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철도 서울역 ‘묻지 마 폭행 사건’
최근에는 SNS에서의 이슈도 뉴스로 확산된다. 승객 얼굴 앞에서 풍선껌을 불어 터뜨리거나 무릎 꿇고 춤을 추고, 심지어 노상 방뇨를 하는 등 이른바 ‘지하철 빌런’이 SNS에 올라온다.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뉴스로 보도된다. SNS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2020년 5월 26일 오후 2시경 공항철도 서울역에서 30대 여성이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해 눈가가 찢어지고 광대뼈가 골절되는 피해를 입었다. 열차와 철도 시설물 내 범죄를 담당하는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로 신고가 접수되었다. 곧바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큰 진척이 없었다. 단순 폭행 사건으로 일반 수사와 큰 차이 없이 처리하는 중이었다.
4일 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울역 묻지마 폭행’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이 공유됐다. 피해자 이야기를 친언니가 올렸다. 문제의 남성이 고의로 다가와 어깨를 부딪치고 욕설하며, 이에 항의하자 얼굴을 때렸다고 전언했다. “영상 CCTV가 없어 증거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철도경찰로부터 확인한 미온한 수사상황도 공유했다.
“폭행 발생 현장은 CCTV 사각지대라 결정적 증거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조사 결과 범인이 서울역에서 열차를 타거나 상점에서 카드 결제를 한 내역이 없어 잡기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가해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 전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피해 여성이 잠시 기절했다 깨어나 소리를 지르자 달아났다. 행인에게 “잡아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구경만 했다고 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이 온라인에서 급속 확산되었다.
일부 언론에 의해 사건은 더 구체적으로 보도되었다. 남성과 여성의 동선, 사건 전후의 목격담, 한 차례 더 폭행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쳤다는 주장도 알려졌다. 사고 직후 인근 매장 점원 등이 철도경찰에 여성을 데려다줬고 경찰은 조서를 작성했다. 3일 후인 5월 29일 경찰대 수사과로 이관됐다.
가해 남성 신원은 특정되지 않았다. 폭행 현장은 코레일이 관할 구역에서 공항철도 서울역 쪽으로 관리구간이 넘어가는 공간이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그곳에 CCTV가 없었고, 문제 남성은 열차를 이용하지 않아 기록이 없었다. 역사 내외부에서 신원을 추적할 수 있는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았다. 역으로 진입하는 인근 CCTV 영상에 드러난 인상착의를 바탕으로 한 동선으로 수사해야 했다.
사건 발생 후 서너 일 동안 단서는 없었다. 그사이 억울한 피해자와 답답한 지인은 커뮤니티에 추가로 글을 올린다. 언론은 커뮤니티 댓글과 메일을 통한 섭외 등으로 추가 취재를 이어갔다. 인터뷰가 늘고 관심이 늘수록 사건은 더욱 확산되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CCTV 부재로 결정적 증거 장면을 확보할 수 없는데 대해 (공항철도) 서울역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도) 그동안 수사에 걸림이 되었다면 개선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이어 “육체적 상처도 상처이지만, 평생 안고 살아갈 정신적 충격이 가장 걱정”, “보복범죄를 두려워한다”, “일면식도 없는 이가 행한 폭력에 피해자가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라고 되물었다.
“CCTV 사각지대에서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아 계획적인 범죄로 봐야 할 것 같다”며 “(공항철도)서울역에 CCTV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의 안일한 태도, 대낮에 여전히 약자(특히 여성)를 타깃으로 한 묻지마 폭행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공론화시키기에 충분한 문제인 것 같다”며 “건장한 남자였거나 남성과 같이 있었다면 과연 이런 사고를 당했을까”라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피해자의 광대뼈 함몰을 증명하는 엑스레이 사진도 공개했다.
경찰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사고 현장은 공항철도 서울역을 관리하는 ㈜공항철도 소관이었으나, 대부분 언론매체에서 코레일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문의가 쇄도했다. KTX 등 열차가 운행하는 일반적인 서울역은 코레일이 담당하지만 공항철도가 다니는 ‘공항철도 서울역’,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서울역’이 따로 있다. 통상 부르는 서울역에 세 곳의 관리 기관이 있다
취재 연락이 온 매체에 공항철도와 철도경찰을 알려줬다. 특정 언론은 코레일에서 주도적으로 수사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도 했지만, 도울 방법은 없었다. 해당 시설에서는 권한 자체가 없고, 당연하게도 코레일은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철도경찰에서 ‘가해자 검거’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언론에 공론화된 지 삼사일 만에 가해자는 6월 2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 거주지에서 검거됐다. 경찰과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목격자와 피해자 진술, 사건 현장 주변 CCTV 영상 등을 분석해 가해자를 특정하고 이동 동선을 확인해 가해자가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자택 주변에서 잠복 후 검거했다.
당시 나이 33세이던 이모 씨는 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가해자는 행인과 눈을 마주치면 그들이 자신을 적대하고 해를 끼칠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방어적으로 행동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해 2월부터 4월에도 지나가던 행인의 얼굴에 침을 뱉거나 눈을 마주쳤다는 이유로 때릴 것처럼 위협하는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추가 기소됐다.
최근 SNS 이슈에 대해 기업이 기민하게 대처한다. 생감자로 만든 과자에 감자 함유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유튜브 영상이 올라오자 며칠 만에 건조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해 무게가 낮게 나왔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10여 년 전 해외에서 특정 스마트폰이 주머니 속에서 프레임이 쉽게 휘어진다는 이른바 밴드게이트(Bendgate)가 논란이 되었다. 해당 제작사는 몇 건 안 되는 예외적 경우라고 해명하는 한편, 제품과 디자인 설계에 내구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10년 만에 발견한 햄버거도 썩지 않아 논란이 되었다. 방부제 범벅이라는 의심으로 해외 SNS에서 화제였다. 이어 18년 동안 그대로인 햄버거도 유튜브에 소개되었다. 해당 햄버거 회사는 신속하게 대응했다. 수분이 없는 건조한 환경의 영향으로 방부제 함유량과는 관련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후에는 신기한 현상으로 다뤄졌다.
온라인 뉴스에는 하루에도 수십 개씩 ‘SNS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온다. 최근 언론 위기관리와 여론형성이 SNS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개인이 SNS에 올린 이슈가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면 언론에서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이슈만을 다루는 외주팀을 따로 꾸려 기자 한 명이 하루 몇십 건씩 기사를 만들기도 한다.
개인이 올린 모든 콘텐츠에 공식 입장을 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커뮤니티에서 이목 집중되는 게시물이나 언론이 취재할 때라도 입장을 내놓아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
계란을 뒤집어쓴 바위는 쉽게 씻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