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일탈, 열한 번째] 이어폰
문득 이어폰을 빼고 들었더니
아침에 현관문을 열고 회사로 향하는 순간부터 귀에 걸려 있지 않으면 허전하고, 불안함까지 느끼게 되는 이어폰의 존재감. 오늘 아침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 소리로 주변 소음을 열심히 차단하며 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어폰이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길래 이 참에 이어폰을 빼버렸다. 복잡한 출근길 지하철에선 이어폰이 필수이지만, 조금 더 연명 가능한 배터리가 남아있았지만, 과감히 이이폰을 귀에서 빼 주머니에 넣었다.
들리지 않은 다양한 소음들이 들린다. 그중에서 가장 큰 소음은 사람 둘이 이야기하는 소리. 분명 혼자일 땐 아마 말 못할 텐데, 둘이 붙으니 1+1 이상의 소음이 완성된다. 직장동료들의 험담 이야기, 모자로 보이는 두 사람의 투덜대는 소리. 그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그들이 비밀처럼 하는 지금 이야기에 모든 사람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아, 다름 사람들도 이어폰에 귀를 껴놓고 있으니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관심도 없겠구나.
사람의 소리가 그리워 이어폰을 뺐건만, 사람의 소리가 지겨워져 다시 이어폰을 껴고 싶다. 이건 일탈도 아니고 보통도 아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