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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on Salam Feb 14. 2023

10. 비싼 돈 주고 산 예쁜 쓰레기 - 01

보통사람의 현실세계관 10

10. 비싼 돈 주고 산 예쁜 쓰레기 - 01


나에게는 프라이탁(Freitag)이란 브랜드의 가방이 두 개 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 브랜드의 발생지는 스위스로 업사이클 세계에서는 나름 성공한 유명한 브랜드다. 유럽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판매 중이다. 디자인이 제법 트렌디한 멋스러움도 갖추고 있고, 패션 스타일이나 유행에 크게 영향을 받진 않는 듯하다. 이 가방은 재활용품 주제에 가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예쁜 쓰레기'라는 이상한 별명을 달고 다닌다.


몇 년 전 일이다. 나름대로 큰맘 먹고 작업용 노트북을 한 대 장만했다. 당시 나는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었다. 그래서 때마침 노트북을 넣고 다닐 가방도 필요했다. 기왕 사는 물건이니 기분도 낼 겸 오래 쓸만한 튼튼한 브랜드를 중점적으로 검색했었다. 그러다 문득 후배가 들고 다니던 브랜드인 프라이탁이 생각난 것이다. 그렇지. 원래 프라이탁은 자전거 라이더나 메신저들을 위해 만든 가방이라고 했었다. 이거로 가야겠다. 나는 곧바로 프라이탁 매장이 있는 명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막상 구매를 하기에 앞서 잠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듣던 대로 가격이 사악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노트북 때문에 조마조마한 재정상태인데 거기에 가방까지 질러 버리면 한 달 이상은 적자난에 시달릴일 만 남을게 분명했다. 게다가 이건 쓰레기로 만든 가방인데.

결국 나는 한 번 쓰면 오래 쓸 수 있다는 장점과 궁핍한 삶을 한 달 정도 살아야 한다는 단점 중 욕망이 조금 더 기울어진 장점을 선택하기로 했다. 그래. 나중에 중고로도 팔 수 있는 브랜드니까 관리를 잘해서 아껴 쓰자.


프라이탁의 재질은 트럭에서 사용한 중고 방수천이라고 한다. 그래서 같은 방수천에서 재단한 비슷한 모델은 있어도 똑같은 모델은 구할 수 없다. 나는 온통 새빨간 색의 '드라그넷'이라는 모델을 구매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빨간색이 끌렸다. 이 새빨간 색 때문에 가끔씩 피자배달용 가방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한다.


카드 결제를 하고 가방을 손에 넣은 날, 나는 들뜬 마음에 가방을 손에 든 채 잰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 노트북을 넣어보았다. 그런데


가방이 작다.

젠장.


정확히 말하면 가방이 작은 게 아니라 노트북이 내가 생각보다 더 컸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노트북은 들어가지 않았다. 굵고 짧게 소리를 지르며 가방을 집어던졌다. 구석에 멋지게 처박힌 가방은 벌어진 틈으로 '어림도 없지'라며 말하는 듯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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