, 아쉬움의 투정과 완연한 봄기운의 흔적은 그 어떤 작품 못지않은 놀라움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드문 겨울의 투정 속에 눈 내린 5월을 맞이했고, 봄이 왔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