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불란한 세 사람의 오사카 입성기
여행정보는 여행기 마지막 편에 기록할 예정입니다. 보통엄마가 꿈인 저의 개인적인 오사카 가족여행기 재미있게 즐겨주세요.
두 번째_오사카여행 첫날
2026.1.28~1.31
간사이공항 입국 > 스위소텔 난카이오사카 > 규카츠 모토무라 난바 분점 > 도톤보리 크루즈예매 > 체크인 > 도톤보리크루즈 > 이자카야 > 숙소복귀
간사이 공항 입국 절차는 한 시간 남짓 걸렸다.
2주일 전, 오후 1시 5분 라피트 열차를 예약하며 시간이 빠듯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전개가 빨랐다.
서둘러 앱을 켜서 예약 시간을 앞당겼다.
남편이 수화물을 찾는 동안 나는 근처 ATM기에서 엔화를 찾았다.
3일 차 교토 버스 투어 입장료 등 아직 일본은 현금이 필요한 곳이 종종 있다는 걸 2년 전 도쿄 여행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간사이공항 2 터미널을 이용하기에 라피트를 탑승할 수 있는 1 터미널까지 무료셔틀버스를 타고 약 5분간 이동해야 했다.
우리 가족은 마치 훈련받은 군대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해외여행에서 주로 나는 계획과 예약담당, 남편은 길 찾기 담당, 아들은 소통(언어) 담당이다.
셔틀만 탔을 뿐인데도 버스 안엔 여러 언어들이 섞여 내가 타국에 와있다는 걸 실감하기 시작했다.
곧 라피트의 동그란 창문이 귀엽게 우리 가족을 반겨주었다.
약 40분 후엔 숙소가 있는 라피트의 종착역 난카이 난바에 다다른다.
나는 아들에게 동그란 창문이 있는 자리를 양보했는데 감성이 충만한 아들을 위한 배려였다.
아들이 좋아하니 아들을 보는 내마음도 행복으로 물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남편의 20대 같은 활기찬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자꾸 시선이 갔다. 아무렇게나 둘러맨 백팩이 제눈에 안경이지만 멋져 보였다.
여행전, 남편은 무심하게 툭 던지듯 말했다.
"내가 아들에게, 우리 가족에게 해외여행을 시켜줄 수 있다는 게 좋아."
아마 경제적 부분에 대한 가장으로서의 감정을 말하는 것 같았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책임감과 뿌듯함이 동시에 느껴져 나는 남편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남편은 평소에 본인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이 말이 공중에 흩어져 사라지기 전에 낚아채 마음속에 묶었다.
남편이 말로 마음을 표현하는 건 정말 좋다는 뜻이기에 많이 소중했다.
출발직전, 남편은 이런 말도 당부했었다."싸우지 말고 재미있게 놀고 오자"
2년 전 도쿄여행 때 아들이 쇼핑몰에서 신용카드를 잃어버려 수습했던 해프닝을 떠올린 모양이었다.
이번여행은 모든 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기기로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우리 가족의 온도나 분위기는 엄마인 내가 좌우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내가 가장 예민한 구성원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의 저 말은 내게 하는 부탁이나 다름없었다.
아들이 라피트의 동그란 창너머 감성을 충전하는 동안 금세 숙소가 있는 난카이 난바역에 도착했다.
라피트는 생각보다 낡은 느낌이었지만 기대보다 훨씬 편안했다.
점심시간 즈음에 호텔에 도착해 일단 체크인전 짐을 맡기고 몸을 가볍게 한 후 첫 번째 먹방 코스였던 규카츠 모토무라 난바 분점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벌써 웨이팅이 있었다.
새벽부터 쫄쫄 굶었던 우리 가족은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주겠다는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다. 약 30분의 웨이팅이 끝난 후 드디어 기대했던 규카츠를 영접했다.
맛은 한마디로 소고기가 소고기 같이 않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다.
적당한 촉촉함에(아니 과한 촉촉함이 맞을 것 같다.)
생 고추냉이를 올려먹고 양배추 샐러드를 곁들이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평소 양배추샐러드를 선호하지 않던 아들이 산처럼 수북이 쌓인 양배추를 모두 먹어재꼈다.
미소된장국 옆에 있는 것이 명란젓이고 그 옆엔 씹다 뱉은 것 같은 식감의 달콤한 인절미가 있었다. 누구든 먹어보면 내 표현에 동의 할 것이다. 말랑한 것보다 더한 우리나라에선 경험하지 못한 물컹한 식감이었다. 명란을 미니화로에 구워도 먹어보았는데 그냥 밥에 반찬으로 먹는 게 더 나았다.
밥 위에 4개의 소스가 있는데 위에 2개는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였고.
아래 두 개는 나물 비슷한 것과 마소스였는데 밥을 비벼먹으라고 쓰여있었지만 내입엔 별로어서 비비진 않았다. 소스는 고추냉이를 찍거나 소금이 가장 입에 맞았다.
세트구성엔 드링크가 포함되어 있는데 순간 당이 너무 당겨 오렌지 주스로 주문했지만 다시 선택한다면 생맥주나 콜라로 할 것 같다. 계속 먹다 보면 약간은 느끼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들은 두장짜리 그람수가 더 큰 것을 주문했는데 모두 깔끔히 비워냈다.
늘 소고기 킬러인 남편 입맛에도 잘 맞았다.
매장 안은 고기를 화로에 올려 굽다 보니 연기가 조금 있었고 매장의 크기는 작았다.
그 혼잡함 속에 우리는 든든히 채워진 배를 두드리며 즐거웠다.
위장을 든든히 채우니 본격적인 여행을 하고픈 의지가 샘솟는다.
