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은 ‘철도의 날
사적 기념일도 있다. 공사 창립기념일, 무사고 1,000일(30만 km), KTX개통 22주년과 같은 날이다. 기관에는 뜻깊은 날이지만 대중은 모르는 만큼 의미와 배경을 설명해야 한다.
6월 28일은 ‘철도의 날’이다. 국가 교통 대동맥인 철도의 의의를 되새기고 종사원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정한 법정기념일이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철도국기념일’로 지정돼 일제의 잔재라는 논란이 있었다. 2018년에 지금 날짜로 변경되었다. 한국 최초의 정부 조직인 공무아문에 만들어진 철도국에서 우리 철도의 효시를 찾자는 취지다. 공무아문 철도국은 1894년 음력 6월 28일에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에 정해진 철도의 날은 최초의 경인철도(노량진-인천) 부분 개통일인 1899년 9월 18일에서 가져왔다. 이 땅에 처음 열차가 달린 의미 있는 날이지만, 우리 민족 스스로 철도를 놓으려 했던 자주적 의지에서 우리 철도의 뿌리를 찾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변경된 철도의 날 첫해에는 프레스킷을 배포했다. 일제 잔재 청산과 민족 자주성을 회복하자는 취지로 한국철도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20페이지 분량으로 대한제국기 경인철도 개통과 침탈의 역사, 철도의 날이 바뀌게 된 배경, 숫자로 보는 한국철도, 국내 철도 관련 기네스, 주요 연혁 등이 담겼다. 고객 이벤트와 철도 영화제, 음악회 등 문화행사도 덧붙여졌다.
프레스킷(Press Kit)은 언론에 제공하는 종합자료집이다. 보도자료가 2페이지 내외로 한 건에 대한 홍보라면, 프레스킷은 종합정보를 담은 패키지이다. 새로운 고속열차가 도입되었을 때도 프레스킷을 만든다. 고속열차 도입 목적, 배경, 도입과정을 비롯해 기존 고속열차와의 변천사, 해외 사례, 다른 교통수단과의 차이점, 관련 사진, Q&A 등으로 구성된다. 특별한 양식은 없고 홍보 목적에 맞게 구성된다. 기자가 기사를 쓰는데 참고할만한 다양한 자료면 된다.
이듬해에는 고객 감사 행사를 진행했다. 이후에는 따로 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철도의 날’ 기념식에 대한 언론보도만 지원했다.
2021년 6월 28일을 앞두고 철도의 날 기획 홍보를 준비하게 되었다. 기념일의 본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철도의 날은 국가기간 교통수단으로서 철도의 의의를 높이고 종사권들의 노고를 위로하고자 기념일로 지정됐다. 철도인의 노고를 찾아내고자 국민에게 친근하게 소개할 철도 인물의 사연을 내부 공모했다.
총 8건이 선정됐다. 동료 기관사인 며느리와 시아버지, 철도원 삼형제 등 철도 가족 이야기가 3건이었다. 수도권전철을 운전하는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영향으로 기관사가 되었다. 특목고를 나온 재원이었으나 연애시절 예비 시아버지의 직업을 본받아 기관사로 진로를 정했다. 두 아들도 모두 기관사이다.
철도원 삼형제는 운전, 건축, 차량 등 서로 다른 세 분야의 안전 책임자이다.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이 철도원이었고 세 형제는 아버지의 소원을 이뤘다.
전 방학역장은 역 주변에 심어진 나무를 기록하기 위해 전국 600여 개 기차역을 찾아다닌다. 개화 시기에 맞춰 같은 역을 매주 찾기도 하는 그는 6월에는 영동선 하고사리역의 능수버들을 꼭 보라고 추천한다.
배은선 철도박물관장은 자타공인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철도 역사 전문가이다. 다수의 철도 역사 자문과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철도의 역사와 발전’, ‘기차가 온다’등 십여 권의 철도서적을 집필했다.
다섯 대통령을 태운 기관사, 강성원 KTX 기장의 사연이 가장 특별했다. 강 기장은 김대중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다섯 대통령이 탄 KTX를 운전했다. 18여 년 동안 특별열차를 몰며 단 한 건의 장애도 없이 무사고 운행을 기록한 그의 철도 인생이 흥미로웠다. 기자들도 추가 취재 및 문의가 가장 많았다.
