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된다'
어릴 적부터 참 많이 들어본 문구입니다. 초등학교 칠판 위에 붙어 있는 급훈의 상당 수는 '하면 된다'가 아닐 정도로, 우리는 어릴 적부터 '하면 된다' 그러니 '어서 해라'라는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붙도록 듣고 자란 세대가 바로 우리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니 '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는거고...
십 수년 간의 직장 생활을 끝내고 적지 않은 나이에 독립을 했을 때, 세상 풍파에 휘둘릴 저를 가운데 놓고 선배님들은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돈 안 벌꺼야?' 이 말은 독립 후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이것 저것 고르지 말고 무조건,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저는 할 수 있습니다!'를 외쳐야 한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고를 처지가 되지도 않을 뿐더러, 고르다 보면 어느 순간 주위에 남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소중한 충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하면 된다'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경험이나 전문성이 없더라도 우선 '접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반론을 들고 싶습니다. 생존을 위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도, 무리한 요청이 들어오면 접수를 한 다음, 업무를 하며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 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게 맞을까요? 내가 지금 경험이 없고, 전문성이 없는데 과연 요청이 들어온다고 해서 무턱대고 받는 게 맞느냐는 말입니다.
요청을 접수했을 때 문제는 여러 군데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기대를 가지고 요청한 고객사의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한강버스'의 사례를 한 번 볼까요?
한강버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올해 중점 사업 중 하나입니다. 그 전에 주장했던 여러 사업들이 있었지만 여론의 의해 좌절되고 말았죠. 여러 가지 추진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전에 좌절된 경험이 한강버스에 주목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강버스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 중 하나는 그 전에 선박 건조 경험이 없는 회사가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어떤 네트워크가 있는지 등등은 잘 모르니 넘어가겠습니다.) 순수하게 생각해보면, 한강버스라는 과업이 공개되었을 때 제조사의 대표-그러니까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이제 갓 독립한 회사의-는 새로운 도전이라는 의미, 그리고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는 의미에 주목하며 입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는 이 회사와 대표의 도전 정신을 높이 사서 최종 선정했다고 이야기도 할 수 있겠죠.
제작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드디어 한강버스의 실물이 나타나고 실제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전문성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고 도전정신만을 높게 산 결과는 실제 이용객들의 피해, 더 나아가 서울시의 세금 낭비로 이어지는 당연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극단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저의 입장에서 보면 경험과 전문성이 없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피해를 주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독립 후 마음 속에 새겼던 맹세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솔직하자'입니다. 이는 고객사에게 솔직하자 라는 의미와 함께 나에게도 솔직하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고객사에게는 솔직해야 합니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와 할 수 없는지를 정확히 이야기를 해줘야 합니다. 나에게도 솔직해야 합니다. 고객의 요청을 받은 후 무턱된 기대감으로 무조건 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속여서는 안됩니다. 그것이 독립 후 마음에 새겼던 솔직함입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하고 싶지만, 현재 역량이 되지 못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은 어디까지다.'를 밝혔을 때 이를 높게 사서, '그래 너희와 하고 싶어!'라며 우리를 선정해주는 그런 상황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절대 볼 수 없죠. 바로 성과와 매출이 나와야 하는 곳이 현실입니다.
솔직함이 기반이 되면 '하면 된다'는 틀렸습니다.
오히려 '되면 한다'라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