식사를 마치고 화려한 도시를 감상하며 도톤보리 크루주를 예약하는 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도톤보리로 향하는 그 길은 정말 화려했다.
뜻을 알 수 없는 화려한 일본어 간판들이 타이포그래피 예술 전시장 같았다.
길목 자체가 여행 코스라 할 만큼 우리 가족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분위기에 취한 남편이 아들을 끌고 충동적으로 인형뽑기 센터로 향했고 몇분만의 탕진은 정해진 결과였다.
우리는 인파 속에 서로를 잃어버리기라도 할 듯 바짝 붙어 다양한 인종 속에 섞여 들어갔다.
이때가 여행기간 통틀어 가장 설레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물 흐르듯 인파를 따라 크루즈 예약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크루즈 예약하는 곳은 이곳의 랜드마크인 도톤보리 돈키호테점 아래라 찾기 쉬었고 야경을 볼 수 있는 저녁 시간이 피크타임이다. 우리는 6시 30분 탑승권을 현금으로 구매했다. 3명이 6만 원 정도의 코스였다.
곧 체크인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새벽부터 가동된 나의 육체는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내 몸에선 "체크인" "체크인을 서둘러! 아니면 짜증이 날 것 같아"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얼리체크인이 되지 않을까 싶어 오후 2시경 숙소로비로 향했다.
도보로 10분 거리정도라 이번여행에서는 교통권이나 패스 없이 대부분 걸어서 이동하였다.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친절한 한국말을 잘하시는 일본여성분이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도와주셨고 짐도 객실로 올려주셨다. 그렇게 우리는 전망 좋은 31층의 룸을 배정받았다.
얼레벌레 오늘의 목표는 완성이 된 샘이다.
우리 중에 가장 연장자인 남편은 피곤했는지 금세 낮잠에 들었고 나와 아들은 조용히 빠져나와 숙소와 연결된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로 향했다. 낮에 먹은 규카츠의 느끼함이 이제서야 느껴졌다. 내 몸은 김치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를 쉽게 생각했는데 도톤보리 가는 길보다도 복잡했다.
실험실 미로 속 생쥐 같다고 해야 하나? 아들과 나는 왔던 길을 돌고 또 돌고 현지인 분들께 물어도 봤지만 이상하리만큼 같은 곳을 맴돌고 있었다.
식품관과 여러 쇼핑몰이 연결된 지하 공간은 너무 넓고 복잡했다.
아들이 없었으면 미아가 될 뻔했던 순간이었다.
혼자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불안한지 따라나서준 아들이 고맙고 든든했다.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생명 같은 김치와 과일을 얻었다.
한국 김치보다야 톡 쏘는 맛이 없어 못했지만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이면 무조건 무조건이었다.
김치가 이렇게 중요하다. 한입 들어간 순간 에너지가 다 충전되었고 남은 김치는 여행기간 내내 우리 가족의 소화제 대용이었다. 과일도 생각보다 꼭 필요한 구성이었다.
칼질 없이도 먹을 수 있는 한라봉과 여행만 오면 화장실을 잘 못 가는 나를 위한 골드키위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남편이 잠에서 깨어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가 지하에서 헤매는 동안 남편이 조금은 혼자 쉴 수 있어서 체력이 회복되었고 컨디션도 좋아 보였다.
특히 공수해 온 한식을 보고는 함박미소를 날렸다.
도톤보리 크루주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숙소에서 간단히 김밥, 김치, 한라봉, 제육과 지지미, 한국에서 가져간 오징어 짬뽕컵라면으로 느끼함을 달래고 시간에 맞추어 크루주 예매소를 향해 다시 출발했다.
밤의 도톤보리는 어떤 모습일지 설레었다.
도톤보리의 밤은 그야말로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노래 제목이 저절로 떠올랐다.
도톤보리로 향하는 거리는 낮과는 또 다른 낭만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고 비수기임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적지 않은 인파에 놀랐다.
그렇게 설레어 걷다 보니 선착장에 금세 도착했다.
미리 예약한 덕에 10분 정도 대기 끝에 크루즈에 탑승해 약 20분가량 가이드분의 말씀을 따라 크루즈를 즐겼다.
우리는 우리를 구경하는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기꺼이 되었다. 가이드분의 말씀을 따라 구경하는 분들을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며 "곰방와~~곰방와~~"를 외쳤다.
반대로 우리는 우리를 구경하며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구경거리가 되어 품앗이를 하도록 가이드는 열정적으로 직장인의 임무를 수행했다.
20분간의 크루즈가 끝나고 아들이 돈키호테를 구경하고 싶대서 들렀다.
다들 각자의 바구니에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데 나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눈으로만 쓱 훑고는 계단을 통해 빠르게 빠져나왔다.
충분히 야경과 풍경을 즐긴 후 내가 한국에서 검색했던 이자카야로 향했다.
남편은 도톤보리 근처에서 한잔하고 싶어 했는데 관광지라 별로일 것 같은 편견에 그냥 지나쳤는데 오히려 내가 선택한 이자카야가 그닥이었다.
미련이 남아 다음날 다시 도톤보리 오코노미 야키집에서 한잔했는데 오히려 맛이 괜찮아 의외의 성과였다.
어쨌든 이자카야는 발을 아래로 놓을 수 있는 형식의 테이블에 2층 구조였고 아들도 알고 있는 일본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여기서 소혀라던가 평소 접해보지 못한 여러 음식들을 도전하며 생맥주를 기울였다.
그렇게 얼큰히 취해 우리는 숙소로 복귀했다.
다음날은 조식도 없이 일단은 푹 자기로 했다.
그렇게 소중한 여행 첫날이 흘러갔다.
첫 번째_비행기공포 아들과 오사카 가족여행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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