그것이 문제였다. 언론보도 이후 알 수 없는 곳에서 연락이 왔다. 대통령 열차와 관련된 내용은 대외비인데 어디까지 취재하고, 어느 선에서 기사를 썼는지 확인했다. 기사 외에 아는 것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강 기장에게도 연락이 왔다. 보안에 문제 되는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서로 확인한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한 해를 거르고 2023년 철도의 날에는 철도 유물을 조명했다. 국내 유일의 철도박물관에서 공식적으로 추천한 우리 한국철도의 7가지 유산과 거기에 담긴 역사를 정리했다. 철도박물관장께서 이번에도 큰 힘을 주셨다.
7가지 유산은 △한국형 고속철도 시제차량 HSR350X, △첫 번째 수도권전철 1001호 차량 △옛 서울역사 △철도교통관제센터 △1897년 경인철도 레일 △1897년 경인철도 기공식 사진 △열차 승차권 앱 ‘코레일톡’ 이었다.
➀ 한국형 고속철도 시제차량 ‘HSR350X’
HSR-350X는 국산화를 이룬 고속차량의 모태가 되었고 고속철도 도입과정과 기술축적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➁ ‘서울을 대중교통의 허브로’ ‘첫번째 수도권전철 1001호 차량’
1974년 8월 15일 개통된 수도권전철과 서울지하철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중교통을 대표하는 시민의 발로 자리 잡았다. 수도권전철 시대를 연 전철차량 1001호는 수도권발전의 역사를 같이했다.
➂ 한 세기 대한민국 수도의 관문이었던 ‘옛 서울역사’
1925년 지어진 서울역사는 국내 기차역을 대표하는 철도건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광복의 영광과 한국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겪었다. 격동의 흔적을 이겨낸 서울역사는 우리나라 역사를 온몸으로 품고 있다.
➃ 하루 3천5백여 대 열차를 제어하는 ‘철도교통관제센터’
전국 4,131km 선로, 모든 열차를 제어하는 열차 관제업무시설인 철도교통관제센터는 열차 이동 중 모든 과정을 샅샅이 모니터링하며 이례상황에 대비한 비상대응 핵심 기능도 갖추고 있다.
➄ 국내 가장 오래된 철도시설 ‘1897년 경인철도 레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철도 레일은 철도박물관에 보관된 경인철도 부설 당시 레일이다. 1935년 철도박물관 개관 당시 수집된 유물로 추정되며 ‘철도 시설물로서의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등록문화재(지금의 국가등록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➅ 국내 최초의 철도사진 자료 ‘1897년 경인철도 기공식 사진’
19세기말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사진인 ‘경인철도 기공식’ 사진은 철도 부설 당시의 사연과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한 세기 넘게 숨겨졌던 사진 속 비밀이 풀리고 있다.
➆ 전 국민이 애용하는 열차 승차권 앱 ‘코레일톡’
다운로드 3천만 건 이상인 코레일톡은 전체 승차권 발권량의 90% 가까이 담당하고 있다. 두꺼운 종이에서 ‘e-티켓’까지 기술발전과 같이 해온 열차승차권은 현재도 진화하고 있다.
많은 조사와 취재, 사진과 자료 확보에 더해 박물관장님의 전폭적인 도움으로 44페이지 분량의 보도참고자료집을 만들었다. 야심 차게 준비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많았다. 언론매체에서는 어디에 비중을 둬야 할지 모르고 메일 휴지통으로 옮겨졌다. 기자들은 길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배포 전날까지 작업하다 보니 2,3장 분량의 요약 보도자료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반세기가 넘는 철도 역사를 대표하는 유산이기에 120여 년부터 10년 이내까지 세월의 이야기가 서로 달랐다. 건물, 프로그램, 차량, 시설물 등 다양한 범주에서 대표를 찾다 보니 공통점은 없고 설명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2021년 철도 인물과 비교해서 대중적이지 않아 취재문의도 거의 없었다. 기념일에 기획홍보를 하기 위해서는 알리고 싶은 콘텐츠보다는 언론매체가 알고 싶은 콘텐츠를 쓰기 쉽게 만들어야 했다.
확실히 인물이 모두의 관심사이다. 언제나 연예인, 정치인 기사 조회수가 항상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