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을 믿어야 한다.

by 문좀열어주세요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의 세 번째 외침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앞선 두 번의 거짓말에 모두 속았으니까. 마을에 ‘안전을 책임지는 자’라면? 그는 믿어야 한다. 세 번 뿐만 아니라 열 번도, 그 이상도 늑대를 대비해야 한다.


통계학에서 발전한 ‘긍정오류(false positive)’라는 개념이 있다. ‘없는’ 것을 ‘있다’고 진단한 오류가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세 번 중 한 번이 진실인 양치기 소년의 외침은 긍정오류로서도 양호한 정확도다. 심심풀이 거짓말만 아니라면 말이다.


양치기 소년이 늑대를 경계하는 사람이란 걸 염두 했다면 거짓일지언정 그의 말에 귀 기울였어야 한다. 참을 거짓으로 오인했을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늑대가 ‘있는’ 것을 ‘없다’고 진단한 ‘무시’로 양떼는 몰살됐다. 경계하고 확인하는 불편은 안전을 위한 조건이다.


긍정오류는 안전 분야에서 두루 쓰인다. 열 번 잘못 울린 화재경보가 한 번의 진짜 화재를 막는 것이 하나의 예. 100% 정확한 경보가 가장 신뢰할 수 있지만 미세한 연기에도 반응해야 화재라는 최악을 피할 수 있다. 9번 거짓말은 안전을 위한 번거로움으로 감내해야 한다.


철도 안전관리 곳곳에 긍정오류가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 규모와 무관하게 즉시 열차를 정차해 이상 유무를 점검 후 출발한다.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 그리고 올해 괴산 지진에서도 ‘열차 정지’ 경보는 작동했다. 선로 피해는 한 번도 없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네 번째 지진에도 열차는 멈추고 안전을 확보한 후에 다시 운행할 것이다.


최근 철도 사고들로 국민께 입힌 피해와 상처로 면목이 없다. 침통한 심정이다. 복잡한 설명보다 사과를 먼저 하는 것이 도리일터. 그럼에도 사고에서 간과한 긍정오류가 있었는지 깊이 고민하는 한편 최근 늘어난 운행 장애도 긍정오류로 설명하고자 한다.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열차 운행상의 문제가 있었다. 수도권전철 차내 안내 화면이 고장 나 다른 전동차로 환승하기도 했다. KTX 동력장치의 출력이 떨어져 비상 열차가 출동했다. 천안아산역을 출발한 열차가 점검을 위해 되돌아온 경우도 있었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 과민한 대응이라는 말도 있다.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없는, 열차를 교체해야 할 장애였냐고 묻는다. 수백 명이 불편과 지연으로 입은 피해가 더 큰 장애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안전을 최우선하는 입장에서는 긍정오류일 수도 있는 장애를 간과할 수는 없다.


코레일에는 “안전하지 않으면 운행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있다. 작은 빈틈이라도 있으면 열차를 운행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집중호우와 태풍에 열차를 운휴하는 것도, 레일 온도가 올라가거나 KTX 객실 화장실 담배 연기에도 열차를 세우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편리한 기차여행의 기대가 꺾인 이용객께는 어떤 사과로도 부족하다. 사소한 장애조차 예방 못한 염치없는 변명일 수 있지만 코레일 임직원들은 국민 기대에 맞는 안전 최우선 경영을 위해 늘 애쓰고 있다. 작은 문제라도 열차를 멈추는 것도 안전을 먼저 생각한 조치였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특히 요즘처럼 더욱 긴장해야할 때는 더 민감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기억과는 다르게 양치기 소년 우화 속 교훈은 거짓말쟁이만을 탓하지 않는다. 어린 소년의 장난기를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지 않고 덮은 사람들의 행동도 지적한다. 늑대가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지만 늑대를 경계하는 외침을 이해해야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2022년 11월 6일 21시경 사고 발생, 다음날 복구 작업중

(2022년 11월 무궁화호 탈선 사고 이후 잦은 장애로 시민들이 불안해할 때 썼던 기고입니다. 신문에 게재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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