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홈카페-유어커피'는 어쩌다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주인장과 안주인이 유어커피의 시간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는데 그런 부지런함을 강요하지도 않으며, 반드시 오늘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는 공간입니다. 늦게 일어나도 우리 마음대로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며, 하루가 끝나가는 시간일지라도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오로지 우리를 위한 공간이기에 소소한 행복이 잔잔하게 담겨 있는 공간입니다.
행복이 소소하게
흐르는 시간
일탈의 공간, 행복의 공간, 주인장에게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껴지는 공간. 유어커피, 그 안에서 만들어가는 행복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주인장과 안주인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공곰이 생각을 해보다가 몇 가지 정리를 해봤습니다.
유어커피 공간이 가장 포근하고 따스하며 밝은 시간은 오후 4시 전후입니다. 그때 해가 들어오는 방향으로 거실창이 향해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햇살을 맡는 게 좋겠지만, 거실창을 통해 살짝 왜곡된 빛이 들어와 거실을 온화하게 만들어주는 이 시간대의 햇빛이 참 좋습니다. 그냥 이 시간대의 거실과 햇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그려집니다. 거기에 커피가 함께 자리를 잡는다면? 상상만해도 따뜻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는 것만 같습니다.
평일 낮시간에는 주로 안주인이 이 시간대의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혼자 따뜻한 느낌을 더욱 돋워주는 원목 테이블을 멋지게 셋팅하고 망중한을 즐기거나, 이웃들을 초대해(초대하는 건지,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 시간대의 커피와 수다를 즐기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주인장에게는 참으로 부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인장과 안주인이 함께 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주로 주말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 밖에 가질 수 없기에 매우 소중합니다. 안주인이 함께 하지 않더라도 애써 원목 테이블에 커피 한 잔을 가지고 앉아 창 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이 시간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이럴 때 홈카페 하길 잘했다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요.
한여름 로스팅은 생각만해도 끔찍합니다. 안그래도 열기로 가득한 집 안인데, 잘 돌아가던 에어컨을 끄고, 가스불을 1시간 이상 켜놓고 그 앞에 있어야 하는 건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홈카페를 유지하려면 기본적으로 커피가 필요한 것을. 그래도 녹색의 생두가 로스팅 과정을 거쳐 갈색의 빛깔로 변화한 모습을 바라보면 힘든 일은 금새 사라지고 뿌듯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로스팅의 모든 순간이 의미있고 재미있는 시간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쿨링 시간입니다. 로스팅 과정에서 뜨겁게 달궈진 원두를 배출 후에 빨리 식히지 않으면 잔열로 인해 로스팅이 더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쿨링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좌르륵, 촤르르륵. 이제 막 로스터에서 원두가 배출됩니다. 매쾌한 연기를 내뿜는 원두를 채에 받아 빨리 베란다에 있는 쿨러에 옮기고 전원을 켭니다. 가운데 위치한 팬이 시원하게 돌아가며 주위 공기를 빨아드리면서 팬 위에 놓여진 원두가 급속도로 식혀집니다.
이때 원두를 빨리 식히기 위함도 있지만, 원두에 묻어있는 잔여물을 털어내기 위해 부드럽게 원두를 만져줍니다. 혹여나 원두 표면에 잔기스라도 생길까 싶어 조심스럽지만, 너무 소심해지지는 않습니다. 아직 제대로 식지 않은 원두를 바라보다 어느 정도 식었다 싶을 때 손으로 슬슬 비벼주면 약간 거칠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원두가 손가락 사이를 헤쳐 지나갑니다.
그리고 드디어 유어커피의 커피가 완성되었습니다.
집에 커피머신을 들여놓은 후로 드립커피 기구이 눈 앞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미니멀리즘에 심취해 있는 안주인이 찬장 안쪽으로 옮겨놨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도 커피머신을 주로 사용하는지라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가끔 드립커피를 내리면서 풍겨지는 커피의 은은한 향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 생각이 많이 나긴하지만,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안주인은 드립 커피를 마시는 장면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나올 땐 언제나 드립커피를 마십니다. 물론 커피는 주인장이 내립니다만.
주섬주섬 드립커피 기구를 꺼냅니다. 때마침 고장난 그라인더를 탓하며 핸드밀도 함께 꺼내 적당량의 원두를 투입합니다. 어떤 원구를 고를까 하다가 케냐와 예가체프를 적당히 섞어봅니다. 묵직한 신맛과 가벼운 꽃향기가 잘 어우러진 커피를 상상해봅니다.
적당히 간 원두를 드리퍼에 넣고 뜨거운 물을 살살 부어줍니다. 싱싱한 원두인지라 드리퍼 안에서 커피빵이 급격히 부풀어 오릅니다. 그와 함께 따스한 기운을 머금고 있는 커피향이 유어커피를 가득 메웁니다. 서 너 차례 커피를 내려준 후에는 아깝지만 깔끔한 커피맛을 위해 과감히 드리퍼 안의 원두를 제거해줍니다.
때로는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드립커피를 내리는 과정에서 풍겨나는 향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더치커피를 내려 본 분들이라면 더치커피의 첫 커피방울이 아슬하게 맺혀있는 그 순간을 아실거예요. 차가운 물을 충분히 준비해 올려 놓고, 가운데 열심히 갈아 놓은 커피를 탁탁 잘 다듬어서 메워 놓으면 모든 준비가 다 됐습니다. 벨브를 열어 적당한 물방울 흐름을 설정해 놓으면, 한 두 방울씩 떨어진 물방울이 커피를 천천히 적셔갑니다. 그리고 모든 커피가 충분히 적셔졌을 때 드디오 더치커피의 첫 번째 커피 방울이 영롱하게 맺히게 됩니다. 이 한 방울이 12시간의 시간동안 모이고 모여 우리와 당신이 마실 더치커피가 됩니다. 이 시간을 기다려준 당신이 참 고맙습니다.
커피와 함께하니
비록 몇 가지 사례를 들긴 했지만, '어쩌다 홈카페-유어커피'에서 커피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결국, '어쩌다 홈카페-유어커피'의 행복은 언제나 옆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