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를 두고 가마나 드는 일은 없기를
2025년, 철도에 가마꾼 논란이 일었다. 시속 300km KTX를 운행하는 코레일에서 무슨 가마꾼일까? 4명이 한 명을 드는 극강 비효율 가마. 4명이면 기장과 열차팀장 각 한 명, 승무원 2명으로 KTX도 운행한다. KTX를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이 가마를 들었다. 955명을 실어 나르는 대신 1명을 들어 옮겼다.
때는 6월 중순, 장소는 대전의 한 공원이었다. 코레일 간부 자녀 결혼식이 전통 혼례로 진행되었다. 해외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여서 한국 전통을 추구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가치관도 전통적이었다. 혼례에 등장하는 신부는 가마를 타고 등장했다. 부하 직원들이 가마꾼으로 동원되었다.
익명의 직장인 게시판에 해당 내용이 올라왔고, 반응은 뜨거웠다. 한국철도공사가 아니라 한국가마꾼공사다. 현대판 노예이다. 갑질이다. 부당한 직원 동원이다. 등등... 댓글 중에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관계 기관에 신고하겠다.”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의견도 한둘이 아니었다. 기사가 될 때까지 하겠다는 주장도 있었다. 결국 언론에서 취재가 들어왔다.
지방의 한 매체와 주요 매체 온라인 뉴스 팀에서 먼저 문의가 왔다.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답변하고 경위를 파악하는 사이, 지상파 뉴스팀에서 연락이 왔다. 언론 담당 윗선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긴박하게 대응했다.
인사 담당 부서에 기자를 연결해 줬다. ‘외부 노무법인’, ‘감사’ 등 자체 조사 중인 사항으로 해명하는 사이 뉴스 가치는 증폭되었다. 서울에서 곧바로 대전으로 내려와 인사 담당자와 인터뷰했다.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뉴스가 언제 나오느냐가 문제였다.
코레일에서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코레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관련자들은 순수한 의도라고 말하고, 해당 간부도 그걸 순수하게 받아들이셨다고...” 뉴스에도 그대로 나왔다.
다양한 입장이 추가되었다. 철도노조 관계자와 직장 갑질 분야 노무사의 발언이었다. “자발적으로 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싶냐며, 위계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노무사)” “갑질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조직 문화가 남아있는 것 같고, 공사에서 제대로 처리해야...(노조 관계자)”
영상에는 제보자가 제공한 사진도 같이 실렸다. 당시 기관장이 신랑 신부 옆에 서서 박수를 치는 모습이었다. 얼굴을 뿌옇게 처리했지만 헤어스타일과 표정이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알아볼 수 있었다.
제목도 눈을 사로잡았다. “따님, 타십쇼” “앉았다 번쩍...” “간부가 초대한 결혼식” 다른 주요 매체의 기사에도 언급되고 온라인 후속 기사도 줄을 이었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후발 기사들도 차별화를 위해 신선한 제목을 골랐다. 기자들이 제목 창작 능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남직원은 가마꾼, 여직원은 청사초롱...”, “내 딸 결혼식에 가마 좀 들어줘...” “‘가마꾼’ 된 코레일”, ”한국가마꾼공사“...”딸 전통혼례서 직원 4명 ‘가마꾼’“
알록달록한 한복을 입은 ‘전통 혼례’ 사진이 자료화면으로 같이 올라갔고, 온갖 화려한 꽃가마가 기사를 꾸몄다. 대한민국 모든 가마 사진은 이번 기사에 등장하는 것 같았다.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코레일에서는 외부 노무법인에 감사를 의뢰했고, 뉴스도 그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 몇 주 후 단독 기사를 내놓은 기자는 후속 취재를 이어갔다. 당시에는 “갑질이라고 볼만한 강압은 없었다”는 외부 노무법인의 의견이 나온 상황이었고, 이후 추가 보도는 없었다.
최종 판단과는 별개로 구태의연하고 경직된 조직 문화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 아니냐고, 원래 코레일 조직 문화가 그러냐고 한 기자가 물었다. 기사를 쓰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창피했다고... 철도에 애착이 큰 기자였다. “자발적으로 가마를 드는 직원이 있는 것도 이상한 거예요” 기자는 말했다.
