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명판을 본뜬 교통카드 알리기
광역철도 담당 부서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자고 했다.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한정판 교통카드가 인기를 끌었다는 내용이 강조되었다. 뒤쪽에 ‘새 디자인의 레일플러스 카드를 출시한다’는 부분이 덧붙었다.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만든 전국호환 교통카드 레일플러스는 이용이 적어 혈세를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2014년 출시한 이후 10여 년이 넘도록 시장점유율이 1%대에 묶여있었다. 홍보를 위한 광고를 전혀 진행하지 않는다고 국정감사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국토교통위원회 한 국회의원은 “관리와 전략이 부족해 실패를 자초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담당 부서는 지난해 일부 노선 개통을 기념해 3종의 한정판 레일플러스를 만들었는데 조기 매진된 상황을 알리길 바랐다. 아울러, 새로운 레일플러스 카드도 소개하고 싶어 했다. 3만 장 넘게 제작했는데 팔리지 않을까 염려도 섞여 있었다.
새로운 레일플러스는 실제 역명판 모양을 그대로 본떴다. 기차역 벽면과 기둥 등에 역 이름을 안내하기 위해 부착된 역명판과 동일한 디자인이다. 서울, 용산, 영등포, 대전, 동대구, 부산, 광주송정, 목포, 여수엑스포역 등 전국 30개 기차역 편의점(스토리웨이)에서 구매할 수 있다.
보도자료를 준비하면서 “매진될 것 같다”고 담당 부서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4천 원이라, 가격 부담이 적고 기차역 기념품으로 제격이었다. 마니아에게도 수집용으로 인기 있을 듯했다. 푸른색의 역명판을 그대로 본뜬 디자인도 정갈하게 눈에 쏙 들어왔다.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우선 새로 출시한 역명판 레일플러스에 초점을 맞추고, 포토보도자료로 방향을 바꿨다. 사진만 괜찮으면 언론도 잘 다루고 SNS 등을 통해서도 금방 퍼질 것 같았다. 담당자가 바로 서울역 역무원 2명을 섭외했고 다음 날 오후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에는 30개 카드를 모두 준비하지 못했다. 서울, 용산, 대전, 동대구, 부산역 5장밖에 없었다. 용산역을 제외하고는 경부선 쪽에 편중된 점이 신경 쓰였지만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
실제 역명판의 축소판이니 역명판이 있는 곳을 배경으로 정했다. 남녀 역무원 두 분을 같이 촬영했다. 서울역 샘플 1장만 들고 이후에 다른 카드 5장을 동시에 들게 연출했다. 남녀 모델 각자 단독 사진도 찍었다. 마지막으로 담당자가 카드를 담아 온 흰색 쇼핑백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카드 5장을 올려놓고 촬영했다. 쇼핑백에 인쇄된 코레일 로고와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배치했다.
평소와 다르게 다섯 장의 사진을 보도자료에 함께 배포했다. 보통은 3장 이내다. 어떤 사진을 선호하는지도 확인하고 싶었다.
배포 후 이틀 동안 50여 개 매체가 보도했다. 주요 언론매체에서 ‘인기’, ‘매진’ 등 반응을 기사에 담았다. 실제 30개 역 중에서 11개 역에서 매진이 되었다. 철도 마니아들이 도장 깨듯이 역을 순회하면서 카드를 구매했다. 해당 역에서만 살 수 있는 점이 한몫했다.
해당 역 제한은 보도자료 초안이나 자료에는 없었다. 보도자료를 수정하면서 확인하고 알게 되었다. 어떻게 작용할지 판단이 안 섰다. 장점이 있다면 더 강조해야 하나 싶다가, 단점 같기도 해서 한 문장으로만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역에서만 판매하는 전략은 적중했다. 일부는 다량 구매하기도 하고, 웃돈을 주고 중고 거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