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아무개 Sep 05. 2022

[부업으로 청소합니다] 4. 청소하고 대화가 늘었어요

부부가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의 의미

요즘 예능 프로그램 중에 유난히 부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아니면 당연하게 정상적인 부부는 없고 대부분 이혼위기, 심각한 감정적 다툼이 있는 부부가 주로 등장해 그들의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주곤 합니다. 때로는 너무 극단적인 상황까지 보이는터라 의심이 가지만,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성향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무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저희 부부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놀라운 상황인 것 틀림없습니다.


예능에 나와 고민을 털어놓는 부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둘 사이에 대화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서로 잘해보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어찌 알 수 있을까요? 하지만 방송을 보면 상대방이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며 끝내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실 대화라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닌데 말이죠.


정상적으로(?) 퇴근을 하고 두 번째 출근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함께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출퇴근과의 차이점입니다. 넓은 공간을 혼자 청소하기 어렵기에 당연히 두 명의 인원을 필요로 했고, 와이프 역시 남과 같이 하다 보면 누가 더 많이 하니, 적게 하니와 같은 사소한 이슈로 서로 서운한 감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저와 청소일을 하는 것이 좋다 합니다. 그래서 같이 청소일을 하게 된 것이죠. 사실 청소일은 와이프에게 먼저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두 번째 출근부터 한 시간 반 정도의 청소를 마치고 두 번째 퇴근할 때까지 저희 부부는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며 이야기를 꽤 많이 합니다. 그 전에만 해도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무리 대화를 한다고 해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습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본다는 이유로. 다른 부부보다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었음에도, 지금 상황과 비교해보면 꽤 차이가 났습니다. 지금이 대화를 많이 하다는 거죠.


늦은 밤 출퇴근 시간, 흠뻑 땀을 흘리고 난 후. 부부가 같이 힘든 일을 한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폭도 커지는 것 같고, 대화를 꺼내는 게 꽤 쉽게 느껴집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서로 낮시간 동안 있었던 사건사고들, 불만들, 어려웠던 일든, 재밌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서로 받아주는 시간. 남들은 부부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만큼 싸울 일도 많아진다는 데, 아직까지는 꽤 많은 대화를 하며 서로를 위로해 줍니다. 부부간에 대화가 어려운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예능에 출연한 문제 많은 부부들도 결국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전하고 화해하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약속하는 행복한 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은거고요.


그중에서 단연 제일 마음에 드는 시간은, 청소를 끝내고 차에 타서 시동을 걸기 전 서로에게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 건낼 때. 청소로 거칠어진 손을 서로 잡으며 집으로 향하는 두 번째 퇴근길은 여전히 행복한 순간입니다. 아제 곧 가을이 다가오는데 고생하는 와이프를 위해 성능 좋은 핸드크림 하나 사야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부업으로 청소합니다] 3. 쓰레기통에 이건 좀 그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