멀쩡한 철도를 두고 가마 드는 일이 없길 바란다. 부탁이든, 모집이든, 강요든, 자발적이든 간에, 현상만 놓고 보면 갑질이다.
직원 개인의 일탈로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사건은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의 KTX 승차 정보를 코레일 직원이 확인한 사안이었다.
일부 언론보도에는 빠졌는데, 발단은 코레일 내부 감사를 통해서 알려졌다. 동료 직원의 제보가 있었다. 감사실에서는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했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 국회의원실에서 해당 사실과 조사 중인 자료를 요청해 왔다. 감사 처분을 추진하는 중이라 언론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그대로 보도되었다.
"○○ 개인정보 다 봤다"…‘열차표 끊자 KTX 직원이 벌인 일’ 곧바로 보도되었다. 코레일 직원 B씨가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해 2021년 1월 여행 일정을 몰래 열람했다는 내용이었다. 회원 가입 때 등록한 주소와 전화번호 등도 들여다봤다고 덧붙였다. IT 부서 소속에서 시스템 운영을 맡아 개인정보 접근 권한이 있는 걸 악용했다.
B씨는 해당 그룹의 팬으로 알려졌고, 단순 호기심에 해당 멤버의 승차권 발매 내역을 1회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코레일은 감사위원회를 열어 B씨에게 직위 해제와 징계 절차 등의 조치를 취했다. 고객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었다. 징계 결과는 해임이었다. 강도가 높은 처분이었다. 해임은 범죄행위나 비리, 공직선거법 위반 또는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행위에 해당하는 중징계 처분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사유로, 신속하고 강도 높은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내부에서 판단한 것 같다.
코레일 차원에서는 개인정보 조회 시 경고 팝업과 함께 조회 사유를 입력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실시간 이상 행위 감시·추적을 위한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발표도 내놓았다.
내부 조사가 먼저 이뤄지고 처분도 곧바로 내놓은 만큼 언론에서도 처분 내용까지 상세히 설명했다. 팬층이 두터운 만큼 파장도 컸다. 다 읽을 수도 없을 만큼 댓글이 많았다. 국내외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 각국 언어로 댓글이 달렸다. 팬카페와 커뮤니티에서는 논란과 함께 전문적인 분석도 있었다. 추가 피해와 유사 사례 등도 우려된다. 근본적 대책을 위해서 법적 처벌을 강화하고 정보접근 제한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등등
거의 모든 매체에서 보도되었다. 코레일 담당은 물론 연예부, 사회(사건)부, IT, 법조, 공기업 등 언론사 내에서 다루는 부서도 다양했다. 사건 발생부터, 처분, 향후 재판 과정까지 한번 취재한 기자는 후속 취재를 이어갔다.
해임 이후 B씨는 그해 8월에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징계양정이 과다하다는 사유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는 신청을 기각했다. B씨는 11월에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인용되었다.
B씨를 해임한 것은 연예인의 유명세 때문이지 비위의 강도 때문이 아니라는 결론이었다. 개인 정보보호법을 위반한 다른 직원을 해고한 적이 없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결국 그해 12월 중순 복직되었고, 해임 기간의 임금도 지급했다.
B씨는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부서로 옮겨졌다. 판결이 나오자마자 지상파 방송 정치부 기자가 이를 취재해서 보도했다. 역시 후속 취재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의 징계를 구제하는 전문 변호사가 있다.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며 경감시켜주는 소송을 맡는다. 공공기관은 여론에 민감하기에 비위 등의 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면 선제적 조치를 취한다. 여론에 떠밀려 급히 추진하기도 하고 강도 높은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징계위원회에서 나름 객관적으로 진행하지만 사회 분위기를 간과할 수 없다.
2025년에는 외국계 항공사 직원들이 BTS 등 연예인 항공기 탑승 정보를 빼돌려 판매하기도 했다. 수천만 원을 챙겼다고 추정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들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소속사인 하이브는 정보 유출 문제를 대응하고자 전담대응 팀을 꾸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논란이 되고 막을 수 없는 직원 개인의 일탈도 있다. 구태의연한 조직 문화가 혼례식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대중의 인식과 법적인 판단이 다를 때도 있다. 언론은 대중과 사건을 이미 결론으로 이끈다. 억울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법정 판결에 앞서 여론이 사건의 본질을 더 정확히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